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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한국판 홈즈,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 권애진 기자
  • 승인 2019.09.12 07:06
  • 수정 2019.09.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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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단체사진_이기쁨 협력연출, 국악밴드(베이스기타-설동호, 건반/음악감독-김승진, 타악-심운정, 홍상진), 소리꾼(김부영, 김은경, 박희원, 정지혜, 강나현, 이승민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와 우리의 판소리가 만났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주 해녀들의 일제강점기 항일 운동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독특한 우리네 소리로 재해석된 멋진 분들에 대한 이야기판이 신명나게 펼쳐졌다.

죽어서 가는 섬, 이여도. 그 곳에 죽은 해녀들이 모여 물질을 하는 불턱이 있다. 어린 해녀는 할망들이 어쩌다 물 속에서 죽게 되었는지 물었다가 우연히 홍설록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때는 모든 해녀 할망들이 살아서 세찬 물질을 하던 1940년대. 탐정사무소를 낸 설록은 총독부에서 일하는 친구 영태의 부탁으로 귀신테러사건을 해결하러 와선과 함께 제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울분에 찬 해녀들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알 수 없는 발신인 ‘ㅈㄴㄷㅁ’의 편지와 사라진 운전수, 아편과 귀신소동을 단서로 사건을 조사하던 설록은 갑자기 자신이 해녀가 되어야겠다고 선언을 하는데!

“우리는 제주도의 가이없는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

추운 날, 더운 날, 비가 오는 날에도 저 바당에 물결 위에 시달리던 이내 몸.

배움 어신 우리 해녀 가는 곳마다 저놈들은 착취기간 설치해놓고

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간다. 가이없는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가이없는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 해녀항일가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공연사진_소리꾼 이승민, 정지혜, 김은경, 강나현, 박희원, 김부영 /(제공=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공연사진_소리꾼 이승민, 박희원, 김부영, 강나현, 정지혜, 김은경 /(제공=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공연사진_소리꾼 정지혜, 김부영, 이승민, 강나현, 박희원 /(제공=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공연사진_소리꾼 강나현, 김부영, 이승민, 박희원, 정지혜, 김은경 /(제공=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일제 강점기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주인공 홍설록이 펼치는 생동감 넘치는 추리와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제주귀신 테러사건>’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되어, 지원을 통해 제작된 작품으로 2016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수상작인 <대한민국 명탐정 홍설록>을 각색 및 새롭게 탈바꿈하여,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독특한 매력을 가득 담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되어 관객들과 다시 한 번 만남을 가졌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출연진들_국악밴드(베이스기타-설동호, 대금-이경구, 건반/음악감독-김승진, 타악-심운정, 홍상진), 소리꾼( 김부영, 김은경, 박희원, 정지혜, 강나현, 이승민)/ⓒ권애진

영국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에 착안해 만든 작품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은 익숙한 소설에 판소리를 더했다. 서양 소설을 우리의 전통예술인 판소리로 한국 문화와 정서에 맞게 각색하고 음악을 더해 한국 관객 뿐 아니라 외국 관객들까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쉽고 친근한 소리판을 보여주었다. 판소리와 민요, 국악 밴드의 생생한 라이브 연주까지 더한 한국판 ‘셜록 홈즈’는 무대 위에서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한껏 다가왔다.

‘판소리공장 바닥소리’는 다양한 색깔의 소리꾼들이 모여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우리의 삶을 노래함에 목적을 둔 전문공연예술단체이다. 2002년 결성된 이래로 시대의 아픔과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창작ㆍ공연ㆍ음반 제작 등을 통해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2019년 제27회 서울어린이 연극상 대상 수상, 2016년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전체부문 대상/최우수상 수상, 2014년 제1회 창작국악상 대상/최우수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 MINI INTERVIEW -

1. 판소리에서 관객들의 흥겨운 추임새는 공연의 또 다른 묘미라 느낍니다. 시적인 대사와 독특한 움직임들과 장단에 뮤지컬까지 가미된 듯한 <해녀탐정 홍설록>도 추임새가 가능한 공연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커튼콜 사진_국악밴드(건반-김승진, 대금-이경구, 베이스기타-설동호), 소리꾼(김은경, 강나현, 이승미, 김동호, 박희원, 정지혜) | 흥겨운 소리와 춤사위를 보여주고 있는 소리꾼들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커튼콜 사진_국악밴드(건반-김승진, 대금-이경구, 베이스기타-설동호), 소리꾼(박희원, 김은경, 강나현, 정지혜, 김부영, 이승민) /ⓒ권애진

