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영 언론과 지상파방송 이대로는 안되,.

24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박근혜 끄고 공정방송 켜자' KBS 본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조원들이 본관 1층에서 'KBS 부역자' 퇴진 요구하며 시위중 회사가 이를 막기 위해 앞 광장을 폐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사진= 트위터 인용)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24일 오후 7시,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100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하고 언론단체 비상시국회의가 주관한 '박근혜-언론 게이트 진상규명과 언론 부역자 청산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공영방송 KBS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영 좋지 못한 편이다. 지나친 북풍 몰이 보도, 청와대 및 정부여당 편향 보도 등으로 불신이 높아졌고, 대통령 비선실세의 헌정유린 사태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수십 수백만의 시민들이 모인 대규모 집회에서 취재진이 수모를 겪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KBS의 '공정방송'을 바라는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다.

최순실게이트로본 종편과의 언론모습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방송사 간 기자들의 위상을 흔들어 놓았다.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 수십년간 기득권을 누렸던 지상파 기자들은 자괴감에 빠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을 대중 앞에 끌어내는데 공헌한 JTBC·TV조선 기자는 영웅이 됐다.

실제 KBS·MBC 기자는 광화문 앞 촛불시위 현장에서 쫓겨나곤 했다. MBC 기자는 사명을 가려야 할 정도였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기자들에 표출된 것이다.

▲ 23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최순실 사태, 언론 보도를 논하다’ 긴급 세미나에서 지상파 기자와 종편·한겨레 기자 간 표정은 극명하게 달랐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주도한 TV조선과 JTBC, 한겨레 기자들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제보에서부터 기사화 시점까지 덤덤하게 서술했다. KBS·MBC 기자들은 자괴감과 침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세미나 자리에 함께한 언론학자들도 TV조선과 한겨레, JTBC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 7월 TV조선의 첫 보도로 시작한 최순실 게이트가 한겨레와 JTBC를 거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 한겨레신문 김의겸 국장, JTBC 김명원 탐사제작팀장이 나와 특종 발굴과 보도 과정을 전했다. 지상파 측에서는 KBS 정수영 기자, MBC 이호찬 기자가 나왔다. 청중이 사회자를 바라봤을 때 왼쪽에는 TV조선, 한겨레, JTBC 기자가 앉았고 오른쪽에는 지상파 기자들이 자리했다. 
 

세미나는 최순실 게이트 특종을 처음 보도한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의 회상으로 시작했다. 이 부장에 따르면 TV조선이 최순실의 실체를 제보 받은 때는 2014년말이었다. 정윤회 게이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던 때였다. 

이 부장은 최순실과 갈등을 빚게 된 고영태 씨와 만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주변 실세를 포착했다. 그는 이후 1년여간 고 씨와 수 차례 만나면서 밑그림을 그렸다. 그는 “보통은 작은 것을 취재하면서 실체에 다가가지만, 이번 건은 정점을 미리 알고 그 정점에 맞춰 아이템을 찾아가는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최순실을 등장시키기 위한 여건 마련을 위해 주변 아이템부터 보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후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 갈등으로 주춤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한겨레신문이었다. 김의겸 한겨레신문 국장은 “처음 관심사는 미르가 아니라 우병우였다”며 “한 취재원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의 중요성을 알려줬고 그때부터 취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도 이 부장과 마찬가지로 역취재 방식으로 최순실이란 존재를 드러냈다. 최순실이 사적 관계에 있는 인사들을 공직에 영입했던 사실을 차례로 보도했다.

결정적인 특종은 JTBC에서 나왔다. 태블릿PC에서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했던 증거들이 나오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퍼즐이 맞춰지게 된 것. 김명원 JTBC 탐사제작 팀장은 최 씨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 간 40년 묵은 관계를 파헤쳤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 최순실의 권력형 비리는 최태민 후손들의 국가 이권 개입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1년여가 넘는 시간을 최순실 게이트 취재에 투자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는 때까지 계속해서 보도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언론학자들은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의 보도가 아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함과 박 대통령을 둘러싼 최 씨 일가의 비리가 묻혔을 뻔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반면 KBS와 MBC 기자는 침통했다. 이들 기자들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묵살과 뒷북, 물타기로 일관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주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한 두 기자는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기자협회상을 수차례 받은 기자들이다. 보도에 있어서만큼은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더 컸다.

