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공성신퇴(功成身退)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을 이루고 나면 물러난다는 뜻이지요. 이 말은 노자(老子)《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데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고, 대체로 보아 머무르지 않기에 공도 떠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라는 말입니다.

즉, 자연은 결실(功)을 이룩하더라도 그 공(功)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자연의 무위적인 흐름처럼 노자는 “성인은 어디에든 머물지 않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거두어들일 것도 없다. 자연은 온갖 만물을 낳으면서도 그것을 소유하지 않고, 자연은 온갖 만물을 보살펴 주면서도 그 베푼 결과에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울 때 힘을 보태는 것보다 공을 이루고 난 뒤 물러서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서운함과 아쉬움이 마음 한 곳에 바람처럼 스며들 때 물러날 때를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람이라면 대의(大義)를 위해 마음 편하게 전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힘을 쓴 다음 미련 없이 물러나는 마음이야 말로 대인(大人)의 심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옛날 한신(韓信)과 장량(張良)은 둘 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을 도와 한나라를 창업한 일등 공신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안 장자방(張子房) 장량은 병을 핑계하여 장가계(張家界)로 들어가 여생을 신선처럼 살았습니다. 반면 물러날 때를 모른 한신은 불행한 최후를 통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유명한 고사를 남기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나아갈 때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물러날 때를 아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공직자는 그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시간에 있어야 그 가치가 극대화되고 최고의 공적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역할을 다하여 대중으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았으면 족한 것이지요. 공직자는 국민들을 우러러 맑은 눈으로 바라보지 못할 때, 그리고 스스로 정상에 올랐다고 느낄 때 물러나야 합니다. 또한 공인으로서 자기의 몫을 다하지 못하였을 때, 사익을 우선하여 공적가치를 훼손하게 되었을 때, 공사를 막론하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때, 리더로서의 한계를 느낄 때 과감히 떠나야 그간 쌓았던 공적도 살아남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문 대통령의 대 탕평인사(蕩平人事) 원칙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라고 합니다. 또 ‘친문패권주의’ 논란이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새 정부의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국정운영 운신의 폭을 넓혀주겠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3철’은 취임 이후 오히려 대통령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3철은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호철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말합니다.

당초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거론됐던 양 전 비서관은 16일 지인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잊혀 질 권리’를 허락해달라면서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 · 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 달라. 비선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양 전 비서관은 행여 제기될 수 있는 비선실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이호철 전 수석도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페이스 북을 통해 “정권교체는 이뤄졌고 할 일을 다 한 듯하다”며, 이제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고 미국출국 소식을 전한 바 있습니다. 현재 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전해철 의원의 경우 법무부 장관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지만 의정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新)친문’의 대표적 인사로 꼽혔던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 북 페이지를 통해 “인재가 넘치니 비켜있어도 무리가 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습니다. 최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 등 요직을 맡았고 비문 진영으로부터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려왔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청와대와 국회를 오가며 대통령 수행 · 보좌 역할까지 해온 김경수 의원도 조만간 국회로 복귀한다고 합니다.

이들 최측근이 줄줄이 빠져나간 자리는 당 안팎의 새로운 인사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박원순 맨’으로 불리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김수현 사회수석의 청와대 입성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수현 전 의원이 임명됐습니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의 핵심 인사도 곧 청와대에 입성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름다운 퇴장은 박수칠 때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 시기를 놓치고 자리에 연연하거나 미적거리면 아마도 ‘팽(烹)’ 당하기가 십상일 것입니다. 공을 이루고 물러날 때의 징조가 있습니다. 그 겨울이 오는 징조 중 8가지를 알아봅니다.

1. 사소한 실수가 큰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

2. 오해가 생겼는데 해명을 하려 해도 일이 더 꼬이기만 한다.

3. 예전엔 감히 나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던 사람이 은연중 나를 무시한다.

4. 믿었던 사람이 믿음을 배신하고 의지가 되었던 사람이 떠나간다.

5. 평소에 익숙하고 수월하게 처리되던 일도 이상하게 꼬인다.

6. 무엇인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다.

7.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해도 꼭 돌발사태가 생긴다.

8.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경우가 자주 생긴다.

어떻습니까? 이 겨울이 오는 8가지 징조가요? 그러나 이것은 하수(下手)들의 깨달음입니다. 상수(上手)들은 아예 공을 세운 후 초연하게 아름다운 퇴장을 하는 것입니다. 상수는 마음이 발라 천하의 마음이 정(正)으로 응합니다. 그리고 천하의 마음이 화(和)로 응해 결코 토사구팽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5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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