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안데레사 기자] 아직까지 더위가 가시지 않은 8월의 아침.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광장에서 고 이용마 기자의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진행됐다.

한 기자의 죽음에 많은 기자들이 함께 했다. 그것은 이용마 기자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때문이다. ‘세상은 안 바뀐다’는 믿음이 팽배한 시대에 이용마 기자는 “세상은 바뀔 수 있습니다”고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말한다. 그는 2012년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을 맡았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구호로 170일 파업을 전투적으로 이끌다 가장 선두에 섰던 노조 위원장보다 먼저 해직을 당했다. 최승호 MBC 사장은 “그는 맹렬한 운동가였고 지략가였다”고 말한다.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했던 김민식 MBC PD는 “이용마 기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같이 가면 든든했고 나는 그를 좇아 갔다. 이용마 기자가 가자고 하는 길은 가면 됐다. 좋은 길을 제시하는 친구의 큰 가르침이었다.”며 그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이용마 기자의 선배이자 비슷한 시기 해직됐던 박성제 MBC 보도국장은 “이용마 씨는 원칙주의자였다. 원칙에 맞지 않을 경우 매섭게 비판했다. 그런 이용마 씨를 선배들이 눈치를 보다보니 그가 있는 부서에서는 좋은 뉴스가 많았다. 오히려 선배 같다.”고 그를 기억했다. 이용마 기자의 후배인 김현경 MBC 기자는 퉁퉁 부은 눈으로 힘겹게 입을 뗐다. “항상 좋은 보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다. 최선을 다하는 보도를 하고 우리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보도를 할 때 세상이 바뀌는 것이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지난해 MBC 파업 당시 이용마 기자 ⓒ MBC 노동조합

시대의 의무감으로 함께 맞선 이용마 기자는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폐해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기자였다. 모두가 꺼리던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를 끈질기게 취재해 보도했고,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감사과정을 취재하는 등 다수의 특종 기사를 썼다. 그는 성역 없는 취재를 통해 정의로운 세상을 꿈꿨고, 그를 위해서는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잠식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파업과 사측의 징계가 예고된 2011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집행부가 되는 일은, 어쩌면 그의 숙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의무감으로 함께 일선에 선 이용마 기자는 그렇게 언론노조 MBC본부의 홍보국장이 됐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에 맞서 맹렬하게 싸웠고, 가장 치열하게 '언론자유'와 '공정방송 사수'를 외쳤다. 하지만 그와, 그의 동지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함께한 170일의 파업은 끝내 패배했다. 그리고 그는 MBC에서 해고됐다. '사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였다. 가장 기자다운 기자였고 자타공인 훌륭한 언론인이었던 그가, '해직기자 이용마'가 된 것이다. 그는 해고 뒤에도 인터넷 방송과 연구, 강의, 저술 활동 등을 이어가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언론 정상화를 위한 집회마다 참석해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호소했고, 2016년 복막암 판정을 받는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을 지켜야 한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다'라고 소리쳤다. 그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소망하는 시민들과 MBC 조합원들의 구심점이었다. "해고된 그 날부터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거라고 의심한 적이 없어요. 왜냐면 우리는 정당한 싸움을 했고, 정의를 위한 싸움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긴나 긴 앞장서 싸운 이용마 기자는 지난 2017년 12월 11일, 해고 5년 9개월 만에 복직돼 MBC에 다시 출근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긴 싸움 끝에 '해직기자 이용마'는 드디어 다시 'MBC 이용마 기자'가 됐다. 친구 김민식 PD가 미는 휠체어에 의지해 복직 세레모니에 참석한 그는, 자신을 걱정하는 후배들을 향해 "여러 선후배들을 보니 힘이 난다, 반드시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은 그의 복직 후 첫 출근일이자, 마지막 출근일이 되고 말았다. 더 이상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라는 목소리도, 특유의 날카롭고 정의로운 시선으로 취재한 그의 뉴스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MBC 이용마기자의 마지막 영결식 장면 ⓒ뉴스프리존

마지막까지 함께한 세상의 암, 함께 가야

10년씩 5번을 넘진 이용마 기자는 향년 50세로 눈을 감았다. 배에 암세포가 가득 차는 복막암으로 2년을 투병했다. 이용마 기자가 눈 감는 순간을 배우자 김수영 씨는 “여러분들이 걱정하실까 봐 먼저 말씀드린다”며 “편하게 가셨다”고 유족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이겨내기 어려운 암들이 많다. 세상에 있는 암들도 사실 함께 가야 한다. 암을 없앨 수 없을 수 있으니, 잘 다스려서 면역력을 잘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이용마 기자가 세상에 남기는 메시지라며 그 뜻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상= 박훈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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