정지혜 연출 ➜ 해녀탐정 홍설록은 기본적으로 '소리판'이라는 컨셉을 잡고 있는 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반 부분은 해녀들이 퇴장 없이 불턱에 두런두런 앉아 서로 홍설록이 되었다가, 히로시가 되어 소리하는 모습을 재미있어하며 추임새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하지만 극이 중반부로 흘러갈수록 판의 형태에서 더 극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라인을 타면서 자연스레 추임새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 흐름을 받은 관객 또한 추임새를 가슴에 품고 판소리를 즐기게 된다기 보다는 극에 몰입하여 판소리로 표현되는 대사를,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음...그래서 질문에 답은 그러한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 인데요, 미묘하게 그 부분들이 제 안에서도 선이 분명히 있는 듯 하여 재미있다고 여겨집니다.

이기쁨 협력연출 ➜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당연히 가능한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습 때 배우들에게 부탁했던 부분 중에 하나는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부분에서는 넣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판소리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추임새를 넣는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저 역시 추임새라는 것이 언제 해야 할지도 모르겠기도 합니다, 왠지 ‘얼쑤’, ‘잘한다’ 같은 말보다 소리꾼들처럼 좋은 성음으로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부담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추임새를 하지 않고 누군가가 하는 것을 듣기만 하더라도 그 흥이 올라옴이 느껴집니다. 마음이 열린다고 해야 할까요? 요즘 뮤지컬이나 연극의 관극문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즐거운 추임새는 마음을 열고 흥겹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객이 서사에 좀 더 집중해줬으면 하는, 연극적인 요소가 짙은 장면인 아닐 때는 배우들부터 그 추임새를 해 주길 주문했습니다. 그런 추임새가 전통적인 판소리와 서양 뮤지컬의 형식이 어우러지게 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길 기대했습니다.

2. (악보가 일반적으로 없다는 판소리 부분들의)악보화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지 궁금합니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커튼콜 사진_소리꾼(김부영, 이승민, 강나현, 김은경, 박희원, 정지혜) | 공연의 마지막 인사까지 멋들어진 소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는 소리꾼들 /ⓒ권애진

정지혜 연출 ➜ 판소리로 작창한 부분들은 따로 악보화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나름의 표시를 하죠.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박자표기와 타루모양을 그림으로 표시 해 둡니다. 글자 바로 위에요. 그래서 부를 때마다 달라지기도, 변형되기도, 나만의 스타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창을 할 때 같은 말을 삼십 번, 사십 번 계속 부르면서 내 말로, 내 소리로 만들어가게 됩니다. 만약 내가 작창한 노래를 타인이 불러야 하거나 할 시엔 녹음을 해서 공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3. 해녀, 이여도, 불턱, 셜록홈즈 등 이야기가 어떻게 조합을 이루게 되었을지 그 과정들이 궁금합니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의 무대 한켠에는 시작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셜록홈즈의 의상과 안경을 착용한 마네킹이 자리잡고 있다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공연사진_이여도의 불턱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제주 해녀 할망들 /(제공=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정지혜 연출 ➜ 바닥소리 전 대표님이자 해녀탐정 홍설록의 원작자 최용석 선생님이 일단 워낙 셜록홈즈를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늘 농담식으로 셜록홈즈를 홍설록, 존 왓슨을 전와선 등으로 이름을 변경하여 대한제국 시절의 탐정 시리즈물을 만드시겠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만들어진거죠. 또 사람들이 잘 알지 못 했던 해녀들의 항일운동 이야기를 메인으로요.

2018년, 제가 새로 연출을 맡고 각색을 하게 되면서 해녀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명의 소리꾼이 먼 옛날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시대의 해녀복을 입고 물속에서 죽은 해녀들이 간다는 환상의 섬 이여도에서 한 판 벌이는 홍설록 이야기라는 컨셉이 잡힌 것이지요. 그렇게 지금의 <해녀탐정 홍설록>이 차근차근 만들어졌습니다.

