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40회

애인

드디어 마음에 결단을 내려 자기 선언을 했다. 이제부터는 자신을 존중하며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기로 작정했다. 소영이는 오후의 무료한 시간에 컴퓨터의 동영상을 다운 받았다. 남녀가 서로 얽혀 정사하는 음란한 동영상이었다. 처음에는 과격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여겨 얼굴 붉히며 금방 꺼버렸다. 그러나 자신의 호기심과 음심은 자꾸 그 채널로 향했다.

너무도 변태적인 것에 질려 순수 러브씬을 주제로 한 그런 남녀의 사랑의 비디오테이프를 구입하려고 돌아다녔다. 마침 집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만화대여점 겸 추억의 비디오를 아주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 가계 안에 들어섰다.
“로맨틱하고 애로틱한 것 있어요?”
사십대의 주인남자는 그녀를 흘깃거리며 여러 종류의 비디오 테이프를 진열대 위에 펼쳐 보였다.
그 중에는 포로노가 몇 장 있었다.
“아주 야한 것도 괜찮아요!”
남자는 매춘녀가 들어왔구나 하고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주문한 비디오테이프를 검은 비닐봉투에 담아주며 자신을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것을 파는 네깐 놈도 다를 것 없지 뭐야!’

영화'비포 선라이즈' 의 한 장면
그녀는 문밖으로 나오면서 사나이의 뒷통수를 보고 뇌까렸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감미로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그 비디오테이프를 작동시켰다. 그녀가 꿈꾸던 그런 남녀의 에로틱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미남자와 유부녀의 정사장면…! 신음하며 저돌적이며 과격한 장면들이었다. 그것을 보며 남편에게 가하고 싶은 폭력을 대리 만족했다. 자신의 원초적 본능을 마음껏 업그레이드한 것이라 흥미롭고 즐겁게 탐닉했다. 그것은 한낮의 무료를 달래기 위한 충분한 위로감이 되었다. 그는 남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보고 난 후, 즉시로 모두 망가뜨려 휴지통에 버렸다.

그 후 소영은 남편 앞에서 말씨도 행동도 함부로 하며 거칠어졌다. 남편도 아내의 행동이 거세진 것에 놀라며 수상쩍어 했다. 이제 남편에게 뺨을 맞고 말대답을 하고 달려들었다. 급기야는 싸우고… 때리고…. 이혼이란 말이 불거지고….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쌓였던 그녀에게 동창회 파티에서 애인을 만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매우 획기적인 전환의 기회였다. 그녀의 외로움과 갈증을 씻어줄 단비처럼 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예뻐졌구나…!”
황홀한 그의 찬사는 자신을〈사랑받을 만한 여자〉로 다시 부각시켰다. 그와의 몇 번의 식사 파티에서 껴안고 블루스를 추고 술도 마시고 마음껏 데이트하다가 급기야 소영이는 옛 애인의 앞에서 뜨거운 정욕에 사로잡혀 옷을 벗었던 것이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수백 번 다짐을 해도 마치 수렁에 빠진 것처럼 그 남자의 품에서 떠날 줄 몰랐다.
“이제 곧 정리하고 돌아가야지!”
쓸쓸히 힘없이 뇌까리면서 소영은 자신의 집을 향하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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