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게이합창단 '지보이스' 정기공연

'선게이서울' 엔딩곡 공연사진 /ⓒ권애진
'선게이서울' 엔딩곡 공연사진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사회의 많은 공간에서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는 성소수자들이 함께 모여 당당함을 노래하는 게이합창단 ‘지보이스’의 제14회 정기공연 <선게이서울>이 지난 21일 소월아트홀에서 함께 모인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들에게 위협에 맞서서 더 높고 뾰족한 담을 쌓는 대신, 더 낮고 투명하고 유연한 울타리를 만들기 위한 염원을 담은 아름다운 합창 공연을 선사했다.

“한 줄로 세우는 저들의 질서를 넘어 가로질러 간다 우리의 길로”

'선게이서울'의 사회를 맡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 대표이자 망원댁TV 유튜버, 2005년부터 14년 동안 쉬면서 활동해 온 이반지하, 오랜 기간 풍부한 표정과 수화통역으로 수어를 도와주고 있는 정원갑 수화통역사 /ⓒ권애진
'선게이서울'의 사회를 맡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성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 대표이자 망원댁TV 유튜버, 2005년부터 14년 동안 쉬면서 활동해 온 이반지하, 오랜 기간 풍부한 표정과 수화통역으로 수어를 도와주고 있는 정원갑 수화통역사 /ⓒ권애진

공연의 오프닝은 특이하게 ‘엔딩크레딧’이라는 곳으로 시작하였다. 공연의 제목 <선게이서울>은 60년대 후반부터 91년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성인오락잡지인 ‘선데이서울’ 당시의 게이커뮤니티 공간부터 시작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올해 정기공연은 지보이스와 친구사이 커뮤니티 안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홍대와 종로를 어우르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퀴어풍물패 ‘바람소리로 담근 술’이 함께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다.

공연의 엔딩곡으로 선보인 ‘아이고투종로’는 전설적인 게이 아이콘이었던 ‘쥬디 캘런드’의 딸과 잠시 결혼생활을 했던 피터 앨런의 대표곡 중 하나 ‘I Go to Rio’를 지보이스만의 색깔로 재탄생시킨 곡으로 후렴구에는 유로팝의 대표주자 발티모라의 ‘타잔보이’ 후렴구가 삽입되었다. 피터 앨런와 발티모라는 HIV 감염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다. 지금은 에이즈도 관리만 하면 되는 만성질환으로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의학적 한계와 함께 정치적, 도덕적 굴레까지 덧씌워진 질환으로 게이 커뮤니티 내부에 큰 위기를 초래했던 질환이었고 아직 인식과 편견의 전환 또한 쉽지 않고 있다. 이 곡을 통해서 지보이스는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공동체로 살아남았는지 그런 의미들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선게이서울' 포스터 /(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포스터 /(제공=지보이스)

- MINI INTERVIEW -

1. 몇 년 전에는 패기와 귀여움으로 가창력을 커버하는 듯 했다면, 언젠가 부터는 노래도 꽤 하는 '지보이스'가 된 듯합니다. 공연 내내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합창단 '지보이스'에 대해 알려주세요.

'선게이서울'의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 낸 지보이스 단원들 단체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의 흥겨운 무대를 만들어 낸 지보이스 단원들 단체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지보이스 음악감독 ;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것)하고 노래 부르는 지보이스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내 소모임으로 2003년 국내 최초의 성소수자 합창단으로 창단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하고, 매년 정기공연을 열고 있으며, 각종 사회이슈에 대해 고민하면서 여성, 장애, 이주민, 철거민, 노동 등 각종 분야에서의 활발한 연대공연을 실천하고 있는 자칭 인권운동계의 아이돌입니다.

우리는 노래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합니다. 성소수자들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편견, 인권, 일상,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스스로 노래를 창작하거나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테크닉과 규모, 전문성이나 예술성을 가진 노래와는 또 다른 감동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노래를 못하더라도 우리는 미모다? 춤이다? 모다?!

성소수자들의 끼와 발랄한 노래를 한 번 들어보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노래 못하는 합창단’ 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발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라 자부합니다) 지보이스의 음악 활동은 전통적인 합창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술, 영화, 연극, 국악 등과 합창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관객상과 2017년 들꽃영화제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던 ‘위켄즈(감독 이동하, 2016)’,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었던 ‘변칙판타지(작/연출 정은영, 2016)’,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형제봉 가는 길(작/연출 임흥순, 2018)’ 등 여러 작가들과 함께 한 작품은 아래 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는 사실 음원도 있고, 유투브도 있답니다.

