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 효과에 소비지표 혼조…백화점·대형마트 매출 ↓, 카드·車판매 ↑
수출 감소에 디플레 우려 고조…고용도 부진 전망
 

[연합통신넷= 이진용 이상원 김태종 이광빈 김승욱 기자 ]  올해 경제가 증세와 복지 논란 속에서 불안한 출발을 했다.

올해 첫 달인 지난 1월 소비 속보 지표는 지난해 1월 설 효과 등으로 방향성을 알 수 없는 혼조세를 보였으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1년 전보다 감소했고 일자리 상황은 더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은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 막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8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주요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1월보다 15∼21% 줄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매출은 각각 15% 감소했고 롯데마트는 21.5% 감소했다.
 

이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에 설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 1월 매출은 1년 전보다 대폭 줄었다"면서 "정확한 추세는 설이 있는 2월 매출과 합산해 비교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 매출도 비슷한 추세다. 현대백화점은 5.5%, 신세계백화점은 3.6% 각각 줄었다.

1월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의 1월 내수시장 판매량은 총 11만1천620대로 5.0% 늘었다.
 

지난 1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액은 업계 전체적으로 2% 후반대의 증가세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카드사별로는 1∼5%대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은 불안한 출발을 했다. 지난 1월의 수출액은 453억7천만달러(잠정)로 작년 같은 달보다 0.4% 감소했다.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조업일수가 지난해 1월보다 1.5일 더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 감소율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밑돌았다"면서 "연초에 수출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물가 움직임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에 0.8%를 기록, 2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0.22%에 그쳤다.
 

정부는 국제 가격이 하락한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를 회복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도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1월 고용동향은 이달 중순에 나오지만 기저효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월 취업자 증가수는 70만5천명으로 상당히 많았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수가 지난해 53만3천명보다 낮은 45만명대로 예상하면서 특히 연초에 부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취업자 증가 수는 83만5천명이었고 3월에는 64만9천명이었다.
 

실물경기를 볼 수 있는 산업활동 동향은 지난해 12월 지표가 좋아 1분기에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비 관련 속보 지표들이 완전하게 집계되지 않았고 지난해 1월에 설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월 전체 수치를 집계해야 연초 경기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 진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에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하다"고 평가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적 거시정책 및 소비 여건 개선을 통한 안정적 내수 기반 확충, 맞춤형 일자리 대책 등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이고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가열되면서 정부 경기 활성화 대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논란 과정에서 복지 축소, 증세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증세·복지 논란으로 국가개조, 구조개혁, 경제활성화는 물 건너 가는 것 같다"면서 "할 일을 못하고 경제 현안들이 증세·복지 논쟁에 함몰되면 큰 일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재정 적자가 33조4000억원에 이르러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강화하고, 세입구조의 개혁이 필요 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한ㆍ일 재정구조의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33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때의 24조9000억원보다 크고, 2009년 금융위기 때의 43조2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재정적자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아직은 유럽연합(EU)의 건정재정 가이드라인인 3% 이내에 있지만 지난 2010년 1.0%에서 올해 2.1%로 증가추세에 있다는게 우려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26회의 회계연도 가운데 24회의 재정적자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적자(명목 GDP대비 -3.8%)를 기록한 후 적자폭이 일시 감소했다가 2012년부터 다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재정구조는 약 20여년을 시차를 두고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 이런 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위험에 대비 해야 한다는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김동열 정책연구실장은 "한국도 일본의 1990년대와 마찬가지로 플러스 경제성장 하에서 세수의 절대액이 감소하고, 최근들어 재정수입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으며, 부동산시장 침체로 재산세 세수의 감소가 두드러진다"며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복지지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약 2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GDP비중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최근 증가 추세에 있고 고령화의 빠른 진전에 따라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가 불안한 현 상황에서 증세라는 큰 수술 보다는 내수 활성화와 규제개혁,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등 경제구조 혁신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지지출이 급증하고 의무지출과 적자성 채무의 비율도 증가하면서 재정의 건전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재정 규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예를들어서 EU 가입조건의 하나인 '재정적자 -3% 이내, 국가채무 60% 이내'를 참고go '재정적자 -2% 이내, 국가채무 40% 이내' 처럼 구체적이고 엄격한 재정건전성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세입 구조의 개혁이 가장 먼저 추진되어야 하며, 세원의 투명성 강화, 과세 사각지대 해소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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