KBS 보도본부를 대신해서 나온 정수영 기자는 “결론만 얘기하자면 JTBC와 TV조선의 보도와 비교해 양적 질적으로 부족했다”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KBS는 묵살, 뒷북, 물타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정 기자는 KBS 내부 언론노조 노동조합 공정방송 감시 역할 간사를 맡고 있다. 

정 기자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총파업을 준비 중에 있고 기자 총회와 보도국장 사퇴 촉구를 위한 결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PD들도 촛불집회에 대한 특별 생방송 요구를 했고 이번주 토요일 촛불집회는 특별 편성 토론으로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언론 "진실을 위해 조금만 더 힘내 싸워 주십시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백희림 씨는 우리가 흔히 아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꺼내며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씨는 "보통 '양치기 소년' 교훈을 정직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들은 수업에서는 좀 달랐다. 소년이 처음 거짓말했을 때 사람들은 거짓이라는 걸 알았음에도 문제제기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3번 반복됐고, 결국 그 공동체는 와해됐다. 책임과 잘못이 공동체 모두에게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반값등록금 하겠다고 하면서 안 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겠다고 하면서 차갑게 외면한 것, 교과서 90%가 편향됐다고 하면서 국정교과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왜 거짓말하느냐' 하면서 먼저 끌어내렸어야 했다. 국가 시스템을 대통령에게 맡겨 놨던 것에 대해 언론도 우리도 책임이 있다"며 "공영방송이 국민의 것이었다면 세월호 7시간이 지금까지도 비밀일 수 있었을까. 7시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건, 2년째 국민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 씨는 "어떤 정치인이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던데, 우리는 촛불만 밝히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목소리 내는 것으로 우리나라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바람 그 자체다. 우리가 만들어낸 그 바람은 촛불을 끄는 게 아니라 박근혜를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군포시 흥진고등학교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은 공영방송 KBS를 '친구'로 비유했다. 그는 "드라마, 예능, 뉴스를 보며 TV는 제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하지만 그 친구에겐 새로운 친구가 생겼고 점점 변해갔다.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심지어 친구였던 우리에게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젠 배신자란 말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KBS·MBC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니 대표했던 언론이자 세상을 공정하고 진실된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공영방송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국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데 그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인가. 최순실 씨인가"라며 "국민이 원치 않는 언론, 비난하는 언론을 방송이라 칭할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고 국민의 뜻을 수렴하십시오. 언론은 진실된 뉴스만 전해 주십시오. 대한민국 모든 언론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진실을 위해 조금만 더 힘내 싸워 주십시오. 언론은 누구의 통제도 간섭도 없이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언론이 제 역할했다면 나라가 이 꼴 됐을까"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김수환 활동가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아 온 KBS이사회 조우석 이사(여권 추천)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활동가는 "조우석은 극우세력 토론회에 참여해 성소수자들을 향해 더러운 좌파라고 하고, 더러운 걸 더럽다고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했으며, 동성애자들의 최종 목표는 국가 전복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혐오, 에이즈 혐오, 빨갱이 혐오 등 소수자를 차별하는 전형적인 매카시즘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방송법을 보면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KBS는 모든 방송 중 공적가치를 수호해야 할 책임이 가장 큰 공영방송이고, 제 역할을 잘하는지 관리감독해야 하는 자리가 KBS 이사직이다. 그런데 본인이 앞장서서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는 조우석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퇴진 영등포 시민행동의 정재민 씨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사상 초유의 헌정유린 국정농단 국정마비 사태를 보면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면 나라가 이 꼴 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박근혜 정권은 무너지고 있다. 박근혜를 끌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 부역자들도 끌어내리자. 여러분들을 응원한다"고 언론인들을 격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앞서 진행된 민주언론상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의 도화선이 된 한겨레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이 상 받는 것을 봤다"며 "수백명의 기자가 있고 1조 넘는 매출이 있고 수신료를 6000억 받는 KBS는 뭐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KBS 보도 간부들은 '최순실이 측근 맞냐, 증명해봐라' 이러면서 보도 통제하고 은폐하고 늑장·부실 보도했다. 이런 게 가능했던 것은 한 가지다. 바로 KBS 내에 수많은 부역자들이 있고, 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역자를 공영방송 안에 있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 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시점이고, 그게 마지막 남은 임무라고 본다.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단체 비상시국회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리는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 문화제'를 연다.

