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이자벨에게, “이자벨, 난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에요. 내 감정을 털어놔도 괜찮다는 걸 몰랐죠. 이제는 말할게요. 내 섬과 내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게 와준다면 평생 보살펴줄게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좋은 남편이 되겠습니다. 나만큼 야누스가 마음에 들길 빌어요.”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톰은 외딴 섬의 등대지기를 자원한다. 전쟁의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사람을 피해 외딴섬의 등대지기로 지원한 ‘톰’은 광활한 바다에 둘러싸인 채 조용한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자신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이자벨’을 만나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면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결혼 뒤 외딴 섬에서 둘만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사랑으로 얻게 된 생명을 2번이나 잃게 되면서 상심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파도에 떠내려 온 보트 안에서 남자의 시신과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고 ‘톰’은 모든 일을 상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간청에 이를 묵인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가슴으로 품은 딸과 함께 완벽한 가정을 이루면서 평화를 되찾는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 친엄마 ‘한나’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지키고 싶은 사랑과 밝혀야만 하는 진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이 영화는 드라마틱한 상황 속에서 사랑과 진실, 그리고 선택이라는 잔인한 운명과 거세게 충돌하는 세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친자식처럼 돌봤던 아이를 잃게 될 상황에 처한 톰과 이자벨,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의 아기를 누군가 몰래 키워왔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친엄마 한나‘, 생전 처음 보는 친엄마에게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까지...남의 아이를 몰래 키운다는 양심적 가책과 아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던 톰은 결국 자신을 희생하면서 양심과 사랑을 모두 지킨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 <바다 사이 등대>는 지난 2012년 출간된 M.L. 스테드먼의 소설로 가슴 아프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 독자와 비평가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원작의 풍경이 주는 강렬한 힘과 전쟁의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 무엇보다 사랑과 진실 사이에서 도덕적 경계의 끝으로 내몰린 한 커플의 시대를 초월한 로맨스가 시앤프랜스 감독의 마음을 강하게 이끌었다고 한다.

특히,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영화 속에서 등대가 하나의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야누스 섬을 등대를 찾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소설 속 등대를 재현키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의 등대를 300곳 이상 둘러보던 중, 결국 뉴질랜드 남섬의 북동부 쪽에 위치한 쿡 해협에서 등대지기의 오두막과 그 아래에 위치한 정원까지 갖춘 캡벨 곳 등대를 찾아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등대와 그 너머로 펼쳐진 암초를 본 시엔프랜스 감독은 야누스 등대를 찾았다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오는 8일 개봉.

이준석 기자, whoplu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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