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혜화당에서 한일연극교류 페스티벌 극단 유희(遊)의 시미즈 쿠니오(淸水 邦夫) 작, 배미향 연출의 <분장실>을 관람했다.

시미즈 쿠니오(淸水 邦夫 1936~)는 일본 현대 극작가 중 대표적인 작가다. 현재 극단 木冬社 대표이자, 일본 극작가 협회 대표다. 그의 작품들은 과거의 기억들, 환상의 어둠에서 사회 현실을 떠오르게 하며, 현재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現모습을 잘 이끌어내는 특징을 갖는 작가로 작품의 문학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시미즈 쿠니오의 연극활 동은 1960년대 일본 신극(新劇)단 靑俳(seihai)에서 시작. 그 후, 같은 극단원이었던 川幸夫(니나가와 유키오) 와 함께 現代人劇場(gendaijin-gekijo), 櫻社(사쿠라샤)를 창단, 신주쿠(新宿)를 거점으로 사회성 짙은 문학 작품을 공연했다.

1968년부터 73년까지 6년동안 일본열도에서 진행된 정치상황과 반주를 하듯이 연극을 무기 삼아 사회 현실에 직접 개입하려는 작업(정치극)을 펼친다.

그러나 60년대부터 70년대, 일본에 불어 닥친 '정치의 두꺼운 바람'은 72년에 일어난 연합적군(連合赤軍/좌익 과격파)에 의한 처절한 린치사건을 계기로 무너지고 그들의 연극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희곡 <탱고, 겨울 끝에>는 니나가와 유키오가 작품을 영국의 배우들과 같이 연출 작업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서도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現代人劇場, 사쿠라샤(櫻社)를 해체하며,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와 결별한 그는 1976년, 스스로 모쿠토샤(木冬社)를 창단하고 현재까지 스스로 연출활동을 겸하고 있다.

배미향은 부산대 무용과 졸업 후 연희단거리패의 창단멤버인 배우 겸 연출가다. <변두리극장> <햄릿머신>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하녀들> <산씻김> <오구> <춘풍의 처> <불의 가면> <불의 나라> <오이디푸스> <사혼> <에쿠우스> <사랑의 힘으로>에 출연하고, 영화 <장군의 아들2>TV<행복어 사전>외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일본극단 신주쿠 양산박에 들어가 5년간 활동한 후 연출가로 변신을 해 돌아와 극단 유희(遊)를 창단했다.

<분장실>은 1976년 극단 모쿠토샤(木冬社)를 창단한 후, 두 번째 작품이며 1977년에 일본을 대표하는 시부야 쟌쟌 소극장에서 초연되어 문학성과 환상 성, 그리고 네 명의 여배우들이 등장, 배우 각자의 개성을 잘 펼칠 수 있는 작품으로서 호평 받고. 지금은 극단 모쿠토샤(木冬社)는 물론 여러 타 극단, 각 지방 아마추어 극단 및 전국 고등학교, 대학교 동아리에서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시미즈 쿠니오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무대는 안톤체홉의<갈매기>가 공연되고 있는 극장의 어느 분장실이다. 정면에 커다란 거울이 달린 높은 분장대와 그 앞에 의자가 놓여있고, 객석 가까이 무대 좌우에는 바닥에 앉아 분장을 하도록 마련된 작은 분장거울이 달린 낮은 분장대가 있다. 여배우 A와 B가 무대 바닥에 앉아 얼굴에 분장을 하는 중이다. 배우 C가 분장실로 들어온다. 배우C는 체홉의 <갈매기>에서 니나 역을 맡은 배우다. 그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 분장을 하고 발음, 대사 연습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다.

태평양 전쟁 이전과 이후에 죽은 두 여배우 A와 B는 세파에 진 무른 상처를 안고 분장실에 머물고 있는 귀신들이다. 그들은 <갈매기>의 나나역이나 <맥베스>의 레이디 맥베스 역, 미요시 쥬로(일본 극작가)의 <잘리는 남자, 센터> 등 주역을 해보지 못하고 귀족A, 전령2, 문지기3 등 조연 배우만 하다가 죽었는데, 여배우의 꿈 때문에 배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분장실에 나타난다.

자기들이 꿈꿨던 주역들의 대사를 줄줄 외우고 연습도 하고 곧 무대에 오를 것처럼 분장까지 해가며 한을 달래고 있다. 한편, 배우D는 「갈매기」에서 프롬터 역을 맡았으나 역할을 해보지도 못하고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분장실에 나타난다. 배우C가 맡고 있는 니나 역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D는 배우C에게 배역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니나 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해 화가 나서 분장실에 들어 온 배우C는 배우D의 억지에 아연실색하여 배우D를 때려 내쫓는다. 배우C 또한 남들이 원하는 배역을 얻었지만 만족할 만큼 배역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기에 고뇌와 갈등에 쌓인다. 배우A와 B는 배우 C를 몰아붙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배우 D에 대한 처사를 비난한다. 그러다가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며 함께 한을 달랜다.

대단원에서 배우D가 다시 등장을 하고, 배우C는 그녀에게 자신의 역을 하도록 권하고 퇴장한다. 분장실에 남은 배우A, B, D는 체호프의 <세 자매>를 함께 연습하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를 한다.

코바야시 사키코(小林 子)-여배우 A, 스즈 미도리(すずみどり-여배우 B, 마츠바 사치코(松葉 祥子)-여배우 C, 야하타 미유키(八幡 深雪)-여배우 D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갈채를 받는다.

조명디자인 마츠다 타쿠로우(光田 卓郞), 음향디자인 마츠다 모토리(松田 幹), 자막 타가와 토모코(田川 智子) 등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유희(遊)의 시미즈 쿠니오(淸水邦夫) 작, 배미향 연출의 <분장실>을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