‘2017 위켄즈 OST’, ‘2019 앨범 고백,2012’. 싱글 ‘종로의 기적’, ‘컹그레츄레이션즈’ 등 창작곡들을 앨범으로 발표하고 있고 여러 음원사이트에서 감상이 가능합니다. 저희 유투브는 아직 올해 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희 음원과 유투브(‘지보이스 티비’) 모두에 많은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답니다!

지보이스의 활동은 다양한 곳에서 당당하게 펼쳐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계속해서 그러할 것입니다.

2003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내 코러스모임 ‘G_Voice 지보이스’창단

2003년 민가협 주최 ‘제15회 인권콘서트 다섯가지인권이야기(장충체육관)’ 출연

2006년 제1회 지보이스 정기공연 ‘Santa comes to G_Voice town.(종로2가 반쥴)'개최

2007년 퀴어문화축제 기념 특별 공연 ‘클럽 지_보이스(ESTC소극장)’ 개최

2007년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 문화제(홍대앞 라브리스)

2007년 지보이스 제2회 정기공연 'Gayful Sunday(상상마당 라이브홀)' 개최

2008년 지보이스 제3회 정기공연 'Naked(아트선재센터 아트홀)'

2009년 지보이스 첫 미니앨범 ‘벽장문을 열어’ 발매

2009년 스톤월 축제 기념 공연(대구 제우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

2009년 제 4회 지보이스 정기공연 ‘삔꽂는 날(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 대극장)’

2010년 제 5회 지보이스 정기공연 ‘벅차게콩그레츄레이션(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 대극장)’

2010년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학교졸업식 축하공연(가톨릭 청년회관 CY홀)

201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별이벤트 퀴어나잇(핑크홀) 출연

2011년 ‘아이다호데이 기념 지보이스 거리공연(대학로 마로니에공원 TTL 공연장)’

2011년 서울인권영화제 개막식 축하공연(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TTL 공연장)

2011년 지보이스 출연 다큐멘터리 ‘종로의기적(감독 이혁상)’ 전국 개봉

2011년 지보이스 작은 음악회 ‘유랑하는 비주류의 외침(홍대앞 두리반 마당)’

2011년 제2차 희망버스와 함께 하는 ‘퀴어버스' 참가 및 난장 공연(부산한진중공업 앞)

2011년 제 6회 지보이스 정기공연 ‘동성스캔들(안국동 씨네코드 선재)’

2011년 서울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농성 및 문화제 참여.

2012년 제4회 베토벤바이러스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협연(모짜르트 대관식미사, 서울여성플라자아트홀 봄)

2012년 위안부피해여성을 위한 프로젝트 '이야기해주세요(상상마당)' 특별 출연

2012년 디지털 음원 '종로의기적', 'Congratulations' 공개

2012년 제7회 정기공연 '체인G(서울아트시네마)'

2013년 김조광수 김승환 ‘당연한 결혼식(청계천 광통교)’ 출연

2013년 지보이스 10주년 기념공연 '열애(마포아트센터 대극장)‘

2014년 지보이스 9회 정기공연 '밝힘(마포아트센터 대극장)‘

2014년 19금퍼포먼스 릴레이 참여

2015년 대만 Hand in Hand(아시아성소수자합창페스티발, 대만국립예술대) 참가

2015년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세월호 가족 안산-팽목항 도보행진 ’팽목항문화제’ 공연

2016년 변칙판타지(정은영 작,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출연

2016년 지보이스 정기공연(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체관람가’

2016년 광화문 촛불문화제 시민합창단 참여

2016년 지보이스 주연, 친구사이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위켄즈(Weekends)’ 개봉

2017년 제2회 서울 Hand in Hand(아시아성소수자합창페스티발, 마포아트센터)공동주최

2017년 한여름밤의 빨간음악회(HIV/AIDS 감염인 인권콘서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출연

2017년 지보이스 정기공연 ‘입맞춤(영등포아트홀)’

