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혹한 속 박근혜 퇴진 제13차 촛불집회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13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재벌도 공범이다며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삼성, 롯데, SK 앞으로 향하는 '광화문구치소' ‘박근혜 즉각퇴진 및 조기탄핵 제13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국정농단 및 정경유착 관계자들 처벌을 촉구하며 ’광화문구치소’를 끌고 종로와 을지로 부근 SK, 롯데, 삼성 건물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올해엔 꼭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절박합니다.” 매서운 추위에도, 쏟아지는 눈발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1월의 마지막 촛불은 밝게 빛났다.

▲ 촛불시민, 삼성 이재용 구속 촉구 ‘박근혜 즉각퇴진 및 조기탄핵 제13차 범국민행동의 날’인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종각 부근 옛 삼성타워앞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며 구속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함박눈이 내렸던 2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종각 삼성타워 앞에서 촛불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이 부회장의 가면을 쓴 연기자가 수갑을 찬 채 삼성타워 앞에서 보신각사거리에 있는 모의 철창 안으로 들어가는 퍼포먼스였는데, 마치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환호하는 시민들이 몰려 정작 연기자가 한동안 철창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였다.

 

21일 ‘박근혜 즉각 퇴진 조기탄핵 13차 범국민행동의 날’행사를 주최한‘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총 32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참여했다.

분노한 촛불시민들, 지난 주말보다 2배 많은 35만 명 운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갇힌 곳은 한때 삼성생명이 소유했던 종로타워 앞 '광화문 구치소'다.

21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3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 본 대회를 마치고 행진에 나선 촛불시민들은 종로·남대문로를 이용해 롯데백화점 앞을 거쳐 종로타워 앞 종로1가 사거리에 닿았다.

시민들이 "이재용을 구속하라", "유전무죄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파란색 수의를 입고 이재용 부회장 가면을 쓴 이가 모형 감옥인 광화문 구치소 앞에서 섰다. 광화문 구치소에는 삼성 로고와 함께 '박근혜와 공범 이재용 구속', '강압 아닌 뇌물 이재용 구속' 펼침막이 나붙었다.

곧 '촛불구속영장 선고문'이 울려 퍼졌다. 퇴진행동 관계자가 방송차량 위에서 낭독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 사실은 다음과 같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대가로 최순실 및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하여 국민연금에 수천억의 손실을 끼쳤다. 삼성 경영승계를 돕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청와대 수석이 수첩에 받아 적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관리본부장에게 합변 찬성을 도우라고 전달했다.

그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은 코레스포츠와 220억 상당의 계약을 체결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을 출연했으며, 스포츠영재재단에 16억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정유라 지원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 위증했다. 뇌물은 회삿돈 96억을 횡령해서 마련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갈취해서 뇌물로 갖다 바친 것이다.

삼성은 앞장서서 간접고용 노동자를 고용하고,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하청업체 노동조합을 파괴했다. 국민들에게 갈취한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운 대통령과 삼성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이번에는 2008년 삼성특검처럼 면죄부를 주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명령으로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 촛불의 명령으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한다."

▲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선 박근혜 즉각 퇴진 및 조기탄핵을 위한 ‘13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설치한 ‘광화문구치소’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의 등신대가 갇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뛰다 지쳐… 헬조선 바꾸자”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설맞이 촛불’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촛불집회에선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불평등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화여대에 재학중인 양효영씨는 본 집회에 앞서 열린 ‘사전발언대’에서 “정유라 부정입학 사태는 금수저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에 만연한 불평등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태”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한다는 최수연씨는 “예전엔 청소노동자인 내가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내가 대통령보다 사회에 훨씬 더 도움 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최씨는 그러나 “우리가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저축도 하기 힘든 형편”이라며 “다음 정권에선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올려 모든 노동자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집회에 참여한 김준호(50)씨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다 지친 이들이 이곳에 모인 것 같다”며 “자녀들은 평평한 운동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이 곳에 함께 왔다”고 했다.

 

▲ 21일 오후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제13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시민들이 재벌구속 퍼포먼스를 벌이며 행진하고 있다.

 

강추위 속 뜨겁게 타오른 시민들의 분노

본 집회 들어서자 시민들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퇴진행동 대표발언을 통해 “3개월이 넘게 이어진 촛불의 힘으로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 기각은 재벌독식, 승자 독식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재벌 총수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퇴진행동 법률팀 김상은 변호사도 “이번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돈도 실력’이라고 한 정유라의 말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예술인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주도한 혐의로 이날 새벽 구속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전문 배급사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박대통령과 남은 부역자들은 처벌하고 양심적으로 일하다 피해를 본 공무원들에겐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8시부터 기존 코스였던 청운동 일대와 헌법재판소 인근 외 새롭게 추가된 태평로 삼성본관빌딩, 을지로 롯데 본사, 종로 SK 본사 등 대기업 본사를 향한 길을 따라 일제히 행진을 시작했다.

▲ 그림 4친일 발언 논란으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했던 문창극 전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맞불집회에 참석해 무대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맞불집회’ 발언대 선 문창극 “조의연에 박수”

보수단체들도 도심 곳곳서 ‘태극기 집회’을 열고, “박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쳤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대회(탄기국)’가 주최한 ‘맞불 집회’ 발언대에 선 문창극(68)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킨 국회 등을 향해 “어둠의 세력이자 망국의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탄핵은 원천 무효”라고 강조한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를 향해선 “박수를 보낸다”고 치켜세웠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조 판사는 그저 정상적인 일을 했을 뿐”이라며 “최근 비정상적인 일이 많으니 정상적인 일만 해도 박수가 나온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다음주 토요일 쉬기로 한 촛불집회를 의식한 듯 “구정(설날)에도 모이자”고 외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호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게 현장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응원 편지를 써 집회 장소 한 쪽에 마련된 ‘대통령께 러브레터 보내기’ 부스에 모았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또 다른 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5시쯤 대한문 앞으로 이동, 탄기국 집회에 합류했다. 탄기국 측은 이날 집회에 15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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