이기쁨 협력연출 ➜ 최용석 작가님의 원작 공연을 본 적이 있고, 그 작품을 정지혜 연출이 새롭게 각색을 하여 공연을 올릴 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제주 해녀들의 항일운동 사건을 탐정 홍설록이 파헤친다는 큰 틀은 가져가지만, 정지혜 연출은 그 항일운동의 주체인 '해녀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싶어 했습니다. 홍설록을 뒤에 두고 오히려 그 해녀들의 삶을 전면에 세우고 싶어 했죠.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고 그 의지가 이번 공연의 핵심적인 부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작품에서 원작자의 의도와 각색자의 의도를 모두 포함한 수정 대본을 만드는 것은 꽤나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게다가 제주 방언까지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이 내용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정지혜 연출이 그런 어려움들을 객관적으로 보고 조언해주기를 주문하였고, 함께 토론하며 이야기의 이음새들을 다듬어나가게 되었습니다.

4. 홍설록의 배역을 포함해 한 배역을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습니다. 그렇게 돌아가면서 맡으며 관객들에게 어떤 것들을 느끼게 하고 싶었을지 연출의도가 듣고 싶습니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커튼콜 사진_국악밴드(타악-홍상진, 심운정, 건반-김승진, 대금-이경구-베이스기타-설동호), 소리꾼(김부영,  이승민, 강나현, 김은경, 박희원, 정지혜) | 여러 배역을 모두 돌아가면서 연기를 한 소리꾼들 /ⓒ권애진

정지혜 연출 ➜ 판소리는 소리꾼 한 명이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풍자하고 표현하잖아요. 그들의 말 한마디로 극장은 전쟁터가 되기도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죠. 전 그게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헌데 음악극 형식으로 오면서 역할이 분배가 되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들이 제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소리꾼이 연출을 맡게 되었으니 판소리가 가진 멋있는 그 매력, 소리꾼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그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연출, 그런 것들을 아주 자유자재로 발산하자 라고 단단히 마음먹었던 것 같습니다.

이기쁨 협력연출 ➜ 위에 말한 것과 같이, 항일운동의 주체인 해녀들이 실질적인 주인공이 되면서 '이 이야기를 하고 듣는 모두가 해녀들이고, 또 설록이다.' 라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리꾼들이 흥겹게 뛰어 노는 소리판이라는 형식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해녀들이 이 이야기의 주변인물이 아닌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해녀1 정지혜 소리꾼 /연출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해녀2 박희원 소리꾼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해녀3 김부영 소리꾼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해녀4 강나현 소리꾼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해녀5 김은경 소리꾼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해녀6 이승민 소리꾼 /ⓒ권애진

 

5. 장단을 넣어주라 할 때 전자피아노 연주가 나오는 등 국악밴드의 연주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밴드 분들이 다루는 악기들이 공연의 어떤 부분들을 살려주고 있는지 설명들을 듣고 싶습니다.

정지혜 연출 ➜ 일단 저희 악기구성이 키보드, 대금, 콘트라베이스, 타악 등등등등 인데요.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의 음악감독이자 건반 연주를 맡은 김승진 음악감독 /ⓒ권애진

키보드를 치신 분이 해녀탐정 홍설록의 음악감독 김승진 님 입니다. 승진 감독님은 저희보다 국악장단을 많이 아시고 좋아하셔서 굿 장단으로 작창을 해 와도 편곡을 굉장히 뚝딱 해주시는 천재만재님이십니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국악밴드 대금 연주자 이경구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국악밴드 베이스기타 연주자 설동호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국악밴드 타악 연주자 심운정 /ⓒ권애진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국악밴드 타악 연주자 홍상진 /ⓒ권애진

결국은 홍설록이란 공연이 기승전 판소리이다 보니 국악밴드와 함께 풍부한 악기들로 소리를 더 돋보이게 분위기를 이끌어주고 표현해주시고 있습니다.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 포스터 /(제공=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에게 무료 공연티켓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던, 역사적인 사실을 외국의 소설에 비추어 재조명한 ‘소리판 <해녀탐정 홍설록>’의 짧은 공연을 뒤로 하고,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등을 저술한 바 있는 역사 소설의 대가, 김탁환 작가의 ‘가시리’가 고려시대 민중들 사이에서 널리 불린 고려가요를 재구성한 입체 판소리 창작극 <가시리>로 새롭게 오는 10월 2일부터 5일까지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사랑하기 좋은, 연애소설에 빠지기 적당한 가을에 750년 전 고려시대 청춘들의 삶과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예정이다. 2018년 프랑스 카멜레온 문학상 수상자인 김탁환 작가는 2017년 진한 역사로맨스 소설 <가시리>를 ‘선유’라는 필명으로 출간했다.

'가시리' 포스터 /(제공=판소리공장 바닥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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