[투쟁결의문]

공영방송 KBS의 주인을 다시 생각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KBS 보도참사에 대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결의문-

‘최순실’ 국정 농단 뉴스가 연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 나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기세다. 종편에서 시작돼 또 다른 종편에 의해 결정타를 맞은 박근혜 정권은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있다. 그런데 공영방송임을 자처해 온 우리 KBS마저 이번 사태 속에 갈지자걸음을 하며 비틀거리고 있다. 한 때 가장 신뢰가 높고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은 KBS이었건만 지금은 저잣거리의 술안주처럼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시청자들로부터는 ‘종편에 수신료를 내는 게 낫겠다.’는 소리까지 들을 만큼 지탄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KBS는 그동안 무얼 했는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KBS는 사실 확인과 진실 규명보다는 정부와 검찰, 정치인들의 주장과 발표를 받아쓰는데 급급했다. 용산 철거민 참사, 4대강 사업,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백남기 농민, 위안부 합의, 사드 문제에 이르기까지 ‘공정과 중립’을 가장한 채 진실과 의혹을 파헤치기보단 사태를 호도하고 봉합하는데 앞장섬으로써 ‘권력의 주구, 청와대 구내 방송’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결국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청와대와 정치권력 앞에 서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공영방송 KBS의 초라한 민낯이 온 국민 앞에 드러났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건만, 그동안 KBS가 섬김 것은 청와대 권력이었음을...

공정과 중립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권력을 대변하고 사태를 호도하기 위한 술수였음을...

의혹을 파헤치고 사실만을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실은 진실 앞에 마주하기엔 너무 나약하고 무능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사실 우리도 싸웠다. 새노조를 만들고 3번의 파업과 숱한 징계를 무릅쓰고 싸우고 또 싸웠다. 세월호 사태 속에선 ‘기레기’ 소리까지 들어가며 싸웠고, 잠시 기쁨도 있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싸우기보다 타협했고, 침묵했고, 회피했다. 결국은 시민들이 KBS를 향해 ‘제2의 최순실’, ‘공동정범’, ‘함께 기생한 집단’이라는 비난을 쏟아내도 우린 지금 아무런 대꾸조차 할 수 없다.

이제는 ‘면목이 없다, 죄송하다’라는 외침조차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이번이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KBS의 사명을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단호히 저항해야 한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이 취재와 보도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청와대의 방송장악 보도통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행동해야 한다. 또한 향후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와 ‘관심 돌리기’ 등과 같은 내·외부의 온갖 얄팍한 시도와 술수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대처하고 응징해야 한다. 그것만이 KBS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용서를 구하는 길이다.

2016년 11월 1일, 오늘. 우리는 공영방송인이자 언론인의 사명과 존재 이유를 스스로에게 다시 물으며 오직 주인인 국민이 원하는 행동에 착수할 것을 선언한다. 우리는 권력이 아닌 진실의 편에 설 것이며, 진실을 가리는 모든 개입과 지침에 맞서 싸울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 침묵하고 외면한 KBS 부역자들은 즉각 사퇴하라!

둘째, ’최순실 보도참사 관련 7대 제언‘을 즉각 취재하고 보도하라.

셋째, 언론 통제, 보도 개입, 인사 개입 의혹을 밝힐 국회 청문회를 즉각 개최하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 일동은 이번이 국민이 준 마지막 이 소중한 기회로 생각하고 위 세 가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어떠한 형태의 투쟁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하며, 국민의 방송 KBS,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으로 바로 서는 날까지 줄기차게 싸워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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