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훈 칼럼니스트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원칙을 세워 놓고 있다. 첫째, 상대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의 비전과 실현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고 후벼 파고들어 이기고자 하는 아주 못된 발상을 더 많이 하는 후보(진영)에게 감점을 준다. 둘째, 망국적 적폐 대상인 좌우 간, 진보ㆍ보수 간, 지역 간,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을 더 많이 부추기는 후보에게 역시 감점을 준다.

3년 동안 수장돼 있다가 뭍에 올라온 거대한 세월호의 흉물스런 모습은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주는 듯하다.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나라 꼴이 어쩌면 상처투성이 세월호의 운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세월호의 세월이 말해주듯이 선택을 잘못한 탓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을 우리는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 그 고통스러운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리고 대선에 임해야 한다.

더욱이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에게는 우리의 삶의 터전인 이 사회를 하느님 뜻에 합당하게 가꾸어야 할 중요한 책무가 있다. 우리나라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면 그 책임은 단지 나라의 지도자에게, 사회의 지도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국민이자 이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한 우리 신앙인들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탓도 크다. ‘나는 제대로 했는데, 너로 인해 이렇게 됐다’는 남 탓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으며 신앙인의 자세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안팎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편으로, 대내적으로 산적한 과제들을 제대로 처리하고 해결해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기는커녕 마치 구멍 난 풍선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엉뚱한 곳에 처박힐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 주변의 격변하는 국제 정세 또한 이 나라를 우리 의도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토네이도의 소용돌이 속에 빨아들여 내팽개쳐버릴 수도 있다.

이 시기에 우리 교회와 신자들은 부활 대축일을 맞았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부활은 단지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난 사건이 아니다. 사랑과 자비의 길을, 진리와 정의의 길을,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한없는 자기 낮춤과 비폭력의 길을 끝까지, 죽음에 이르기까지 간 예수의 삶이, 불의와 거짓과 폭력에 패배한 듯이 보이는 예수의 삶이 승리하는 삶임을 하느님께서 확인해 주신 사건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고 우리를 하느님과 화해하게 하셨다. 온 인류가 당신을 머리로 하나 되게 하셨다.

물론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이번 대선 과정이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진리와 자비와 정의와 사랑과 자기 비움의 길을 가신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는 과정에 비길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그리스도 신자 여부를 떠나서 그리스도께서 가신 그 길을 좀 더 가깝게 닮고자 노력하는 후보에게 가산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나의 셋째 원칙이다.

그래서 누가 십자가 죽음에 이르는 그 길을 끝까지 더 힘을 내서 가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리스도를 더 닮은 후보가 당선되어 함께 부활의 노래를 부를 때까지. 그 당선자와 온 국민이 함께 화해와 일치,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를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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