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38회

애인

“남자들은 직장에서 퇴근한 후 곧 바로 집에 돌아가는 성실파가 아니라면, 대부분 애인과 따로 만나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지. 그들은 그것이 삶의 비타민과 같은 것이라고 여기고 있어. 그런데 여자들만 집구석에서 그런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야 하니?”
“여자는 왜 그렇게 남자를 기다릴까!”
“그러니까 무료하게 사는 거야! 나도 애인이 생기고 나니까 나를 하나의 매력 있는 여자로 보아주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뒤흔들어 놓는지 모른다!”
“너도 애인 하나 만들어 봐! 요즘 애인 없는 여자는 능력이 없다잖아. 아마 네 남편도 분명히 직장에서 애인과 놀아나고 있을 거야!”
“그럴 리가! 그는 너무 바빠…. 설마 남편이…!”
애춘은 자신에게 냉담한 채성을 떠올려보았다. 갑자기 불안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너에게 말할까 하다 그냥 접어두었는데 전번에 나, 네 남편과 함께 하는 여자를 모델하우스 전시회장에서 만났어. 있잖아? 주택개발지구 아파트 모형을 고르려고 들렸는데…, 일산으로 이사를 할까 아니면 새로운 모델의 아파트로 이주할까 하여 난 한 동안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정신없이 쫓아 다녔거든! 그런데 네 남편이 미모의 여인을 곁에 끼고 나타났단 말이야!”
“응, 여비서야!”
“눈치가 여간 다정스레 보이지 않았어! 그 여비서 말이야 눈 꼬리며 입가의 미소며 남자 몇 명은 호리겠더라. 요염하고 섹시하고 거기에다 현대여성의 감각을 겸비한 세련미가 흘렀어!”
애춘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지만 잠잠히 듣기만 했다. 가슴이 터지는 듯 떨렸다.
“너도 답답하게 남편에게만 집착하지 말고 눈을 들어 좀 더 멀리 세상을 바라 봐! 연애 한 번 해 봐, 실컷 질릴 때까지…, 진짜 연애만 해보는 거야!”
소영은 자신의 '비타민의 시대'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동창회에서 한 남자를 서너 번 만났다. 대학교 때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였다. 그는 돈이 많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희라는 친구와 결혼했다. 아들 둘을 두고 있어 가정이 안정된 편이었다. 직장도 통신사에 다니며 탄탄대로였다. 젊은데 이제 곧 부장으로 승진도 되고….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그는 사랑을 잃어 외로워했다. 자신의 이상형의 여자가 바로 소영이었다고 고백하면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말에 소영은 마음이 설레었다. 사실 남편한테 그런 얘기나 설레는 느낌을 받은 것은 결혼할 때뿐이었다. 이후는 서로가 생활의 노예로 전락한 듯, 빛바랜 애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학창시절 자신에게 보낸 그 눈길과 어루만지던 사랑의 몸짓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소영은 그때의 매력적인 여자가 된 것처럼 단숨에 연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자신을 주목하고 여왕처럼 바라보며 흠모함을 받는 사랑받는 존재에 생동감이 솟아났다.
소영은 그 기질이 학창 시절부터 연애대장이었다. 많은 남자와 교제했지만 애석하게도 정작 결혼은 부모님의 소개로 중매결혼을 했다. 남편은 성실한 구청 공무원이었다. 그녀는 커다란 경제적 파탄의 어려움 없이 꼬박꼬박 남편이 갖다 주는 월급으로 생활해 왔다. 그런데 남편이 가정에만 틀어박히고 너무 꼼꼼하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당신 지갑의 카드 내놔 봐요!”
남편은 소영의 신용카드를 모두 가위로 잘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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