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흥수 기자]한마디로 현시대상의 반영이다. 요즘 현대 워킹맘과 시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 기본적인 여성상의 패턴은 변함이 없다.

다만, 일의 영역들이 하나둘씩 변동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신사임당의 가치는 그 시대 정신을 초월해서 주체적인 여성상의 자아를 형성하는 밑거름을 만들었다는데 있는 것이다.

요즘 드라마, 소설, 역사서, 미술 여러 영역에서 바이러스처럼 유행하는 신사임당의 열풍은 기존의 여성 이미지에서 탈피한 현대의 슈퍼우먼 콤플렉스의 발로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던 완벽한 인물이었고 거기다가 시, 그림, 글씨에 다재다능한 능력까지 지금 같은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절실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생각해본다. 왜 지금 신사임당인가? 자녀교육에 살림, 직장일까지 동시에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한국 여자들의 숙명과도 같은 고단한 삶을 500년 전 우리나라 대표 어머니의 표상인 신사임당을 통해서 아직도 만연해 있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남성 중심의 기형적 사회 구조에 일침을 가하고 거기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자아실현과 자기만족이라는 양 날개를 여성들이 스스로 펼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시대적 사명과 책무를 이루려는데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신사임당은 동시대의 아이콘 일수 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선 유교 사상의 고루한 지배구조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 본연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주장하고 더 나아가 진취적인 멀티플레이에 가까운 활동을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한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논리성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세대를 초월하고 아우르는 한발 앞선 사고와 행동으로 개척자적인 新 사고의 소유자인 것이다.

드라마 ‘사임당’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이탈리아에서 사임당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수진방 일기’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 전개된다.

서지윤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사임당의 비밀을 풀어내는 형식을 띄고 있다. 현대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서지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어느 정도 우리 사회에서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팩트의 정석이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독특한 사임당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현모양처 사임당의 이야기를 통해 윤리적 교훈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틀에 박힌 이미지에 가려 보여지지 않았던 천재적 여류 화가로서의 전체적인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신사임당만큼 존경받은 여성도 드물다. 그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몇몇 쟁쟁한 경쟁 후보가 있었지만 여성 최초로 고액권인 오만원 화폐 도안 인물로까지 이어졌다. 그녀의 삶은 50년이 채 안 되지만 그녀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은 5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화가로 유명했던 사임당이 부덕의 상징으로서 존경받게 된 것은 사후 1백년이 지난 17세기 중엽이다. 조선 유학을 보수화로 이끈 인물인 송시열이 사임당의 그림을 찬탄하면서 천지의 기운이 응축된 힘으로 율곡 이이를 낳았을 것이라는 평가에서 비롯됐다. 율곡이 유학자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자 사임당은 천재화가보다는 그를 낳은 어머니로 칭송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학적 가치가 정점에 이른 18세기에 더욱 올라 마침내 그녀는 부덕과 모성의 상징으로 변화. 형성되어져 갔다.

사임당의 일생을 돌아보면. 현모양처 이전에 화가로서 그리고 효녀로서도 휼륭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이미지는 조선이라는 전통유교시대에 기득권을 가진 남성 지식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었다. 따라서 화가라는 자신의 일생보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삶이 더 부각됐다.

이는 사임당을 부덕의 상징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게 한 면이 있으나 한편으로는 사임당의 정체성을 프레임에 고정화시킨 결과가 됐고, 다양한 렌즈로 그녀를 바라볼 수 없게 만든 요인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신사임당이 어떤 여성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런지 그녀의 부덕 보다는 현대적 멀티플레이어적인 예술가로서 추구했던 한 여성으로서의 삶이 다각도로 재조명되기를 한번 기대해 본다.

이흥수 기자, lhsjej70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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