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과 용서의 드라마로 대단원

20일간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건은 용의자 아내의 끈질긴 설득과 피해자 아버지의 아름다운 용서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의 아내가 보여준 집요함과 아들을 앗아간 자에게 베푼 아버지의 은덕(恩德)은 훈훈한 감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인 허모(38)씨는 범행 후 줄곧 아내로부터 자수할 것을 권유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현장 부근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찍힌 CC(폐쇄회로)TV를 통해 가해 차량 차종이 밝혀지면서 허씨의 아내는 남편에게 자수할 것을 더욱 강하게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선 안되겠다’고 판단한 허씨의 아내는 지난 29일 밤 7시쯤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남편을 설득 중인데 경찰이 출동해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에 청주 흥덕경찰서는 허씨의 아파트로 경찰을 급파, 검거를 시도했지만 이미 허씨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집을 떠난 후였다.
 

경찰은 허탕을 치고 다시 돌아갔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고 남편을 다시 찾아 자수할 것을 강권했고, 남편도 끝내 아내의 말을 수용해 결국 자기 발로 경찰서 후문을 통해 강력계로 향했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던 이번 사건을 감동으로 마무리 한 사람은 피해자의 아버지였다.
 

자수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뛰어 온 피해자 강모(29)씨의 아버지 태호(58)씨는 허씨을 보자 뜻밖의 태도를 보였다.
 

이번 사건으로 자식을 먼저 보내야 했던 아버지의 찢어지는 마음을 생각한다면 돌을 던져도 시원치 않을텐데 허씨를 향해 오히려 “잘 선택했다. 자수한 사람을 위로해주러 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허씨가) 잡히지 말고 자수하기를 신께 간절히 기도했다”며 “자수 소식을 듣고 온 식구들이 모두 박수를 보냈다”고 밝혔다.
 

강씨는 말 뿐 아니라 얼굴 표정에서도 원망이나 슬픔보단 허씨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씨는 “원망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며 “그 사람(허씨)도 한 가정의 가장일텐데, 우리 애는 땅속에 있지만 그 사람은 이제 고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은 우리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정말 (자수를) 잘 선택했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출산을 3개월여 앞두고 창졸간에 홀로 된 며느리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도 드러냈다.
 

강씨는 “우리 며느리는 마음이 단단해서 (피의자) 가족도 보듬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임신한 지 7개월 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강모(29)씨가 지난 10일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정체불명의 차량에 치여 숨진 뺑소니 사건은 가해 차량 차종도 밝히지 못할 정도로 20일 가까이 오리무중 상태였다. 하지만 용의 차량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계기로 사건해결이 급물살을 타면서 결국 용의자 아내의 설득을 힘입어 자수를 유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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