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라이프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즐기는 이른바 ‘혼술’ ‘혼밥’ ‘혼영’ ‘혼쇼’ ‘혼행’ 등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혼족’ 문화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혼밥’은 혼자 밥 먹는 사람들, ‘혼술’은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 ‘혼쇼’는 혼자 쇼핑하는 사람들, ‘혼행’은 혼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말하지요.

이웃나라 일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식당이나 술집의 1인석이 우리나라에도 본격 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 2010년 23.9%에서 3.3% 증가한 27.2%를 기록하여 가장 많은 가구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유행에 따라서인지 새 해 들어서는 ‘욜로 라이프(YOLO Life)’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은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의미이지요. 미래보단 현재의 나에게가 ‘욜로(YOLO)’입니다.

말 그대로 ‘한 번뿐인 인생이다.’라는 말이 욜로 라이프(YOLO Life)인 것입니다. 지극히 현재 지향적인 소비에 탐닉하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지극히 현재지향적인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 말은 혼자 캠핑카를 끌고 아프리카를 여행 중인 한 여성을 대단하다고 칭찬했더니 그 여성이 "You Only Live Once"라고 답했다는 데서 시작 되었다고 합니다.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라는 삶의 철학이자 본인의 이상향을 향한 실천을 중시하는 유행입니다. 즉, 무한경쟁시대에서 미래를 향한 기대를 접은 현대인들이 부르짖는 절망의 외침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지요.

욜로는 남이 아니라 자신,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입니다. TV의 한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욜로’는 여행이나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게 욜로 열풍의 한 단면이라고 했습니다.

불황이 길어지자 사람들이 한 번뿐인 인생의 가치에 눈을 뜨고 한층 자기 주도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1인 가구, 싱글족의 급증과 ‘나’를 위로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소비 유행인 셈이지요. 노후 걱정 속에서도 연휴 때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북적이는 공항, 월급이 적다고 걱정하면서도 고급 커피나 수제 햄버거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모습이 이 ‘욜로 라이프’라는 설명이 왠지 서글픈 감정이 드네요.

‘혼자라도 괜찮아’ 정도로 퍼져 나갔던 ‘혼밥’ ‘혼술’이 이제 어엿한 식문화 중 하나가 된 것입니다. 커피전문점들은 1인 손님을 위한 바(bar) 형태의 긴 테이블을 늘리는 추세고, 혼자 오는 고객을 위한 고기 집 등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특히 2030년엔 19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전체 민간 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입니다.

‘욜로 라이프’를 말하는 전문가들은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해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감소하자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보다는 ‘지금 나를 위한 소비’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이 유행이 ‘대책 없는’ 소비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적절히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래서 결국 ‘건강한 미래’로 연결시키는 그런 유행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욜로’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를 독려하기 위해 코믹하게 만든 2분짜리 영상에 ‘욜로’라는 말이 등장한 후로 다시금 화제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본래 ‘욜로’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입니다. 주로 대화 중 주제를 전환할 때 던지는 말이었지요.

그런데 이 ‘욜로’가 2011년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에 등장하며 “인생은 한 번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는 의미가 재조명되면서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내일만 보고 살아 왔습니다. 어떤 불이익이 발생할까 봐, 더 힘들까 봐,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까 봐, 후회할까 봐 등,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며 엄격한 사회적 규준에 자신을 맞추려 했습니다. 이제 내일만 바라보며 살던 사람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순간순간에 충실한 소비를 지향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먼저 짚어야 할 점은 ‘욜로 소비’가 충동구매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욜로 소비는 물질적인 것보다 비물질적인 소비, 즉 경험을 중시합니다. 보통 여행이나 학습이 주요 콘텐츠를 이루고, 획일화된 라이프스타일을 탈피하는 움직임이 소비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욜로는 단순한 물욕을 채우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의 이상향을 향한 실천인 것이지요. 예컨대 충동 소비로 물건 하나 샀다고 삶이 달라지진 않지만 전세금을 빼서 세계여행을 가는 건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꿔놓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욜로 족’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현재적인 욕구에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계획적인 소비보다는 그때그때의 욕구와 관련된 소비활동을 더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욜로 족’은 미리미리 계획해 두지 않아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놀면서 돈 버는 법을 강구하는 콘텐츠 창조자들이 욜로 라이프의 선두주자입니다. 이들은 틀에 박힌 취업시장을 뒤로 하고 취향이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직업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며 다방면에서 ‘지금 나 하고 싶은 대로 산다.’라는 가치를 전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인간은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인생이 외톨이 늑대처럼 홀로 살면 그 인생이 얼마나 피폐할까요? 아무리 ‘욜로 라이프’가 유행이라도 저는 언제까지나 우리 덕화만발 가족들과 더불어 살며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만들고 싶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월 5일
 
덕 산 김 더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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