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뮤지컬 '영웅', 안재욱의 '장부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린다.

[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뮤지컬 ‘영웅’의 프레스콜 행사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 행사에는 안재욱, 정성화, 이지훈, 양준모, 리사, 박정아, 정재은, 허민진(크레용팝 초아), 이지민 등 전 출연진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시연을 펼쳤다.    
    
▲ [사진=뮤지컬 '영웅', 안재욱의 '장부가']
 
세 발은 한 노인을 명중시켰고, 다른 세 발은 각각 그 주위에 있던 잘 차려입은 인사들을 향했다. 세 발을 맞은 노인은 이토 히로부미, 여섯 발의 총을 쏜 사람은 안중근이다. 그는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제거하기 위해 철저한 감시를 뚫고 하얼빈 역 잠입이라는 목표를 이룬다. 이토 히로부미에게 세 발을 명중시키고, 혹시 그를 오인했을지 몰라 그 주위에 있던 세 명의 인사들에게 각각 한 발씩을 쏜 것이다.

애초 그에게는 일곱 발의 총알이 있었지만 그는 마지막 한 발을 쏘지 않았다. 그것이 자살을 위한 것이냐는 법정 질문에 안중근은 “나의 목적은 한국 독립과 동양 평화에 있다. 이토에게 사적 원한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 나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자살은 생각지도 않았다.”고 답한다. 이처럼 죽음을 걸고 거사를 치르는 순간에도 침착했고, 일본 법정에서도 기개가 대단했다. 안중근 의사의 일화를 그린 뮤지컬 <영웅>이 공연 중이다.

 

뮤지컬 무대에 오른 안중근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른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안중근기념사업회로부터 제작을 의뢰받아 5년여의 준비 끝에 2009년 초연되었다. <영웅>의 뮤지컬 작업은 <명성황후>를 제작한 윤호진의 총 지휘로 이루어졌다. <영웅>은 1909년 2월 11명의 동지들과 왼손 약지를 자르며 독립운동의 뜻을 다졌던 단지동맹부터, 1910년 3월 의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순간까지를 기록한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를 암살한 후 러시아 경찰에 잡히면서도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현장의 사람들에게 조선 독립을 위한 의거임을 알렸다. 그리고 일본 판사와 검사, 변호사, 일본 방청객으로만 이루어진 법정에서도 대한민국 참모중장으로 대우해 줄 것을 당당히 주장했으며,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이유를 열다섯 가지를 들며 당당히 밝혔다.

 

사형이 확정되고 뤼순 감옥에 머물면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서전격인 <안응칠역사>와 그의 사상서격인 <동양평화론>의 저술에만 힘을 쏟았다. 그의 당당한 태도와 기개는 일본인 간수를 감복시킬 정도였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 의사의 일화를 무대에서 재현한다. 초연 당시 창작진과 배우들은 하얼빈 현지를 두 차례 방문해 현장답사를 하며 안중근 의사의 역사적인 흔적을 살폈다. 하얼빈 역사와 판결이 이루어진 재판소, 그리고 뤼순 감옥을 둘러보며, 군인이자 사상가였고, 애국자였던 그의 흔적을 작품에 담아냈다.

첫 곡 ‘정천동맹’은 안중근과 11명의 동지들이 독립운동의 의지를 굳건히 하는 다짐을 보여준다. 1막 마지막 부분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할 계획을 다짐하는 ‘영웅’은 담대한 그의 기개가 웅장한 선율로 울려 퍼지는 곡이다. 그리고 2막의 ‘누가 죄인인가’는 일본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이유로 밝힌 열다섯 가지 항목을 노래로 만든 곡이다. 그는 조목조목 이토의 죄를 들며 과연 누가 죄인인지 묻는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픽션이 가미된 부분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설희라는 인물이다.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로 설정된 설희는 황후의 마지막을 잊지 못하고 일본에 복수를 하기 위해 제국익문사 요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이토의 곁에 머물며 복수의 기회를 엿본다.

또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안중근을 돕는 중국인으로 만두집을 경영하는 왕웨이와 그의 여동생 링링을 등장시킨다. 왕웨이와 링링은 안중근을 지키려다 죽음을 맞게 된다. 안중근의 거사에는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많은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한다.

뮤지컬 <영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대 메커니즘이다. 이토가 하얼빈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실물 크기의 기차가 공중에 떠서 이동한다. 실제 기차 세트와 조명을 이용해 순식간에 기차 외부에서 객차 내부가 보이는 등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무대 메커니즘을 선보인다. 이토에게 발각된 설희가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역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립군과 일본 경찰이 쫓고 쫓기는 추격 장면은 야마카시(맨몸으로 건물과 창문을 건너뛰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기술을 이용해 박진감 넘치는 추격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영웅>의 안중근 역에는 초연부터 참여한 정성화와 7년 만에 다시 영웅으로 서는 양준모 이외에도 새롭게 안재욱, 이지훈이 참여해 각자의 <영웅>을 만들어간다.
sharp22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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