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10대 서울시의회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정책 생산능력과 민주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장효남 기자

[뉴스프리존,서울=장효남 선임기자] 단원제를 채택한 우리나라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상원(上院)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법률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마친 후 법사위에 회부돼 체계나 자구를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기 때문이다.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에서 상원은 어느 상임위원회일까?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운영위원회가 정답에 가깝다. 광역의회나 기초의회의 운영위원회가 의회운영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들은 운영위원회나 운영위원장 이름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한 번 더 보게 된다. 내용 대부분이 거시적이고 포괄적이며 무게감이 있다.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전국광역의회 운영위원회 가운데 맏형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은 3선 출신 의원이 맡고 있다. 의장과 두명 부의장도 3선이다. 그 만큼 무게감이 남다른 자리이다. 이번 인터뷰는 ‘눈에 띄는 의정활동 성과, 돋보이는 서울시의회 1년’이라는 중량감 있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서윤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 관악2)의 이야기로 엮었다.

처음 서윤기 위원장이 보낸 해당 보도자료를 본 순간 “10대 서울시의회가 1년이 지났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내용이 역시 여타의 그것들과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다. 내용도 특정 정책에 대한 결과가 아닌 의정활동 전반에 대한 자기 평가를 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평가가 제3자가 아닌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이기에 꼼꼼히 몇 번을 읽었다. 읽다가 생긴 궁금증은 지난달 18일 위원장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먼저 서윤기 위원장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2010년 7월 8대 서울시의회에 첫 입성해 전후반기 모두 교육위원회 위원과 운영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또한 친환경무상급식지원특별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9대에 입성해 재선의원이 된 서의원은 전후반기 역시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하나고등학교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서울메트로 사장후보자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3선에 성공한 서 의원은 초재선 당시에는 상임위원장직을 맡지 않았지만 10대 서울시의회에서는 운영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도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 10대 서울시의회가 개원한지 1년이 지났다. 이에 대한 평가는?

- 10대 서울시의회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정책 생산능력과 민주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발의된 조례안을 살펴보면 개정안에 비해 제정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 전체 의원 가운데 초선의원의 75% 육박하는 77명이다. 이들 초선의원에게 일년이라는 시간이 길지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일년 안에 제정조례안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제정조례안을 만든다 해도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고 단기계획과 장기계획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이 일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다.

- 제일 저항하는 사람이 담당 주무관들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업무량이 커지면서 스트레스를 늘어난다.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이 새롭게 생기기 때문이다.

- 생리대 조례의 경우 전담하는 주무관이 있었고 집행하는 예산도 하나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수월하게 제정될 수 있었지만, 주민참여 예산조례 같은 경우는 모든 조직에 전반적으로 걸쳐있다. 사이즈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원 발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 의원이 조례를 제정하려면 집행부가 먼저 거절을 하거나 거부감을 갖고 핑계를 대면서 차일피일 미룬다. 너무 좋은 것이지만 시기상조라거나 여건이 성숙한 후 1년 정도 있다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 후에는 과장, 팀장 등 사람이 바뀐다. 그렇게 되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장의 경우도 지금 없는 개념이라 도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집행부가 싫어하면 엄청나게 힘들다.

- 상임위원회도 그렇다. 내 상임위 소관이 아니고 다른 상임위 소관이면 의원들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아니 힘들다.

- 서울시의회는 입법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있지만 전문위원실은 검토와 보고 정도의 역할만 하지 조례를 만들어주거나 그런 역할은 아니다. 그래서 이 모든 입법과정을 의원들이 일일이 혼자 다 한다. 국회의원의 경우 4~9급 보좌진이 있고 전문가를 불러서 의논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여건이 안 된다.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담당입법관이지만 초선의원이 1년 안에 제정조례안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 시정 질문이나 행정감사도 있지만 조례안은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수혜를 받게 하는 것이나, 그냥 한두 번 질의응답을 통해 시정의 집행 의지를 높여 의결을 바꾸는 것보다 의결을 통해 제도를 바꾸는 것이 바로 조례이고 법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 일을 초선의원들이 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 재선급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보좌관 이야기가 나온다. 뉴욕이나 런던, 동경 지방의원들이 보좌관을 두었는지 살펴보았는데 없었다.

- 미국의 경우 개인 보좌관을 둘 수 있게 비용을 준다. 일천만 원을 주면 오백만 원으로 2명 쓸 것인지 일천만원으로 한명 쓸지 결정한다. 보좌관 급여를 주는 예산 지원 형태를 취하는 나라도 있다.

- 우리나라는 예산지원 형태로는 안 해 준다. 의원이 개인적으로 쓴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은 그것도 의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

 

▲서윤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민주당의 정서는 아무리 직속상관의 의견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계속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전통적 의사소통 구조가 있다. 그래서 시끄럽고 의견도 다양하다. 보수야당은 던지면 조용하게 집행된다. 잘못된 길로 가면 크게 잘못된다. 그러나 우리는 정책이 마련에 있어 티격태격 하지만 집행되면 큰 과오 없이 잘 진행된다고 밝혔다. ▲서윤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민주당의 정서는 아무리 직속상관의 의견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계속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전통적 의사소통 구조가 있다. 그래서 시끄럽고 의견도 다양하다. 보수야당은 던지면 조용하게 집행된다. 잘못된 길로 가면 크게 잘못된다. 그러나 우리는 정책이 마련에 있어 티격태격 하지만 집행되면 큰 과오 없이 잘 진행된다고 밝혔다.Ⓒ장효남 기자

▣ 서울시의원 출신 구청장 일부에게 시의원들의 보좌관제 필요성에 대해 질의했더니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구의원들 보좌관 관련된 질문을 했더니 답변이 없었다. 게다가 시의원 시절 시장에게 시의회 인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구의회에서 인사권 달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더니 역시 답변이 없었다.

