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새의 성] -제 12회

스크린의 영자의 남편이 새로운 이벤트 행사 소개와 함께 파티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신사 숙녀 여러분! 어제 골프장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습니까. 오늘의 파티에서 우리는 맘껏 취하고 맘껏 선택하는 자유시장입니다. 각자의 매력을 힘껏 발휘하여 어울리는 짝을 골라 보세요. 눈짓도 해보고 스킨십도 해보고 전기가 찌르르 흐르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연의 자연스런 흐름 아닙니까!”

그 말에 무리는 왁자지껄하며 요사스럽게, 간드러지게 웃었다. 그 옆의 미남인 영자의 남편이 화면에 크게 부각되자, 여자들의 열렬한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마치 환상적인 메시아처럼 그들 부부를 떠받들고 있었다.
 

춤을 추다가 지친 두 여자가 땀을 닦으면서 인영이 앉아 있는 옆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은 잠시 땀을 닦으며 쉬는 시간을 갖는다. 잠시 조용한 블루스 곡이 흘렀다. 중년 남녀가 쌍쌍이 짝을 지어 진하게 서로 엉켜서 새로운 춤의 일종에 흐느적거렸다.

“처음이죠?”

깔보는 표정으로 힐끗 쳐다보며 먼저 앉은 여자가 물었다.

“아, 네. 친구의 소개로 처음…….”

“그래서인지 숙맥처럼 어색하군요.”

“그런데 이런 비밀파티는 왜 하지요?”

인영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내뱉었다.

“이런 파티는 삶의 활력소가 되며 지친 피로와 권태를 잊게 하지요.”

그들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지만 인영은 뭔가 음침한 분위기에 기분이 언짢았다.

“삶을 만끽하는 것이죠. 오늘도 즐겁게 이렇게 먹고 마시고 뛰고 신나게 사는 것이죠. 뭐 다른 것 있나요!”

체크무늬 나시 차림의 여자가 시니컬하게 내뱉었다. 잠시 후 영자가 화려한 파티 복을 입고 인영의 옆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여기 있었구나!”

영자는 그들에게 인영을 소개하였다. 두 여자는 힐끗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장소로 사라졌다.

“너를 우리의 프로덕션의 직원이라고 소개했어.”

“모두들 나와는 수준이 다르고 어색해!”

“괜찮아. 너도 이제는 파티 프로덕션의 일원인데 뭘!”

영자는 핸드백에서 초대장 모양의 종이를 꺼내면서 말하기 시작하였다.

“전번에 약간 설명을 하였지만 너에게 아주 적절한 일거리야. 여기에 적힌 주소로 초대장을 보내든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초대하여 회원관리를 해주는 거야. 때때로 분위기에 맞게 안부인사도 하고 이벤트 행사 광고도 하고 말이야.”

“그럼 집에서도 가능한 일이겠구나.”

“그렇지. 아이들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이 집에서 하기에 좋아. 컴퓨터가 필요하면 최신식으로 내가 한 대 보내 줄께.”

“일거리가 어느 정도인데?”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 지금 이곳에 초대된 인원이 몇 명이 되는지 인원 점검을 먼저 해 줘.”

또 한 번 자신이 영자의 시녀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성장을 한 영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찬란하다. 두 귀에 달고 있는 이어링이 반짝였다. 다이아몬드의 화려함으로 반지와 세트를 이루고 있었다. 얼굴은 아름답게 느껴지기보다 뭔가에 지쳐있는, 아득한 성을 그리며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듯, 알 수 없는 미묘한 음영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눈가의 길게 내뿜은 마스카라가 깜박일 때마다 플라스틱 마네킹처럼 굳어버린 듯 어떤 삶의 경직을 느꼈다.

영자가 악어 백에서 수첩을 내밀었다. 인영은 인쇄된 그들의 명단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직업은 사립대 교수, 의사, 기업인, 변호사, 공무원들이었다. 비교적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다. 파티장 내에는 여전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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