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원 단장의 숙명으로 완성된 오페라 [사마천]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부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 : 창작오페라 [시집가는 날]과 [춘향전]으로 무려 9년동안이나 중국 순회공연을 한 여장부- 홍지원 뉴서울 오페라단장이 창작오페라 [사마천]을 들고 국립극장 해오름에 돌아온다는 소식에, 얼마전 국립극장에서 따끈따끈한 공연 [The Rope]를 연출한 조영호 연출의 귀가 쫑긋해졌다. 왜냐하면 ‘사마천’이라는 중국 최고의 역사학자의 이야기가 한국의 창작자들에 의해 서양의 오페라 형식에 맞춰 제작된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하고 방대한 바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Rehearsal Take’ 특유의 촉이 이미 인터뷰를 예약하길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받아본 홍지원 단장의 사진 자료는 그녀가 매우 섬세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상당히 매끄러운 수완을 발휘해서 중국쪽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S#3. 프레스 센터 안 (Day, In)

드디어 사마천 공연 첫 날이다.

그러나 홍지원 단장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국립극장이 아닌 세종로 프레스센터에 급 등장한다. 이곳은 사단법인 한국 사마천 학회가 준비한 중국 한성시 경제·문화교류 간담회가 시작되고 있다. 프로그램 식순에는 간담회가 2시 시작이라고 적혀있지만, 현재 시각은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조영호 : 2시에 최종 리허설 하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지금 3시인데..

홍지원 : (초조하게) 아, 큰일이네요.. 최종리허설은 내가 꼭 해야 하는데;;

조영호 : 지금 여기 계시면 누가 리허설 정리를 하나요? 물론 무대감독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작은 공연을 더 많이 해서 셋업 하는 내내 극장에 안 붙어 있으면 불안하거든요.

홍지원 : 그러게요, 저도 그렇긴 하지만 지금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 정말이지 협력연출이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어요. 조연출도 이리저리 뛰고 정신이 없을 거에요.

조영호 : 여기서 식순은 5시까지인데, 언제까지 계실거에요?

홍지원 : 내빈 소개만 하고 가려구요;;

조영호 : 갑자기 참석하시게 된 행사죠? 인터뷰 때문에 심조연출님한테 받은 일정표에는 없던 일정인데요?

홍지원 : (웃으며) 때가 때이니만큼 셋업에 리허설 기간이라 저도 힘들긴 하지만, 다들 멀리서 오시니까 갑작스러운 일정이라도 소화해야겠더라구요;; 공연 준비를 응원하느라 한성시에서 지난 6월 초에도 방문했거든요.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자원을 사용하는거니까, 고맙게 생각합니다.

사회자의 개회선언 직후 내빈 소개 식순에 맞춰 인사를 한다. 홍지원 단장, 기념 사진을 찍기가 무섭게 한복 치마를 들고 달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사마천]의 막이 올라간다..
오페라가 시작되기까지 극장 로비 여기저기를 바쁘게 뛰어다니는 홍지원 단장.
이제 한 숨 놓을 시간이 오고,

조영호 : 이상 무! 이신가요?

홍지원 : (눈을 크게 뜨고는 스스로 주문이라도 외우듯) 창작뮤지컬이니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보시면, 크게 실망하시지는 않을 거에요.

조영호 : 너무 겸손하세요.

홍지원 : (조금은 편안해지며) 마음을 비워서 그래요. 우리나라가 오페라 종주국도 아니고, 워낙에 오페라 세계 자체가 창작뮤지컬에 냉엄한 현실인데다, 척박한 시장까지 감안하면, 결국 마음을 비워야만 작품을 만들 수 있거든요. 지금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저는 계속 다듬고 만들거에요.

조영호 : 외람되지만, 홍단장님께서는 아직 미혼으로 알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상하게 어떤 사명감 같은 게 강렬하게 느껴지네요. 그래서 아직 결혼도…?

홍지원 : (민망해서 도리어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 네에. 저 이번 작품 끝나면 결혼 하려구요.

조영호 : 정말요?

홍지원 : (갑자기 수줍어하며) 아아, 아뇨.. 사명감 같은 거 얘기하기가 부끄러워요. 그저 열심히 해온건데, 그 중에서도 창작오페라가 저와 잘 맞는다고 느껴지거든요.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실 우리나라, 즉 대한민국 최고의 창작오페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답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들도 너무 아름답죠. 100년 뒤에는 서양 사람들이 우리 한복을 입고 오페라를 하는 날이 꼭 올거라고 생각해요!

조영호 : 100년 뒤에 그런 작품이 무대 위에 오른다면, 그건 홍단장님의 유산이겠는걸요~

홍지원 : (두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그러면 정말 영광일거에요.

조영호 : [사마천]이 꼭 성공하시길 빌며, 동시에 요번 공연 이후로 남자친구도 사귀시길 바래요~

홍지원 :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모니터링 및 커튼콜 준비를 위해 극장안으로 들어가는 홍지원 단장.
여장부 같은 시작이었으나, 수줍은 아가씨 같은 모습으로 마무리 짓는 그녀를 뒤로 하고,
조영호 또한 다른 게이트를 통해 객석으로 들어간다.

FIN.

S#4. 국립극장 해오름 로비 (Night, In)

칼럼이스트 조영호 : 극작/연출가, 영화감독
            대표작으로는 역사 넌버벌 [더로프(The Rope)], 연극 [분장실] 등이 있다.
            희곡 [낮병동의 매미들], [고백], 영화 [더하우스(The House)], [영호프의 하루] 등.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