(인터뷰) 극단 청우 서른 두 번째 작품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 이은영 연출


사진제공/극단 청우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자고 일어났더니 서로가 부부가  됐음을 확신하게 된 남녀와 이제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된 부부가 등장하면서, 사랑의 과정도, 현실의 영역으로 가져다놓은 이별의 과정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의 이은영 연출을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극장에서 만났다.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의 작가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 HIRATA Oriza]는 도쿄 출생으로, 극작가 겸 연출가이다. 대학 2학년 때 극단 세이넨단을 만들어 연극 활동을 시작, 현재 극단 세이넨단(靑年團) 대표.

그는 90년대에 이르러 새롭게 나타난 이른바 ‘조용한 연극‘을 선도하면서, 자극적이고 현란한 내용 대신, 일상적이고 인간의 내면을 다루면서, 일본 연극계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작가 겸 연출가이다.

1994년에 발표한 ‘도쿄노트’로 일본 최고 권위의 희곡상인 기시다쿠니오 희곡상을 수상하고, 일본 현대 연극의 대표주자로 확고한 명성을 얻는다. 진취적인 해외공연 및 교류활동을 통해 ‘도쿄노트’가 5개 국어로 번역되고 뉴욕타임즈와 르몽드에 그의 특집기사가 실리는 등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본의 새로운 현대연극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히라타 오리자는 일본 연극계에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연극인으로도 유명하다.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서울에서 공부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운 바 있고 한일관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그의 출세작인 ‘서울 시민’은 일제강점기 경성에 살고 있는 일본인 가족을 그린 작품으로 1993년 서울과 부산에서 청년단에 의해 공연된 바 있다.


사진제공/극단 청우

대표작 ‘도쿄노트’ 역시 1999년 예술의전당 초청공연으로 청년단에 의해 공연됐다. 이어 2002년에는 히라타 오리자와 김명화의 공동대본, 히라타 오리자와 이병훈의 공동연출로 평범한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만남을 그린 ‘강 건너 저편에’가 서울과 도쿄에서 상연돼 일본에서는 아사히 무대예술상 그랑프리를 수상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연극을 통한 시민 교육, 일본의 문화예술 행정에도 관여하고 있고, 로봇연극 창작에도 힘을 쏟는 등 새로운 창작의 영역을 끊임없이 개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도쿄노트’, ‘서울시민’ 5부작, ‘S고원으로부터’,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잠 못드는 밤은 없다’ 등이 있다.

이은영 연출은 이 작품을 연출하게 된 동기에 대해 “처음 히라타 상의 <곁에 있어도 혼자>를 본 건 일본에서 SCOT(Suzuki Compant Of Toga) 여름 페스티벌 초청 공연에서였다. (제가) 일본에 처음 간 해로 일본어를 전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던 때였다”면서, “70분간의 공연에 놀랐다. 공연에 놀란 게 아니라 저한테 놀랐다. 말 한마디도 못 알아들으면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그때는 뭐가 재미있었는지도 올랐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말이 통하지 않는데 인물들의 관계가 다 보였다. 그것으로 충분했었나보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이어 “그런 기억을 잠시 또 잊고 시간을 보내고, 3년이 지났고, 한국에 돌아와서 극단 청우에 들어가고 작품 연출을 해야겠다 하고 작품을 찾던 중에 <Suddenly Married>라는 제목의 대본이 제 손에 들어왔다. 그게 바로 지금 제가 연출하고 있는 <곁에 있어도 혼자>라는 작품이었다”면서,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한국어로 쓰여진 대본을 읽으면서 더 기가막혔다. 이건 무조건 내가 하고 싶다. 대본을 처음 읽고 바로 욕심났어요. 그리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을수록 그 욕심이 더 커졌죠. 언어 너머에 있을 인간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우리의 사유를 거쳐 전달되는 말, 그 언어의 부조리함을 일상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혹은 익숙한 사건으로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는 익숙한 관념을 지양하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사유와 그로 인한 관계, 소통에 귀를 기울이고 인간관계, 나이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말하고자 하고 있다.


사진제공/극단 청우

이 연출은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에 대해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것? 살아 온 삶이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작품을 보고 공감하고 가슴에 와 닿는 지점들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 매력 아닐까요?”라면서, “연극뿐 아니라 회화나 음악 등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특히 이 작품은 보다 조금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한 ‘결혼’이라는 소재로, 어렵지 않게 조금 더 극으로 ‘나’를 더 쉽게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몰입해서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출은 이 작품 속의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연출이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한 인물, 한 인물 자세히 바라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인물이 없다”면서, “인간관계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그저 사랑스럽다. 싸우고 눈을 흘겨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려고 자세히 바라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인간관계는 없다고 생각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작품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어느 한 부분에 중점을 더 두고, 덜 두고 한 지점이 없다. 무엇 하나에 더 중점을 두고 다른 지점을 약간 상대적으로 내려놓고. 아직 저에게는 그럴 여유는 없는 것 같다”면서, “하나하나 끝까지 고집부리고 토론하고 설득하고 설득 당하고. 그저 매 순간 치열하게. 그렇게 만든 작품으로, 그래도 하나만 구지 중점을 더 뒀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배우들과의 연습”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출은 ‘관객들에 하고 싶은 말’에 대해 한 마디로 “연극을 사랑해 달라”고 짧게 말했다.


사진제공/극단 청우

이 연출은 앞으로의 계획(앞으로 연출하고 싶은 작품 등)에 대해 “그저 지금처럼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계속 작품을 해나가는 거지요. 다 열거하지도 못할 만큼 하고 싶은 작품이 너무나 많다”면서, “계속 작업하고 싶다.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사람’이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 남는 것 같다. 앞으로 외롭지 않게 함께 인생을 걸어갈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죠”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19일 작가 히리타상의 관객과의 대화에서 “외국에 가서 (제) 작품을 보는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공연은 예상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대본을 더 많이 바꾸어도 괜찮을거라고 생각 했는데 원작에 굉장히 충실하게 그대로 해주셨네요. 원래 원작자가 이렇게 웃으면 안 되는데,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까봐 되도록 참는데 계속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면서, “이 작품은 많은 연출가에 의해서 공연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버전을 많이 봐왔는데요. 많이 본 것 중에서도 이번에 쇼헤이 역할을 특히 잘해주신 것 같아요.”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맨 처음에 두 분(쇼헤이, 스미에)이 여기 앉아있었잖아요. 그 표정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형과 언니 역할을 하신 분도 굉장히 표정이 재밌었어요. 지금까지 저희 작품에 나왔던 어떤 배우들보다도 재미있는 부부 역할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형 그리고 언니 부부는 연출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거든요. 어떤 연출가는 굉장히 사이좋게 만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왜 저 사람들 이혼하지?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고 또 어떤 연출가는 정 반대로 정말 나쁘게 그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사이가 좋아보이지는 않았어요.”면서, “(저는) 오늘 공연을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고 덧붙였다.
유성주, 김두봉, 백혜리, 장애실이 출연하는 연극 ‘곁에 있어도 혼자’는 극단 청우 서른 두 번째 작품으로, 이달 31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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