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째 지지율 최저치-비박 원내대표 당선, 청와대에 흐르는 무겁고 씁쓸한 기류


밝고 활기찼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일, 63번째 생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52년생)이 별다른 자축행사 없이 쓸쓸히 청와대 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비서진과 간단한 점심자리만 가졌을 뿐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생일축하 친필서한을 보내는 등 각국에서 축하메시지가 들어오고 있는 와중에도 무척이나 우울해보이는 모습이다.
 

"많은 분들이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는 이내 가시질 않는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생일을 맞아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들을 관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었다. 이보다 이틀 앞선 1월 31일에는 둘째 조카를 얻는 겹경사를 맞았었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께서는 (서향희 변호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축하 난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설 연휴 기간이어서 거기가(병원이) 복잡할 것 같아 직접 가지는 않았고, (산모의) 몸이 풀리고 나서 찾아가실 것 같다"고 전했다
 

평소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큰 아들 세현(10)군을 '보물 1호'로 꼽을 정도로 조카 사랑이 남다른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다.
 

첫째 조카인 세현군의 출산 소식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가문에 귀한 아이가 태어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었다. 자서전에도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세현이 재롱을 보며 많이 기뻐하셨을 것"이라고도 적은 바 있다.
 

▲ 지난해 여름에도 홀로 쓸쓸히 휴가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제공   

하지만 '비선(秘線) 실세' 논란 이후 동생 박지만-서향희 부부에 대해 "앞으로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는 보물과 같이 여기는 두 조카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갖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정홍원 총리와 김기춘 실장도 곧 떠나보내야 한다.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인사의 폭은 점점 줄어드는 형국이다.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측근 비서관 3인방 유임에 대한 악화된 여론과 연말정산 후폭풍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하며 집권 3년차에 접어들자마자 레임덕(lame duck)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1월 넷째 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1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9%p 하락한 32.2%를 기록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4주 연속 하락하면서 또 한 번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당청(黨靑) 갈등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비박(非朴·비박근혜) 진영의 유승민 의원이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향후 여당과 청와대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등 여권 내 권력지형이 상당히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이 주도하는 당청(黨靑)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유승민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와 같은 박근혜 정부의 기조를 대폭 수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대대적인 당청관계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친박(親朴)-비박(非朴) 맞대결 구도로 치뤄진 정면승부에서 승리한 만큼,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과감한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친박(親朴) 진영을 통해 목소리를 내온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가 한층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63번째 생일날, 레임덕(lame duck) 위기와 비박(非朴) 원내대표라는 불청객을 함께 맞이하게 됐다.

 

"牧 孑然孤立 一榻之外 皆欺我者也 明四目 達四聰 不唯帝王然也(수령은 혼자 고립되어 있다. 자신이 앉은 자리 밖에 있는 자들은 모두 나를 속이려는 자들이다. 사방을 살필 수 있도록 눈을 밝히고 사방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귀를 밝게 해야 하는 일은 오직 제왕만이 그러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 목민심서(牧民心書]) 중

 

지도자는 항상 외롭다. 일찌감치 부모님을 여의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지내왔기에 씁쓸한 63번째 생일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로움은 그 어느 때보다 짙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이 때를 계기로 소통을 강화하고 민심(民心)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집토끼와 중도층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쇄신과 변화의 길을 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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