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정의' 비난 받았던 서울대 총학 .. 총학 "학내 집회 효과·현실성 등 고려해 결정"

서울대 총학생회가 학생회 차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더 이상 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열 예정이던 집회를 자진해 철회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명절 끝자락인 15일 오후 단과대학 학생회장 등이 참여하는 총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 총학 관계자는 학내 집회의 효과와 현실성 등을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며 다른 대학과 연대를 통한 대중행동 개최 여부는 타 대학과 연락을 취해보고 결정할 예정으로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진행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 자체 내에서도 정작 촛불을 들어야 할 때는 침묵했다는 '선택적 정의'에 대해서 비판이 있었다. 그동안 집회에서도 2,000명이 넘는 서울대에서 정작 집회에는 고작 100명에서 200명 정도 모인 일부의 목소리일 뿐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언론이 침소봉대해 과장하면서 거창해 보였을 뿐이다.

다양한 언로를 인정하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학생들의 생각이 다소 비현실적일 순 있어도 조국 장관을 반대할 권리도 당연히 있다. 시민들도 이들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형평성의 문제에 있어 이들의 행동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크게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서울대에서는 지난달부터 조 장관 사퇴 요구 촛불집회가 세 차례 열렸고, 이 가운데 두 차례를 총학이 주최했지만, 정치색 배제는커녕 정준길, 류여해 등 자유한국당 정치인 참여로 그 의미를 퇴색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총학생회장마저 바른미래당과의 연관성 등 이들의 집회가 다분히 정치적인 구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대중의 시선도 싸늘했다.

정준길 전 자한당 대변인은 지난 8월 28일 열린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졸업생 자격으로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집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정준길 전 대변인은 집회 현장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조국 후보자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당시 집회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서울대 촛불집회에 자유한국당 손길이 어른어른한다”고 평가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에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8월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울대 촛불집회에 자유한국당 정준길 전 대변인과 류여해 전 최고위원이 참석해 논란을 불러왔다. MBC뉴스 방송화면

서울대 총학이 조국 장관을 반대한다면 동일한 잣대와 시각을 가지고 사회 저명인사를 비판해야 한다. 지방대학 총장상보다 급수가 높은 황교안 자한당 대표의 자녀들의 보건복지부 장관상 특혜 의혹과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포스터 제1저자 특혜로 예일대 입학에 기여한 서울대 의대 교수와 서울대 대학원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삼성의 후원과 조력이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문제보다도 훨씬 심각한 사안인데도 서울대 총학은 아무런 이의를 지금껏 달고 있지 않다.

국립 서울대 실험실을 미국에 있는 고교생이 독단적으로 빌려 쓰고 심지어 교수와 학생들의 조력을 받고 제1저자로 올린 특혜 중의 특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나 원내대표는 아들이 모든 것을 주도해 실험하고 연구했다면서 어떻게 포스터 제1저자로 고등학생인 자신의 아들 김현조가 서울대 대학원생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건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당연히 분노하고 따져야 한다.

나 원내대표는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아들이 직접 주도했다면 자신의 소속을 서울대 대학원생이라고 오기를 할 까닭이 없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서울대 윤형진 박사와 대학원생 두 명은 단순히 아들의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건가. 이 또한 우스운 일이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어도 서울대 총학은 침묵했다. 언론 역시 조국 장관의 딸에 대해서는 지방대 표창장 하나로 백만 건 이상의 기사를 홍수처럼 쏟아 내더니 나 원내대표의 아들 문제에는 짤막하게 언급하고 침묵했다.

또 나 원내대표 딸의 성신여대 특혜 입학은 물론 교통사고를 내고도 국회의원 아버지인 장제원 의원을 앞세워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래퍼 장용준도 함께 비판해야 한다. 학생들인 만큼 이상적 잣대로 차별 없이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 총학의 문제는 선택적 정의로 조국 장관을 비판하면서 선택적 정의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그리고 장제원 의원은 배제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나경원내대표의 발언모습 ⓒ 이명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입각 전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일 자신의 SNS에 “황 대표, 나 원내대표는 당신과 당신 자녀들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조 후보자처럼 무제한 질의응답을 통해 소명, 해명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할 자신이 없다면 당장 조 후보자와 정부를 향한 저급한 흑색선전과 지역감정 조장을 집어치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회 정상화와 협치에 힘 모아주십시오”라고 못박았다.

그동안 서울대 총학이 정의를 외치면서 선택적 분노를 하고 있다는 데 다분히 정파적 입김이 가세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장관 반대에 앞장섰던 서울대 트루스포럼은 어김없이 서울대 총학 집회에 참여를 했는데 졸업생이 수장으로 있으면서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친 전형적인 수구 성격의 단체다. 이번 서울대 총학의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촛불 집회 철회는 이들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한 대중의 비판적인 시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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