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가 되는 길
 

 
사진=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여러분의 새 해 소망은 무엇인지요? 저도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하나의 서원(誓願)이 있습니다. 저의 그 서원은 다름 아닌 성자(聖者)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성자란 무엇인가요? 성자는 모든 번뇌를 끊고 바른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지요. 그리고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성자의 길은 멀고 험합니다. 그 멀고 험한 성자의 길을 조금 쉽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세상에 길 없는 길은 없습니다. 그 길을 우리 원불교의 경산(耕山)종법사님께서 신년법문을 통해 세 가지 길을 제시해주신 것입니다.

 
첫째, 본래 갖춘 덕성(德性)을 길러가는 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다 덕스런 자비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것을 복덕성(福德性)이라고 하며 무한히 갖추어져 있는 자기 자신의 근본 복전(福田)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덕성이 치열한 경쟁과 이기심으로 인하여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의 발달로 물질은 풍요로우나 오히려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갖추어져 있는 덕성을 찾아 길러가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친 탐욕에서 벗어나 밖으로만 치달리는 마음을 멈추어야 합니다. 자기 내면의 본성에 계합하여 덕성이 저절로 발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또 내 안에 있는 은혜의 샘터를 발견하여 풍성한 자비의 주인공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자비의 화신이 되고 은혜를 소유하게 되어 늘 낙원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훈훈한 인정(人情)을 넓혀 가는 것입니다.

올해는 국민들의 삶이 더욱 어려운 한 해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힘든 세상일수록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인정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는 인정을 베풉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울타리를 점점 넓혀 나가면 낙원세상의 영역도 확대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중시해 온 도덕의 근본 역시 인정미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었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어려운 이웃을 돌보아주고 고통을 함께 나누며 희망을 심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한 발 양보하여 메마른 이웃들의 마음을 촉촉하고 훈훈하게 감싸줌으로써 온정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합력(合力)으로 성공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무수한 생명체와 무량한 만물은 협동 속에서 생존하는 존재입니다.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이 얽혀 있기에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 되고 받는 것이 곧 주는 것이 되는 이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이치를 자각하여 상생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의 중심이 되는 곳에 힘을 모아주는 대 합력의 정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간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천지자연의 관계에 있어서도 깊이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될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원천인 천지자연을 인간중심의 개발 대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커다란 재앙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천지자연을 상생의 관계, 은혜의 관계로 대전환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 다 함께 성공하는 대 합력의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어떻습니까? 성자가 되는 길이 무척 쉽지 않은 가요? 이 세 가지만 우리가 갈고 닦고 실행하면 누구나 성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인도의 마가다국 수도 라자가하에 ‘뿐나’라는 부잣집 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뿐나는 주인마님의 지시에 따라 밤새도록 쌀을 빻고 있었습니다. 땀이 줄줄 흘러내려 주체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땀을 식히려고 잠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산등성이에 환한 불빛을 받으며 수행자들이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이 뿐나의 눈에 보였습니다. 무심히 바라보다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요. ‘나는 하녀라서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하느라 잠을 못 자지만, 저 수행자들이야말로 아무런 걱정 근심도 없는 몸인데 왜 잠들지 않고 있는 것일까?’
 

 
다음날 아침, 뿐나는 마을로 탁발하러 내려오신 붓다에게 조촐한 아침공양을 올리며 지난밤의 궁금증을 여쭈었습니다. 붓다는 대답합니다. “뿐나여, 그대는 힘들게 일하느라 밤을 새웠지만, 그 수행자들은 위없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정진하느라 밤늦도록 잠들지 않았다.” 그리고 붓다는 게송을 읊었습니다. “언제나 깨어 있고/ 밤낮으로 배우며/ 그 마음을 닙바나(열반)로 향하면/ 번뇌는 사라진다.”
 

 
뿐나는 담담히 이 게송(偈頌)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담마빠다> 주석서에는 뿐나가 이때 성자의 첫 번째 단계에 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예가 성자가 된 것이지요. 뿐나는 세상이 열두 번 바뀌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노예계급입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부터 그렇게 계급을 정해놨다고 <리그베다>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차별에 저항하는 짓일랑은 애초부터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 계급사회 인도의 상식이요 진리였습니다.
 

 
죽을 때까지 노예로 살아야 하는 뿐나로서는 당연히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뿐나가 성자의 첫 번째 단계에 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사회적 지위가 덩달아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뿐나가 세상의 다른 면을 봤다는 사실입니다. 주인이 시키는 일을 하느라 밤을 새우는 것만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진리를 추구하느라 밤을 새울 수도 있다는 걸 안 것입니다. 뼛속까지 노예였던 그녀에게 이 깨달음은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인도 사회가 수천 년 역사의 무게로 그녀를 노예계급으로 내리눌러도 뿐나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뿐나는 자신의 성스러운 가치를 회복하고 성자가 된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성자가 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뿐나와 같이 우주의 진리를 깨달으면 성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 우주의 진리란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진리>인 것입니다. 우리 올 해에는 모두 이 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성자가 되는 길을 달려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1년 1월 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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