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42회

애인

원래 집착이 강한 애춘은 이제 새로운 구비조건으로〈외모〉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소영이의 방문 이후 새로운 것에 눈을 떴다. 남편에 대한 불만과 욕구갈등을 이제 직장생활을 통해 잊어버리기로 했다. 이제 비대해진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거기에 맞게 명품으로 예쁘고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며 직장에 출근하는 것은 삶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자신이 학생 앞에서나 동료교사들 앞에서 돋보이는 듯 기분이 우쭐하기 시작했다.

학교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채성은 사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자신을 회피했다. 무료한 밤은 길고 길었다. 애춘은 채성을 기다리다 지쳐 TV를 켰다. 심야토론 시간이었다. 아나운서가〈송문학 박사〉라고 중년남자를 소개하였다. 표정이 온화하고 선량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지금의 자신의 고독을 이야기하면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도와줄 것 같은 묘한 정감이 느껴졌다. 그는〈모델하우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 현대인은 너무도 외롭고 고독하게 살고 있지요. 모든 것을 다 소유한 것 같이 보이지만 실은 내부는 텅 빈 집과 같이 무료와 고독한 가운데 방황하고 있습니다. 영화감독 켄 로치는〈빵과 장미〉라는 영화에서 '우리는 빵을 원하지만 장미도 갖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생활하는 생존만으로는 삶을 지탱할 수 없는 듯합니다. 삶을 생동감 있게 이끌어 갈 원동력! 그것이 곧 마음의 장미입니다. 내부의 의미 있는 것들, 내적 가치관을 저는 마음의 장미라고 하고 싶군요. 기쁨, 사랑, 열정, 아름다움, 선행, 보람….안타깝게도 우리 현대인들의 마음에는 텅 빈 집처럼 의미가 상실되어 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날로 포악해지고 살인하고 미움과 다툼, 자살…. 화려한 모든 구비조건을 갖춘 멋진 모델하우스를 찾아 대궐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의 내부의 집은 이처럼 흉측하고 삭막하기 이르데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의 모델을 연구하며〈모델하우스〉를 재건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마음에 장미가 활짝 핀 모델하우스…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애춘은 혼자 뉴스나 토크쇼를 시청하다가 피곤하여 소파에 쓰러져 잠이 들 때가 많았다. 채성은 저녁은 거의 밖에서 먹고 들어왔다. 이제 남편과는 각 방을 쓴 지가 오래 되었다. 장애춘의 육체는 딱딱한 돌덩이처럼 굳어져갔다. 어렸을 때부터 어루만짐으로 단련된 그녀의 육감적인 육체는 서서히 냉기로 비틀어져갔다. 그야말로 집에서 돌보지 않아 외롭게 시들어가는 화분속의 나무 같았다. 소영이의 말이 계속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 네 남편도 직장에서 젊은 아가씨와 2차 3차까지 갈 거야. 그 여비서와 말이야!”
“요즘 애인 없으면 바보 취급당한다는 거, 너 알고 있니?”
세뇌하듯 소영이의 말이 쟁쟁히 울려왔다.
“그래, 소영이 말이 옳아! 남편은 황혜란과 놀아나고 있는데 나만 이 꼴이란 말인가!”
애춘은 벌떡 일어나 냉장고의 문을 열고 맥주를 따라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래, 채성만이 남자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남편으로부터 받지 못한 애정의 출구를 발견한 듯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난, 아직 젊고 매력적이다. 외모도 요즘은 좀 뜯어고치면 된다. 나도 황혜란처럼 멋진 여자다! 이제 직장에서 나의 삶을 좀 행복하게 보내도록 하자. 직장에서 애인 만들기도 해보고 모든 남성들을 나의 애인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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