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0세,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가 27일 오전 1시5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뉴스프리존= 김미정기자] 생전에 모 신문과 인터뷰 시간에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한국교회 침체 현상에 대해 한마디 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글러 먹었어. 돈이 다가 아니잖아. 뭘 해 주었다고 떠들어 대고…, 이걸 없애지 않고는 안 돼” 라고 말했다.

그 말의 억양과 그 내용이 한국교회의 악성적 타성을 매몰차게 질타하는, 그것도 어른이 아랫것들에게 말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한 말을 다시 정리하면 한국교회의 돈을 앞세우는 행동은천박한 행위요, 그런 행위는 마땅히 교회나 교회 지도자의 언행 속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강한 부정의 의미가 들어 있었다.

올해 90살 되는 장로 코미디언 구봉서 씨가 한국교회의 침체현상을 교회 내부에 있다고 진단하는 말에 한국교회는 깊은 반성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교회가 돈, 돈, 돈 하면 안 돼. 무엇인가 조금 돋보이는 일 했다하면 자기를 내세우는 이기주의, 그것을 끌어들인 것이 “돈 신앙”이다. 모든 것을 물량으로 계산한다. 목회의 기준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신자 좀 모아 놓으면 그걸 대단하게 자기 성취로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거기서 자기의 제2차 욕구 성취까지를 겨냥한다.

 

원로 배우가 한 말은 힘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도 하였다. 그는 평안남도 평양 출신인 구봉서는 코미디계 대부로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다.

1945년 대동상고를 졸업한 후 태평양가극단에서 악사생활을 하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고인은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등과 함께 1960∼70년대 한국 코미디 전성기를 이끌며 고단한 삶에 지친 서민들을 위로했다.

특히 '비실이' 배삼룡,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찰떡 콤비를 이뤄 슬랩스틱 코미디가 무엇인지 보여줬고, 악극단 시절을 거쳐 방송 시대가 열린 후에는 MBC TV '웃으면 복이 와요'를 통해 큰 인기를 누렸다.

방송사와 쇼무대에서 구봉서를 끌어오기 위해 막후 벌인 납치 혈투가 전설로 남아 있다.

그는 영화 배우로도 영역을 넓혀 1956년 '애정파도'를 시작으로 '오부자'(1958), '부전자전'(1959), '오형제'(1960), '맹진사댁 경사'(1962),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등 4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도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대히트작인 '오부자'에 막둥이로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평생 '막둥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았다.

과거 영화 촬영 중 부상한 후유증으로 척추 질환을 앓아왔으며, 지난 2009년 1월 중순 자택 욕실에서 넘어져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뒤 뇌수술을 받았다.

6년 전부터는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했지만 나이에 비해 정정한 모습으로 매주 교회 예배에 참석했고, 지난해 3월에는 KBS 1TV '인순이의 토크드라마 그대가 꽃'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기도 했다.

전성기를 함께 구가했던 동료들을 하나둘 먼저 떠나보낸 그는 2010년 2월 평생지기 배삼룡도 세상을 뜨자 "이젠 내 차례인가 싶고 너무 슬프다. 두 사람밖에 안 남았는데 한 사람이 갔으니 이젠 내 차례 아닌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2000년 MBC코미디언부문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06년 제1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네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32호실에 마련됐으며,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sarf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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