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속에 갇힌 고기가 그물 안의 물이 흐르는 물인 줄 착각해 잠시 벗어났다가는 다시 그물에 걸리는 것처럼, 수많은 겁(劫)이 지나도록 미혹(迷惑)해서 다시 그물에 걸리기를 반복하는 것이 중생입니다.

불보살의 원력

오래전 저의 원력(願力)으로 소설가 남지심(南智尋)님이 지으신『담무갈(曇無竭)』전 4권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담무갈>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 왔습니다. <담무갈>은《화엄경(華嚴經)》<보살주처품>에 나오는 보살로산스크리트명은 ‘다르모가타(Dharmogata)’, 바로 법을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법기보살(法起菩薩)’ 또는 ‘법용보살(法涌菩薩)’이라고도 부르지요.

세상에는 불보살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래서「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만물이 부처 아님이 없고, 우리가 하는 일일마다 불공드리는 심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 많은 ‘불보살의 원력’은 무엇일까요? 이「처처불상 사사불공」이 바로 ‘불보살의 원력’이 아닌가요? 중생(衆生)들이 고통으로 점철된 사바(娑婆) 속에 살면서도 그 고통에 길들여져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잠시 잠깐의 쾌락에 젖어 살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있고 살아가고 있지요.

살아가면서 숨이 넘어가는 사람들을 무수히 보면서도 자기 자신의 무상함을 잊고 사는 사람들이 중생입니다. 마치 그물 속에 갇힌 고기가 그물 안의 물이 흐르는 물인 줄 착각해 잠시 벗어났다가는 다시 그물에 걸리는 것처럼, 수많은 겁(劫)이 지나도록 미혹(迷惑)해서 다시 그물에 걸리기를 반복하는 것이 중생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바세계는 오탁악세(五濁惡世)의 말법시대에 놓여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번 보시지요! 기근과 전염병, 전쟁, 환경오염 등으로 혼탁한 시대, 사람들의 마음이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에 물들어 있는 시대입니다. 이와 같이 사람과 물질이 모두 혼탁하니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의술이 뛰어나다 정신의 세력은 점점 쇠약해지고 물질의 세력은 날로 융성하여 이 세상에 파란고해(波瀾苦海)가 한이 없는 것입니다.

불보살은 우주의 진리를 깨치신 분들입니다. 이처럼 불보살은 오탁악세의 세상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능력에 따른 깊은 원력을 세워서 조금 씩 조금씩 원력이 성취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불보살의 의무를 유기(遺棄)하는 것입니다. 그럼 불보살의 위(位)에는 어떻게 오르는 것일까요?

한 중국 청년이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청년은 미국에 도착하고 얼마 후부터 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켜며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는 목 좋은 은행입구에서 흑인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음악을 연주했는데 거리 공연치고 수입이 꽤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수익이 좋은 거리공연에 안주하지 않고 음대 진학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차곡차곡 공연수익을 모아가는 청년, 드디어 음대 진학의 꿈을 이루었지만 안주하지 않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을 연마했습니다. 10년 후, 그는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라는 자신의 꿈을 이룹니다. 청년은 어느 날 자신이 예전에 연주하던 은행입구를 지나다가 여전히 그곳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는 흑인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청년이 다가가 인사를 하자 흑인 친구가 물었습니다. “어이 친구! 요새는 어디서 연주해?” 청년이 유명한 콘서트홀의 이름을 대자, 흑인친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물었습니다. “거기도 여기처럼 벌이가 좋아?” “응, 그럭저럭 되는 편이야” 라고 대답하고 돌아섭니다.

바로 그 청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음악가’ 중 한 명인 ‘탄둔’입니다. 영화 <와호장룡>의 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상과 그래미상을 수상하고, 장가계 협곡을 배경으로 공연하는 중국 3대 뮤지컬 <천문호선>의 음악 감독 이지요.

우리 덕화만발 가족은 범부(凡夫)와 중생 그리고 불보살 중, 어떤 인생을 택하면 좋을까요? 현실에 ‘안주(安住)’하며 되는대로 사는 사람이 범부요 중생입니다. 그리고 ‘불보살의 원력’을 굳게 세우고 현실을 박차고 ‘도약(跳躍)’하는 사람이 바로 불보살인 것입니다.

‘안주’는 한곳에 자리를 잡고 편안히 살거나 현재의 상황이나 처지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도약’의 의미는 한 번 뛰어 몸을 위로 솟구치는 일이고,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제자가 배워 스승이 되고, 범부중생이 깨쳐 불보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불보살이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

첫째, 마음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마음을 잘 닦고 잘 쓸 수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지극히 미묘하여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집니다. 마음공부를 아니하고 불보살의 위에는 절대로 오르지 못합니다.

둘째, 마음을 잘 챙기면 새사람이 되고 새 출발이 됩니다.

‘번뇌(煩惱) 즉 보리(菩提)’입니다. 이 둘을 하나로 알고 그 마음을 돌리고 또 돌릴 때,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됩니다. 마음을 챙기면 늘 새로워집니다.

셋째, 마음을 잘 챙기면 악도에 들지 않고 선도에 나게 됩니다.

마음을 잘 챙기면 잘 죽고 잘 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잘 죽고 잘 나면 세세생생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선도에 나게 되어 행복을 누리는 것이지요.

넷째, 마음을 잘 챙기면 광명의 길, 진급의 길, 은혜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마음을 챙기지 못하면 앞길이 캄캄합니다. 앞길이 캄캄하면 답답합니다. 안개가 자욱하면 답답해서 인생을 더듬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다섯째, 마음을 잘 챙기면 생사거래에 자유를 얻고 육도윤회를 임의로 합니다.

생사거래에 자유를 얻고 육도윤회에 임의 자재한다는 것은, 이제 불보살이 다 되어버렸다는 뜻으로 중생을 제도하고 구원하는 대자대비를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불보살의 원력’을 세우면 부처가 되던지 최소한 보살의 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을 구하고 악도중생을 건져내는 이 원력보다 아마 더 큰 일은 없지 않을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8월 2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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