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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 놓고 종편 시사프로들, 창피함 모르는 아무말 대잔치
  • 김경탁
  • 승인 2019.09.10 14:14
  • 수정 2019.09.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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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 관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
텀블러·넥타이 색깔 시비, 뜬소문·뇌피셜 남발, 간단한 검색도 안해

 조국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후보자 지명을 받은 8월 9일부터 실제 임명장을 받은 9월 9일까지 32일까지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생산한 기사는 총 100만건을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기록했다.

지난 2일, 국회 기자 간담회중

그러나 100만 건을 훌쩍 넘는 보도량에 비해 보도의 질은 (당연히) 높지 않았다. 공익과 전혀 무관한 신변잡기적인 신상 파헤치기 기사들이 [단독]이라는 제목을 달고 쏟아져 나왔고, 구체적인 근거나 정교한 논리를 보여준 기사는 극히 드물었다.

이런 와중에 아수라장에서 새어나온 더러운 진물을 농축한 ‘진액’(엑기스) 같은 것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의 보도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8월 12일부터 23일까지 종편 4사의 11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당시 후보자)에 대해 어떤 황당한 인사검증 내용을 내놨는지 문제점을 정리한 종편 모니터 보고를 10일 발표했다.

모니터 대상은 JTBC의 <뉴스ON>, TV조선의 <보도본부핫라인>, <신통방통>, <이것이정치다>, 채널A의 <김진의 돌직구쇼>, <뉴스TOP10>, <정치데스크>, MBN의 <뉴스와이드>, <뉴스&이슈>, <뉴스BIG5>, <아침&매일경제> 등이었다.

여러 색 텀블러 쓰면 ‘정체성’의 흔들림?

민언련은 “종편은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당시에는 후보자의 과거 활동이나 친인척 관련 사생활을 주목했다”며, “그 와중에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15)는 가십성 내용을 놓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가 “조 후보자가 가지고 나온 텀블러까지 화제입니다. 매일매일 텀블러 색깔이 바뀌어요”라고 말하자 패널로 출연한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소장은 뜬금없는 텀블러 관련 상식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허 소장은 “조국 후보님의 어떠한 정체성 때문에 이분이 어떤 분일까라는 것에 대한 흔들림이 있다”며, “텀블러를 드셨던 그 상징의 의미가 어쩌면 ‘조국 후보의 어떤 정체성의 흔들림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생각을 좀 못하셨던 것 아닌가 아쉬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파란색은 ‘나를 지켜달라’는 메시지?

TV조선은 넥타이와 셔츠 색깔에 관심을 보였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20) 진행자가 “파란색 셔츠 차림에 파란색 넥타이를 하고 또 나온 모습”이라고 언급하자 출연자 최지원 기자는 “심지어 들고 있던 파일까지 새파란색”이라고 거들었다.

최지원 기자는 “조국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수세에 몰리게 되니까 민주당을 향해서 ‘잊지말라 나는 민주당의 사람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다. 나를 지켜달라’ 이렇게 호소하는 것은 혹시 아니냐 이런 해석까지도 지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두 프로그램은 이런 가십성 내용을 다루는 동안 후보자의 정책-자질 검증 관련 대담은 단 1분도 하지 않았다”면서 “불필요한 내용은 추측까지 덧붙여 전달하면서 해야 할 역할은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매일 텀블러가 바뀌어서 정체성 혼란을 보여준다는 허은아 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8/15)
조국 후보자의 셔츠와 넥타이 색깔을 주목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20)

포르쉐를 탔냐 안탔냐 뜬소문이 중요한 뉴스?

JTBC <뉴스ON>(8/20)에 출연한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주장이라며 조국 후보자 딸이 외국 유학 당시 포르쉐를 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길게 말했다.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등장했던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확산됐고 결국 JTBC에도 등장했던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의 발언에 진행자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는 점을 지적했지만 강 논설위원은 “어쨌든 간에 좀 더 취재가 필요합니다”라며 진행자 발언에도 다시 끼어들어 끝까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달했다.

같은 내용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20)에도 등장했다. 출연자인 이루라 기자는 조 후보자의 딸이 포르쉐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는 소문이 분노를 더 겹치게 했다면서, 그 주장 때문에 국민이 분노했고 포르쉐를 탔냐 안탔냐하는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듯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두 프로그램이 전달한 극우 유튜브 채널의 주장은 근거가 없을뿐더러 후보자 검증의 영역을 벗어난 내용”이라며,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런 주장은 전달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민언련은 “만약 이 내용을 반드시 전달해야만 한다면 해당 주장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은 당연히 거쳤어야 했는데, 관련 발언을 한 출연자들은 언론인이라는 스스로의 직업이 무색하게도 아무런 추가 취재 없이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특정 정치인이나 일부에서 나온 주장이라면 그 내용이 사실인지, 합당한 내용인지를 검증하고 판단해 전달했어야 할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며 확성기로 전락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발언을 내놓은 출연자들이 모두 언론인이라는 점은 현재 우리 언론이 얼마나 안이하게 의혹을 부풀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아무 근거 없는 추측’ 혹은 ‘전언의 전언’

종편들은 극우 유튜브를 통해 나온 근거 없는 주장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출연자의 입을 통해 추측성 내용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채널A <뉴스TOP10>(8/23)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조 후보자의 가족사를 언급하며 조 후보자의 딸이 의전원에 진학한 이유가 할머니 때문이라는 아무 근거 없는 추측을 길게 늘어놓았다.

