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제44회
 

애인
 

“1번 교무부장, 2번 연구부장, 3번 특활부장, 4번 진로부장 그렇게 넷이서 모두 한 통속이 되어서 교장을 끼고, 학교를 저희들끼리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말이오!”

“허, 교장도 우리 같은 남생이가 뭐가 좋겠나. 이왕이면 여선생이 훨씬 춘심을 일으키고 좋지 않겠나?”

“맞아, 회식할 때 봐, 서로 교장의 옆자리에 앉으려고 저희들끼리 야단이던데 뭘!”

“그것들이 모여서 민지선 선생님을 괴롭힌다더군. 그 선생님 얼마나 순수하고 진실하셔!”

“맞아, 저희들보다 잘나고 똑똑하고 예쁘니까 배 아파서 그렇지!”

“무식한 것들! 그저 아부에 능하고 윗사람 비위 맞추고 접대 잘해주고…, 그래서 교무부장 되고 교감되는 것 아닌감! 십년이 지나도 교과서 외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무식쟁이야. 그 수준에서 어떻게 사람을 보는 눈이 있으며 제대로 사람을 알아보겠나!”

“조직사회에서 살아나려면 어쩌겠나! 적당하게 알랑방구 하면서 살아야지. 그게 사회의 생리가 아닌감!”

애춘은 그들을 통해서 학교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왜 민지선 선생님을 괴롭히나요!”

“교장이 사람 알아보는 눈은 있었던지 민 선생을 저희들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민 선생을 시기하는 거지.”
“아, 저희들하고 같나, 민지선이?”

“자기네들하고 잘 어울리지 않고 수준 낮은 장애춘과 어울린다고 수군대더군”

“어떻게 맑은 물이 구정물에 섞이겠으며 백로가 까마귀들과 섞이겠는가!”

“맞습니다. 역시 강 선생이라니까!”

애춘은 그 말에 승리의 쾌재를 올렸다.

“부장도 권세라고, 쥐꼬리만한 권세를 가지고 행세를 하더구만!

“그래도 끄떡하지 않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사는 민지선 선생님을 볼 때 참 대단하셔요!”

“거기다 여교감도 민 선생을 은근히 학대하더구먼. 저보다 아는 것도 많고 모든 것에서 뛰어나니까 얄미운 거야!”
“<나보다 잘난 여자는 용서 못해〉그게 여자들의 특징이지.”

“그런데 사장님 부인이라서 돈이 많아 좋겠어요. 강남에 아파트는 몇 채나 가지고 계세요? 저하고 춤 한 번 추실까요?”
▲영화, 애인의 한장면
심정수가 그런 학교생활에는 관심 없다는 듯 화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애춘은 그를 바라보지 않고 계속 눈을 피했다. 옆의 강석진이 그를 데리고 왔던 것이다. 심정수는 음흉한 눈빛으로 애춘을 바라보며 수작을 걸었다.

그러나 애춘은 왠지 그 남자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의 성희롱적인 언사, 음흉하고 유치스런 모습들, 왠지 혐오감이 밀려왔다. 그는 마치 자신이 허우대 좋은 아랑드롱이라도 된 듯 자부심을 가졌다. 자신의 외모에 여자들이 넘어갈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눈웃음을 쳤다.

애춘은 다른 남선생의 품에 돌아가면서 안기며 부루스를 진하게 추었다. 어떨 때는 자신이 그들의 몸에 밀착해 끌어안았다. 마치 남성의 기운을 자신의 몸에 흠뻑 적셔 육체의 굶주림을 밧데리에 저장하듯 흡입했다.

덕분에 비싼 고급요리와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그들은 자동적으로 하나의〈아카데미〉의 아지트가 되었다. 마치 모이를 던져주는 곳에 모여드는 선량한 비둘기 떼라고나 할까! 그들은 단 개인적으로는 애춘을 만나지 않았다.

그걸 담보로 그들 스스로도 떳떳이 여기는 듯했다. 그들 중 흑심을 품고 돈 많은 애춘에게 의도적으로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심정수가 미지수였다. 그들은 단지 던져주는 모이를 주워 먹고 날아가는 성실하고 착한 비둘기 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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