- 입장의 변화로 생각한다. 이해하는 측면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의사결정은 힘의 논리이다. 당사자가 구청장 입장이 되면 구청쪽으로 끌고 오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저는 의회주의자이다. 구청장이 된다고 해도 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의회 틀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도 지방의회에 권한과 역할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 국회 사무총장을 국회 의장이 임명한다. 그러나 이곳 사무처장은 시장이 임명한다. 시의원 월급도 시장이 위촉한 시의회 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정한다. 물론 추천은 의회도 한다. 어찌되었든 시장이 위촉한다. 일정한 인상률이 올라가면 여론조사로 찬반의견을 시민들에게 묻는다. 여론조사로 월급을 정하는 것은 시의원들이 유일하다.

- 급여는 6300~6500만원이다. 서울시의장이 서울시장 비서실장보다 적다.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보다 적은 셈이다. 게다가 운영위원장이 서울시청 팀장인 사무관보다 적다. 의정활동비 포함해 그렇다.

- 도시근로자 평균임금과 비교해서 판단하면 서울시의회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차관이나 1급 공무원 정도의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 대표를 공무원보다 높게 대우해야 한다. 지방의원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 공무원의 그것 보다 그 가치가 아래 수준이라고 보지 않는다. 일의 가치나 경중을 펼쳐놓고 생각해볼 일이다.

- 주민과 가까운 것이 시의원들의 장점이지만, 어떠한 자리에 가면 서울시 과장이나 국장이 시의회 의원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 것을 간혹 본다. 객관적으로 공무원들의 스펙이 명문대를 나와 고시출신인데 비해, 시의원들은 초등학교 졸업자들도 있고 전업주부를 하다가 시의원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저처럼 기초의원 하다가 시의원 하는 사람도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계층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서 현장에 반영시키려는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행정의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는 직접 선출된 의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 어떤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의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 이러한 것들을 멀리 있는 뜬구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사회적 갈등이나 이해관계는 사람의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역할을 의원들이 한다. 그 역할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사회 갈등을 줄이고 제도를 만들기도 한다.

▣ 시민들이 국회의원은 높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반면 시의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 시민들은 전직 국회의원이 대통령이 되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았다. 또한 TV에서 대통령에게 큰 소리 치는 모습도 보았다. 반면 시의원들이 시민들이 선망의 대상인 고급공무원 출신 국장을 비롯해 부시장, 시장과 일하는 것을 직접 접하는 것이 매우 적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인식하는 것 같다.

-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중앙집권적 경향이 아직도 남아있다. 국회에서 결정되면 집 앞까지 일사분란하게 집행되는 관행 때문에 국민들이 여의도를 보여주는 TV에 집중하는 반면 지방정부에는 집중하지 않는 것 같다.

- 그나마 일대 대전환도 있었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친환경 무상급식 건이었는데 그것도 왜 그런 관심을 가지게 됐냐하면 오세훈 시장이 그 당시 유력한 대권주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야당이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조건도 있었다. 민주당이 모든 법안에 힘없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통해 지방의회의 역할이 각인되었다.

▣ 서울시의회가 열심히 일 하는데 보좌관이 필요하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가?

- 아주 많이 듣는다. 이렇게 잘하는데 굳이 필요 있냐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입장차이, 생각 차이라고 여긴다.

- 한국 사람이 대단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근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하면 못한다. 그렇지만 시작 하면 된다. 빙상 스켈레톤 선수인 윤성빈 선수는 겨울이 1/4 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원하니까 되잖는가? 하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하면 된다. 일본과의 갈등도 우리가 마음먹고 첨단 부품소재 산업 육성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 한국 사람들이 그런 저력이 있고 믿을 수 없는 근성이 있다. 민주주의 발전도 그렇다. 지방의회 발전도 그렇다. 그 상황을 한 단계 극복하고 더 좋은 것을 향하는 한국사람 근성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전 세계 최고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적 과정을 만드는 것 어렵지 않다. 실제로 그렇게 만들고 있다. 놀랄만한 성과들을 내고 있다. 이렇게 활동하니까 전문가들도 관심을 갖는다. 토론이 많아졌다는 것은 전문가들 활동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조례로 발전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예전에는 국회만 쳐다보고 있었다.

- 이제 지방의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는 정책지원 인력의 적극적 검토에 달렸다. 의회 지원 인력시스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개정이 가장 중요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다시 기우고 늘려서 입었지만 몸에 맞게 제대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걸 제대로 만들어야 다른 나라 광역 지방정부와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대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대다수이다. 시장도 같은 당이니 보니 견제가 아닌 협조로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제가 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다. 110명의 시각이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시장이 여성 성평등에 대한 의제를 중앙당과 서울시당에 제시했다, 그리고 그것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그런데 그것이 정책으로 나왔다.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나왔다. 시의원이 조율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민주당의 정서는 아무리 직속상관의 의견이라도 자기 생각과 다르면 계속 의견을 내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는 전통적 의사소통 구조가 있다. 그래서 시끄럽고 의견도 다양하다. 보수야당은 던지면 조용하게 집행된다. 잘못된 길로 가면 크게 잘못된다. 그러나 우리는 정책이 마련에 있어 티격태격 하지만 집행되면 큰 과오 없이 잘 진행된다.

- 이번 민주주의 조례와 관련 민주주의위원회 설치에 대해서 시장, 의장단, 상임위원장단 조찬 회의 당시 제가 가장 먼저 의회와 이견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직접 민주주의와 간접 민주주의는 제도를 실행함에 있어 분명히 충돌하기 때문이다.

- 그러면서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신중하게 시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먼저 말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한 번에 통과가 안 된다. 의견 조율과정에 불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 디테일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게 가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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