이 씨는 “제가 듣기로는”, “집안에 의사가 또 한 명 필요하지 않습니까?”와 같이 부정확한 출처의 자의적인 추측을 늘어놓은 뒤 “그런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됐지 않았나”라며 마치 실제 입시비리가 있었다는 듯 주장했다.

JTBC <뉴스ON>(8/21)에 출연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제 애들 중에 2명이, 1명은 특목고 나왔고 1명은 외고나왔”다며 “이 같은 상황을 저는 사실 잘 모르지만 저희 집사람은 아주 소상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수석은 특히 다른 출연자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반론을 펼치자 “나는 해 본 사람이잖아요. 해 봤어요, 이거?”라며 본인의 경험을 내세웠고, 자신의 부인이 특목고 입시비리를 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특목고에서는 입시비리가 흔하고 그 방법을 조국 후보자의 딸이 이용했다는 것이지만 그 근거는 오로지 본인의 배우자가 다른 학부형에게 들은 이야기 즉 전언의 전언일 뿐, 그 이야기가 어떤 점에서 입시비리이며 무엇이 왜 불법인지는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

조국 후보자 딸의 진학까지 마음대로 추측한 이현종 씨. 채널A 뉴스TOP10(8/23)
본인자녀가 특목고 다닌다며 입시비리를 들었다는 이동관 씨. JTBC 뉴스ON(8/21)

‘정황’만 있으면 ‘유죄’…기초적 팩트체크도 생략

불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추측과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조 후보자가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종편은 단순한 정황들을 나열하며 위법이 있었던 듯 주장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0)에서는 진행자가 조 후보자와 가족들이 “학교로 사익을 추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언급한 뒤 “그런데 조국 후보자의 처남이 웅동학원에서 12년간 행정실장을 맡았다”, “그 전에는 조국 후보자의 외삼촌이 같은 자리에서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진행자에 이어 발언권을 얻은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곧바로 “사학비리라고 하는 것의 전형적인 형태가 다 이런 것”이라며, 단순히 행정실장에 인척관계에 있는 인물이 있다는 것만으로 사학비리가 있었다는 듯 주장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1)는 같은 방법으로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서울대 동문회의 장학금도 문제 삼았다.

출연자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조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재학 중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했음에도 장학금을 받았다며, 마치 부당한 방법으로 장학금을 받은 듯 설명하며 욕심이 과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여기에 다른 출연자 서정욱 변호사는 “저도 학사, 석사, 박사 과정 서울대에서 해봤기 때문에 제대로 좀 알거든요”라더니 서울대 동문회 장학금이 자신이 모르는 과정이라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씨가 관악회 장학금이 큰 문제인 듯 설명한 뒤 진행자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라고 다들 알고 있는 것”이라며, “일반 학생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하고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내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의 딸이 서울대에서 받은 ‘특지장학금’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는 묘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장학금을 지급한 서울대 관악회 홈페이지에서 특지 장학금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해보면, 선발대상 학생의 가정형편은 평가요소에 반영되지 않고, 기부자가 장학생 선발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혀있다. 즉, 기부자에 의해 장학생 선발결과가 정해지는 구조인 것이다.

이는 같은 내용을 취재한 뉴스1의 <관악회, 조국 딸 서울대 장학금 논란에 “신청 필요없다”>(9/3 김도용 기자) 기사나 한겨레의 <팩트체크/조국 딸 ‘서울대 특지장학금’, 신청 없어도 받을 수 있다?>(9/4 이유진 기자)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되는 내용이다.

종합해보면 TV조선 출연자들은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지 장학금의 성격을 전혀 파악하지 않았고 심지어 진행자조차 연관성이 없는 가정형편을 언급하며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한 것이다.

정황만으로 웅동학원 사학비리 주장한 최병묵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0)
본인이 처음보는 장학금을 받아서 문제라는 서정욱 씨.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1)

한편 민언련은 “이번 청문회 후보자 검증 보도들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언론이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청문회 후보자 관련 보도에서 언론은 정황과 정황을 이어 의혹을 만드는 것에만 몰두했다. 국민들이 왜 언론에 분노하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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