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의철 변호사
세월호 실종자 가족대책위원회 법률대리인인 배의철(38·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가 법조언론인클럽에 의해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된 뒤 “세월호의 고통으로 이처럼 큰 상과 축하를 받을 수 없습니다”며 상을 고사했습니다.
 

배 변호사는 29일 배포한 글에서 “세월호의 아픔이 ‘올해의 법조인상’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네 차례 정중히 고사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법조언론인클럽에서 ‘상’이라는 단어를 빼고 ‘올해의 법조인’으로 변경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이 제게 ‘올해의 법조인상을 아픔으로 축하해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상’이라는 단어가 빠졌음에도 ‘상’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며 죄인된 심정의 저는 세월호의 고통으로 이처럼 큰 상과 축하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배 변호사는 “선정해주신 마음을 가슴 깊이 새겨 사회의 빛이 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글을 맺었습니다.
 

‘올해의 법조인 선정 및 수상에 관한 입장’을 통해 잊혀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촉구한 배 변호사의 취지에 공감해 글 전문을 소개합니다.

 

[전문] ‘올해의 법조인’ 선정 및 수상에 관한 입장

1. 안녕하세요. 진도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배의철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특위)입니다.

2. 지난 1월21일 법조언론인클럽(회장 정동식 경향신문 부사장)에서는 진도에서 180여 일간 머무르며 세월호 법률지원을 맡아온 저를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하여 주셨으며, 오늘(27일) 저녁 7시에 시상식이 열릴 예정에 있습니다. 먼저 부족한 제게 너무나 큰 상을 선정해주심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정중히 ‘올해의 법조인’ 상에 대한 고사의 뜻을 밝히는 바입니다.

3. 저는 대한변협 세월호 특위의 파견으로 진도체육관, 팽목항에서 180여 일간 실종자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극심한 고통 속에 탈진해 정부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여 온 실종자 가족의 의사를 대변하는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해왔습니다. 정부와의 회의, 수색·구조·유실방지 활동 지원, 실종자 가족 복지·건강 지원, 국회 국조특위와의 공조, 시민사회와의 연대, 진도군민들과의 갈등 조정·중재 등 대한변협 세월호 특위는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 11. 11.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환경이 악화되어 잠수사 안전이 위험에 처하자 단장(斷腸)의 고통 속에서도 세월호 실종자 9명을 끝내 찾지 못한 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수중수색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를 언론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단’이라 보도했고, 국민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결단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 역시 진도에서의 11월 11일을 잊지 못합니다. 실종자 가족과 눈물 흘렸던 진도에서의 180여 일을 잊지 못하며, 아직까지도 실종자 가족의 고통과 마음을 함께하기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5.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팽목항에 머무르며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 잠들어 있는 피붙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4/16 참사의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실종자 가족의 법률대리인으로 실종자 모두를 가족의 품으로 모셔드려야 했던 저는 그 단장(斷腸)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죄인일 뿐입니다. 304명이 희생된 국가적 대참사 앞에서 우리 모두는 아직 세월호를 기억하고, 더 울고, 더 아파하고, 더 슬퍼해야 하며, 더 함께해야 합니다.

6. 저는 세월호의 아픔이 ‘올해의 법조인상’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위와 같은 취지로 네 차례에 걸쳐 정중히 고사의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법조언론인클럽에서는 그 취지에 공감하여 주셔서 ‘상’이라는 단어를 제외하여 ‘올해의 법조인’으로 변경하였으나 제 고사의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저는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이 확정된 보도 후, 많은 법조인들께서 제게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을 축하한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 역시 실종자 모두를 가족의 품으로 모셔드리지 못한 죄인인 제게 ‘올해의 법조인상을 아픔으로 축하해요’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상’이라는 단어가 빠졌음에도 ‘상’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으며, 죄인된 심정의 저는 세월호의 고통으로 이처럼 큰 상과 축하를 받을 수 없습니다.

7. 저의 활동은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이 명시한 사회정의와 인권옹호를 위한 당연한 책무이기에, 제가 아닌 어느 다른 누가 진도에 파견되었더라도 대한변호사협회는 실종자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하였을 것입니다. 제가 180여 일 동안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머무르면서 진도 실종자 가족의 법률대리인으로 수중수색중단 선언까지 참사의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이름없이 헌신했던 자원봉사자들, 참사를 잊지 않고 알려주신 언론인들 그리고 기소·재판·변호를 맡은 모든 법조 선배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께서 참사를 잊지 않고 진도 팽목항에 끊임없이 방문해주셨기에 실종자 가족은 힘든 고통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8. 또한 아직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을 통해 실종자를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세월호와 같은 대형 여객선의 인양 경험이 전무하며, 세월호 인양은 해양 기술과 공법이 총체적으로 집약되고 대형 해양 중장비가 투입되어야 하며, 맹골수도의 험난한 수중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대역사입니다. 국력을 총동원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 모두가 역량을 총결집하여 대한민국이 대형 침몰선 인양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무엇보다 실종자 가족들이 평생을 고통의 멍에를 지고 살아가지 않도록, 단 한 명의 국민을 소중히 여기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여 주시기를 정부에 요청드립니다. 세월호 인양을 통해 국민들은 결코 비용으로 추산할 수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후세까지 보게 될 것이며 세계는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9. 다시 한 번 부족한 저를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해 수상하고자 말씀해주신 법조언론인클럽의 존경하는 기자님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선정해주신 그 마음을 가슴 깊이 새겨, 사회의 빛이 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실종자 가족의 눈물과 아픔 속에 ‘올해의 법조인상’을 받을 수 없는 제 진심이 존경하는 기자님들께 잘 전달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또한 수상을 고사하므로 오늘 시상식에 참가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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