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 반 호브 연출, 네덜란드 토닐그룹 암스테르담 제작, 연극 ‘파운틴헤드’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지금 세계 연극계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연출가 이보 반 호브(Ivo van Hove)이 네덜란드의 토닐그룹 암스테르담과 함께 연극 ‘파운틴헤드(Fountainhead)’로 두 번째 내한한다.

지난 2012년 LG아트센터에서 작품 ‘오프닝 나이트(Opening Night)’를 통해 영화와 연극, 현실과 드라마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놀라운 연출력을 과시했던 이보 반 호브는, 영국의 영 빅 씨어터와 함께 만든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A View from the Bridge)’으로 2015년과 지난해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의 ‘작품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가장 각광받는 연출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보 반 호브가 이번에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작품 ‘파운틴헤드’는 구 소련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아인랜드(Ayn Rand)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연극 ‘파운틴헤드’는 온전히 자신의 재능과 의지를 바탕으로 그 어떤 기득권 세상과의 타협도 거부한 채 투철한 소명의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건축가 하워드 로크를 통해 창작의 본질과 인간의 진정한 자유의지는 과연 무엇으로부터 나오는가를 묻는 작품이다.

번영을 구가하면서 앞다투어 더 높이 마천루를 세워 올리던 1920~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관습에 대한 순응, 다수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만의 신념과 예술적 가치관에 따라 건축가로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주인공 하워드 로크의 폭풍 같은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이와 함께 그와는 대조적으로 사회적 평판과 성공에 매달리면서 오로지 야망으로 점철된 길을 걷는 건축가 피터 키팅, 과거의 전통적인 건축디자인들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며 명성을 쌓아온 건축기업가 가이 프랭컨, 이타주의의 가면을 쓰고 대중을 조종하는 지식인 엘스워스 투히, 대중과 영합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재벌 게일 와이낸드 등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킨다.

이들이 구축해놓은 굳건한 시스템을 상대로 하워드 로크는 건축가로서의 소명에 따라 고독하고 모험적인 투쟁을 펼쳐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내면에 뜨거운 열정과 이상을 지닌 여인 도미니크와 불꽃 튀는 사랑을 나눈다.

이 작품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이보의 손을 거치면서 하나의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서로 간에 얽힌 복잡한 관계와 욕망 안에서 각자가 가진 인간적인 고뇌와 그 당위성에 몸부림치는 다층적 인간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이보는 각 개인이 가진 고민과 입장을 여러 관점에서 동일한 무게를 가지고 보길 원하면서, 그 안에서 아인 랜드가 꺼내놓은 거대한 철학적 주제인 개인의 자유와 집단 이익의 충돌, 자본주의 안에서 객관주의에 대한 가치 등에 대한 논란보다는 진정한 창작의 본질에 대한 물음에 보다 방점을 찍는다.

2014년 6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된 ‘파운틴헤드’는 그 해 여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선보여지면서 찬사를 받았다. 러닝타임이 4시간에 달하는 이 대작은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과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을 지닌 주인공 하워드 로크의 고고한 결단과 행동의 궤적을 흥미롭게 따라가며,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창작의 본질이란 무엇이고, 예술적 진정성이란 무엇인지, 전통과 혁신, 개인의 자유의지와 이를 구속하는 집단주의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등 작품을 관통하는 방대한 철학적 질문들과 마주한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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