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트레이트’가 19일,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숨진 사고 이후에도 ‘저임금 고위험’ 하청 노동자 정규직화는 험난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겨우내 촛불집회가 열렸고, 정부의 후속 대책 합의 후 두달이 되어서야 겨우 그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그러나 김용균 씨 사고 이후에도 제대로 변한 것이 없는 발전소 현장의 실태가 충격을 안겨준다.

보령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중부발전의 내부 경영평가 문서 제목은 '신분별' 감점계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부서의 책임을 묻는 평가 지표가 충격적이다.본사 정직원이 숨지면 12점을 깎지만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하면 4점만 감점한다고 돼 있다. 하청업체 직원 3명이 죽어야 발전사 본사 직원 한명이 숨진 걸로 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청업체 직원의 목숨값은 훨씬 낮게 책정이 돼있다. 정규직의 목숨 값이 비정규직의 3배라는 의미인가. 제목부터가 ‘신분별 감점계수’라고 적혀 있다. 신분에 따라 목숨의 등급을 매긴다는 뜻이다. 이런 등급표는 아직 시행 중이며, 다른 발전사들도 갖고 있다.

고 김용균 씨의 원청 사업장인 서부발전의 경우를 보면 산업재해로 사람이 숨졌을 때 발전사 직원은 -1.5점, 도급인 하청 직원은 -1점, 발전시설 건설 노동자가 숨지면 0.2점을 깎는다고 적어놨다. 사람 목숨을 세 단계로 구분해 놓은 지표는 김용균 씨 사망 석달 전 작성됐다.

MBC 화면

사람의 목숨에 등급을 매겼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발전사 측은 부랴부랴 수정 계획을 밝혔다.

[전주희/위원(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이번에 확인을 해 보니까 서부발전 같은 경우는 2019년부터 없앨 계획이라고 하더라고요"

'지표'가 없어진다 해도, 고질적인 차별 문화까지 사라지는 데 대해 하청 직원들은 회의적이다.

[발전사 하청업체 직원] "(발전사) 감독 부서에서 뭐라고 얘기 나왔냐면, 참 어이없는 얘기죠. 이번 일 다 끝나고, 언론 다 끝나고 나면 (하청업체 직원들) 가만 안 놔두겠다고. 팔 잘리고, 손 잘리고 그것도 협력사 내에서 그냥 알아서 처리를 하고요. 만약에 회사가 이 입찰을 못 따게 되면 저희도 회사를 관둔다든지…"

MBC '스트레이트'

하청업체 직원들은 심각한 사고를 당해도 혹시 일감을 잃게 될까 조용히 묻고 가는 게 그동안 관행이었다.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김용균 씨 사고 이후에도 발전사에서 1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지만 이중 6건은 은폐됐다.

현장은 정직하다. 하청 노동자를 동등한 인격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대책이라고 나온 '안전펜스'는 작업자들의 조언 한마디 듣지 않고 아무렇게나 설치돼 오히려 일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가중시킨다.

'2인1조' 근무는 인력 보강 없이 강행돼 노동 강도만 높였다. 휴게실에 가려면 폭염 속 뙤약볕 아래 2km, 30분을 걸어야 하는 현실이 모든 걸 말해 준다. 살인적 더위와 고농도의 유독가스에 노출돼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도 고질적인 '착취 구조' 탓에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주진우 기자는 “이런 계급사회가 아직 유지되고 있다”며 한탄했다. 경영평가 문서에 있는 ‘신분별 감점계수’는 정직원과 하청 노동자라는 신분에 따라 목숨의 등급을 매기는 참담한 현실을 보여줬다.  ‘스트레이트’는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사라지면 우리는 무덤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하청 노동자의 말을 전하며, 현실이 개선될 때까지 관심을 끈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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