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세일 사실상 실패로 끝나
재고 물량 작년보다 30% 증가
수입패션 등 최대 80% 내려

‘사상 최대의 명품대전’이 시작된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이 매년 2월과 8월에 고가수입패션을 80%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명품대전 행사는 매번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는 행사규모가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넘었다. 지난해(2400억원)보다 30% 증가한 3100억원 어치에 달한다.

 

백화점끼리 과열 경쟁 양상도 보인다. 대형 점포의 넓은 행사장을 이용한 본 행사는 세 백화점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인 다음달 5일 시작한다. 하지만 본 행사전 일부 브랜드가 참여하는 소규모 할인행사까지 ‘명품대전’의 일환이라면서, 백화점마다 행사 시작시기를 이달 29일이나 30일로 내세웠다. 본 행사에 앞서 고객을 모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다보니 백화점마다 본점은 명품대전 행사가 두차례에 걸쳐 열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행사 내용도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명품대전을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과 본점 9층 행사장에서 동시 진행한다. 지난해보다 행사장 면적을 2배로 늘린 것이다. 참여점포도 지난해 4곳에서 올해는 8곳으로 늘렸다. 또 처음으로 프리미엄패딩·모피 브랜드 15개가 행사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처음으로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동시에 행사를 진행한다. 또 남성·여성 잡화와 의류 행사를 나눠서 고객이 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남성고객층이 탄탄한 꼼데가르송이 처음 행사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은 분더샵·트리니티·슈컬렉션·핸드백컬렉션 같은 자체 편집숍이 많다는 장점을 살려서 세 백화점 중 가장 많은 350개 브랜드를 판매한다. 신세계에서만 취급하는 3.1필립림이나 요지 야마모토 같은 브랜드로 차별화했다. 일부 제품은 90%까지 할인한다. 세 백화점 모두 구매금액에 따라 상품권을 주는 ‘이중 할인’도 한다.
 

백화점이 명품대전에 총력을 쏟아붓는 것은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계속된 소비침체 속에서 올해 첫 세일은 0.5~1% 안팎의 매출 성장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실패했다. 설 대목 전 비수기를 어떻게든 넘어야하는 상황에서 매번 3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는 명품대전은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명품 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때도 할인율이 큰 해외명품대전만은 ‘나홀로 성장’을 했다.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홍정표 상무는 “명품대전을 소비심리를 되살릴 기회로 보고 명품 유통 노하우를 총동원했다”며 “최근 인기있는 브랜드까지 최대 70% 할인해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명품 업계의 매출이 하락한 것도 명품대전 규모가 커진 이유다. 명품대전은 기본적으로 재고가 있어야 가능한 행사다. 롯데백화점 김지은 해외패션부문장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명품브랜드 재고 수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30% 이상 늘었다”며 “재고를 소진하고 소비 심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대 규모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명품업체로서도 명품대전은 재고를 매끄럽게 소진할 수 있는 기회다. 한 명품수입업체 관계자는 “교외 아웃렛보다 접근성이 좋아 잘 팔리고, 비슷한 수준의 브랜드가 함께 행사를 하기 때문에 이미지 손상이 적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 홍보도 할 수 있고 매출도 늘어나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명품 대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브랜드가 많아져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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