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들은 가해자면서 갑질을 하며, '을'들은 언제까지 갑질의 피해자로 살아가야 하는가

[뉴스프리존= 김은경 기자] 우리나라 대표 기업 손가락 안에 드는 SK의 심기가 불편 할 만한 행사가 열렸다.

28일 종각역 'SK본사' 앞 인도의 한켠에 무대를 마련한 '작은 문화제' 때문이다. 이날 6시반 부터 시작한 행사에는 '직장 안팎 갑질 추방 문화제'가 열리게 된 참혹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이 함께 했는데 그동안의 투쟁이 어떠했는지 한 눈에도 알 수 있는  SK 상징과도 같은 '빨간천막'이 SK 본사 건물 옆에 자리하고 있다.

농성천막에는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여직원 살인사건 '피해자 14기 추모제, 성폭력특별법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글귀가 써있는데 '직장 안팎 갑질 문화제'가 왜 SK본사 앞에서 개최되었는지 수긍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여직원 살인사건'피해자 14기 추모제, 성폭력특별법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글귀가 써있다. 직장 안팎 갑질 문화제'의 무대에서 지근거리에 농성천막이 보인다/ 사진 김은경기자

14년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한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대한송유관측에서 사건 자체가 직장상사가 벌인 일이기 때문에 회사의 이름에 먹칠이 되는것을 꺼려했고 딸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유가족에게  2차 3차 가해한 내용이 담긴 영상 상영 시간이 있었다.

SK가 최대주주인 대한송유관공사의 인사과장이 여직원을 납치 성폭행 하면서 저항하는 여직원을 살해한 이 사건은 당시 세간의 화제가 되었으나 피해자의 어머니 유미자씨의 증언에 의하면 인터뷰를 시도한 언론에서 정작 보도가 나갈 때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제목마저 '선정적으로'뽑아 사건 자체를 물타기 했다고 한다.

유미자씨는 "어떻게 언론에서 사건의 진실보다 사건을 덮기위한 조작된 거짓에만 더 관심을 가졌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 조작된 거짓이란 두번의 결혼을 한 유부남인 인사과장이 새로 입사한 여직원에게 '사귀자'고 종용하다가 뜻대로 안되니까 자신의 차에 태워 끌고 다니다가 성폭행,살인을 하였는데 회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내연의 관계'라면서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으며 피해자의 명예훼손은 물론 유가족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것을 말한다. 

피해자 어머니 유미자씨와 인터뷰까지 한 언론에서 기사 제목을 '불륜, 내연관계' 이런식으로 키워드를 뽑았다는 얘기다.

내연의 관계라는 증거로 가해자에게 썼다는 피해자의 자필 편지가 법정에서 나왔는데 이는 가해자가 거짓으로 쓴 가해자의 필체로 밝혀졌다. (자세한 내용은 본기자가 '갑질추방 문화제' 현장 취재 기사에 이어 '심층 기사'로 연재 예정이다)

당시 인사과장 모씨는 15년 구형에서 12년으로 감형받아 형을 다 살고 나왔다고 한다.

처참하게 딸을 잃은 유미자씨는 몇년간은 법적공방을 벌이면서 살다가 가해자가 세상으로 나오게되면서 진실을 은폐하는데 기여한 SK 본사 앞에서 농성천막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종로 26에 있는 SK 본사(서린동 99 서린빌딩) 앞 인도에서 안전·행복·공정 연대행동회의(이하 안전·행복·공정연대)가 주최한 ‘직장 안팎 갑질 추방문화제’에서 유미자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은경기자

'갑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것은  대한항공 땅콩회항이 커다란 이슈로 등장 하면서인데 '갑질추방 문화제'에 당초 참석하기로 했으나 회사에 다급한 일로 불참한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때 알려진 박창진씨가 영상을 보내왔다.

박씨는 당시의 심경과 그동안 직장내에서도 알게 모르게 왕따로 지내고 있다면서 여전히 직장에서 내비치는 갑의 눈치보기가 만연하다는 것을 토로했다. 힘들지만 갑의 횡포와 을들이 당하는 주변의 일들에 자신뿐 아니라 모두가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굴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또한 의료계, 법조계, 종교계, 국내외 업계 등 각계각층에서 자행된 갑질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해온 사람들이 계속 무대에 올라 갑질사례를 성토했다.

 K대학병원 오진 등 의료사고 갑질 사례를 증언한 최자영교수, 그 뒤로 김창우 동방산업 회장이 지금은 양승태 사법농단 연루판사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이 수원지방법원 파산부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김모 변호사 등과 공모했다는 의혹으로 형사 고발된 신탁재산 강탈 관련 법조계 갑질 사례를 증언했다.

이평구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전명구 감독회장이 주도한 종교계 갑질 사례를 증언했다.

이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의 행위는 힘없는 한 목사를 매장시키기로 작정하고 행정적 지위를 남용하여 제 법적 권리행사까지 방해하여 제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가 극단적인 덤핑(자가격 염가판매)을 무기로 이용한 국내 생수(대리점) 업계 갑질 사례를 증언한 김용태사장의 이야기도 주목을 받았다. 이어 직장안팎에서 일어나는  갑질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연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파견직 노동자인 박은상씨가 무대에 올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갑질 사례인 폭행, 폭언, 특수협박 등에 관해 증언했다. 

박씨는 직장 상사에게 폭행당한 다리의 상처를 보이기 싫어서 한동안 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주권 행정법률사무소 우지영 대표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2개 조항으로 구성된 6장의 2를 신설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것이 갖고 있는 역사적이고도 사회적인 의미 등을 준비한 영상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안전·행복·공정 연대행동회의가 주관한 갑질추방 문화제에는 가수들이 재능기부 차원으로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행사 직전에 가장 먼저 싱어송 라이터 최민 가수가 무대에 올라 자작고 '평화열차'를 부르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문화제 1부는 공정거래회복 국민운동본부 이선근 상임대표가 진행했다. 촛불가수로 유명한 송희태 가수가 자작곡 '소중한 사람들'을 불렀다.

다음은 손정우가수가 대구에서 막 올라왔다고 하면서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등을 자신만의 창법으로 노래했다.

제2부 사회는 촛불계승연대 공동대표 김선홍 집행위원장이 이끌었다. ‘기차와 소나무’로 유명한 이규석 가수가 우정 출연하여 객석을 가득 메운 참여자들의 흥을 돋구었다.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이하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는 문화제 행사  인사말에서 ''민주주의를 고도로 발전시켜야만 그 때 비로소 갑질이 추방될 수 있다”고 하면서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국회의원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와 갑질추방 문화제를 격려했다.

SK측에서 갑질추방문화제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유미자씨에게 문화제 개최를 꼭 해야겠나는 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여전히 약자에게 강자로 군림하며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유미자씨의 농성천막 옆으로 보이는 '사회적 기업' SK 회사 로고 전광판/ 사진 김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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