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과 악담

▲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법구경(法句經)》에 ‘마음을 다스려 입을 조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나옵니다. 대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그에 대해 별로 신뢰를 하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말에는 우리가 모르는 늪이 있으며 가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내뱉는 수많은 말들 중에 진정으로 옳은 말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침묵이 미덕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침묵만을 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가려서 생각하고 가려서 하는 말은 그 말에 대한 가치와 순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부처님 ‘본생 담(本生談)’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왕이 있었지요. 그 왕은 입만 열면 그 옆에 있는 신하들은 단 한마디도 말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본 왕의 스승이 ‘어떻게 하면 왕의 저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왕이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지붕위에서 거북이 한마리가 궁전의 뜰로 떨어졌던 것입니다.

 

왕이 그것을 보고 그의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하늘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떨어졌습니다. 어떤 연유입니까?” 왕의 스승은 골똘히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탁 쳤습니다. “옳거니. 이 기회가 바로 왕의 버릇을 고쳐주어야 할 때다.” 지혜로운 스승은 조리 있고 사려 깊게 궁전에 거북이가 떨어진 연유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왕이시여, 이 거북이는 하늘을 나는 백조와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거북이는 늘 하늘을 나는 백조가 부러워서 자신도 하늘을 날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거북이의 간절한 소원을 듣자 백조는 거북이에게 저 높은 히말라야 산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거북이의 입에 막대기를 물린 다음 그 양끝을 두 마리의 백조가 잡고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았던 거북이는 혼자 무슨 말을 중얼거리다가 그만 입에 물고 있던 막대기를 놓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거북이는 지상으로 떨어지고 말았지요. 바로 이 거북이가 그 거북이입니다. 왕이시여, 이렇듯이 지나치게 말이 많은 사람은 언젠가 스스로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스승의 말을 들은 왕은 그제야 그 뜻을 알아차리고 지나친 말을 삼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대개 말은 또 다른 말을 낳고 그 말이 씨가 되어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게 됩니다. 입이 있다고 해서 생각 없이 함부로 던지는 말은 분명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경전에서조차 입을 무겁게 하라는 것은 그런 깊은 뜻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말은 아낄수록 무거워지며 남에게도 더욱 진실하게 보이는 법이지요.

 

좋은 말은 향기와도 같습니다. 또한 남에게 위안이 되며 행복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향기와도 같고 행복의 원천이 되는 말을 우리는 덕담(德談)이라 합니다. 덕담은 ‘상대방이 잘되기를 빌어 주는 말’이나 ‘잘되기를 빌어 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덕담의 반대는 악담(惡談)이겠지요. 악담은 남을 비방하거나, 남이 잘못되도록 저주하는 말입니다.

 

‘침 뱉은 우물을 다시 먹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은 좋거나 싫거나 남의 말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주고받은 말은 반드시 그 사람에게 되돌아가는 법이지요. 그러니까 말을 주고받을 때, 좋은 덕담이면 약이 되지만, 헐뜯고 깎아 내리는 악담이면 반드시 독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는 말입니다.

 

덕담은 사랑을 낳고, 우정을 다지며,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그래서 덕담하는 사람은 복을 받고, 악담하는 사람은 화를 입습니다. 그게 바로 인과의 법칙 아닌가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연소한 친구를 만나면 ‘올해에 꼭 과거에 합격하시오’ ‘승진하시오’ ‘득남하시오’ ‘돈 많이 버시오’ 등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축하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또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웃으면서 ‘새해에 안녕하시오’하고 서로 좋은 일이나 경사를 들추어 축하합니다. 예컨대 ‘아들을 낳으시오’ ‘병을 나으시오’ ‘사업이 잘되시오’라는 등 상대의 바람이 성취되라고 덕담을 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걸음으로 모든 야당 사무실에 일일이 찾아간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중 한 정당의 대표는 그에게 “준비된 후보라더니 헛구호가 아니더군요. 다른 사람들을 앞지르는 기세에 놀랐습니다. 그 힘으로 좋은 정치를 펼쳐주실 것을 믿습니다.”라는 덕담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말을 하는 사람, 듣는 사람, 그걸 보는 국민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덕담이 지나쳐 아부로 이어지면 바로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농축산식품부 장관이, 지금은 파면되어 구속되어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강화도에서 그 분이 직접 물 주신 논에서만 벼가 평년작보다 제일 잘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 말은 ‘박비어천가(朴飛御天歌)’라고 비난을 샀습니다. ‘육룡이 나르샤’로 시작되는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으로 쓴 첫 가사(歌辭)입니다. 정권찬양물의 대표적인 이름이지요. 그래도 용비어천가는 전제군주제인 조선 때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인 오늘날 국민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그 아부 성 말에 속이 메스꺼워지지 않을까요?

 

언론이나 또는 특정 정치인이 대통령을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그 정권을 옹호하는 논조를 보이면 ‘용비어천가’를 부른다고 합니다. 새로 대통령이 뽑히자, 여러 인사나 일부 신문 방송들이 그동안 퍼부었던 악담과는 다르게 문대통령에게 지나친 찬양을 하는 조짐이 더러 보입니다, 대통령이 잘하면 박수를 보내면 됩니다. 그리고 그 정책이 더욱 잘 되라고 마음을 모으면 됩니다. 정치를 잘하는 것은 대통령의 다반사(茶飯事)가 아닌가요?

 

요즘 문대통령의 시정(施政)을 보면 감짝깜짝 경탄의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나 지나친 덕담은 바로 악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본말(本末)과 선후(先後)가 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눈앞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영원한 장래를 놓고 보아 근본에 힘을 쓰면, 자연 온 국민의 칭송을 받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推仰) 되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5월 2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