2017년 EBS 다큐프라임 철학하라 1부 '너희는 왜 우리를 미워하는가' 참여

2017년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_공동체아카이브 전(일민미술관) 참여

2018년 장애여성공감 20주년 기념행사(서울 여성플라자) 출연

2018년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행사(보신각 앞) 출연

2018년 임흥순 감독 ‘개성공단’전(문화역서울284) 영상 출연 및 합창

2018년 지보이스 기획공연(정기공연) ‘폭풍공감(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2019년 지보이스 앨범 ‘고백’ 온라인 출시

2019년 도쿄 Hand in Hand(아시아성소수자합창페스티발,나가노 제로홀)

2019년 부천역 마루광장 문화다양성주간 ‘다같이 가치’ 공연

2019년 지보이스정기공연 ‘선게이서울(소월아트홀)’

2. 지보이스의 정기공연은 매 번 주제가 뚜렷했습니다. 올해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예년 공연보다 많이 차분해지고 처연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공연의 곡들을 어떻게 선정하고 준비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선곡 및 기획의도는 지보이스에서 정리해 주셨습니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① G-Spot

소수자 정체성을 갖고 있는 커뮤니티에서 ‘공간’이란 어떤 가치를 갖고 있을까요? 혹은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하는 걸까요?

사회의 모든 공간에서 차별과 혐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오늘날 한국의 성소수자들에게 공간이란 무엇보다 ‘안전함’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하는 건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다른 장소에서 누리기 어려운 해방감, 또한 같은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생기는 소속감, 공간을 통해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는 자존감의 고취 등도 의미 있는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종로 3가는 게이커뮤니티가 ‘우리의 공간’이라고 생각해 온 곳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젠트리피케이션의 몸살을 앓고 있는 종로는 우리에게 어떤 곳일까요?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②우리 집에 왜 왔니?/초대

사실 한국 게이커뮤니티의 역사는 종로3가를 제외하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게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되기 전 변태, 여장남자, 오까마, 호모, 보갈, 이반 등의 이름으로 명동의 극장과 의상실, 충무로, 신당동 등지에서 은밀하게 생존을 유지해 오던 그들 혹은 우리들은 70년대 초 박정희 정권의 도시정화사업 이후에는 종로의 (구)파고다극장 및 슬럼화 된 낙원동 일대 골목 구석구석에서 본격적인 게토를 만들어 왔습니다. 2019년 현재는 종로 인근 성소수자 인권단체, 기관, 단체, 식당, 술집 등은 100여 군데가 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보이스는 20여 년 째 종로3가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합창모임입니다. ‘지보이스’의 첫 공연은 종로3가의 작은 카페(반쥴)에서 시작했고, 이후에도 지보이스는 돈화문로의 소극장, 아트선재센터,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극장) 등 종로 인근의 무대에서 시민들에게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일어난 공간의 변화에 대한 산 증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게이들의 단체모임 장소로 애용되던 피맛골이 십여 년 전 사라지던 일, 대로변의 포장마차들이 철거되던 모습, 친구사이 사무실이었던 공간이 모텔로 바뀌던 모습, 숨어 있던 게이빠들이 언젠가부터 무지개 깃발이 걸리기 시작하던 모습, 익선동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영세한 규모의 상인들이 종로를 떠나던 모습 등을 보아왔습니다.

이제 좁은 골목의 한옥들 사이 게이빠들이 숨어 있던 공간들은 트랜디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한 거리로 탈바꿈했습니다. 심야 시간대를 중심으로 게이들이 점거하다시피 하던 포장마차 또한 젊은 일반인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올해 초 재개발지역에서 해제되고 한옥보존마을로 지정된 익선동은 투어리피케이션까지 더해져 임대료 상승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를 받고 있으며, 을지로 역시 지역 상인들의 반대로 재개발이 잠정적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이미 임대료 상승으로 많은 주민들이 거리를 떠난 상황입니다. 종로 4가 세운상가 역시 일관성 없는 서울시의 도시계획 정책에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그간 도시사업의 기조였던 ‘보존식 도시재생’을 전면 수정하여 ‘철거식 도시재성’으로 전환시킬 것을 발표한바 어쩌면 철거가 중심이 되는 개발이 가속화 될지 모릅니다. 물론 익선동의 화려한 현 모습은 일시적일 수도 있습니다. 신촌과 홍대 앞, 상수동, 서촌, 망원동 등이 그랬듯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인들은 계속해서 거리를 떠날 것이고,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들어오면 차별화는 없어질 것이며,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또 다른 곳으로 몰려가게 될지 모릅니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선게이서울' 공연사진 /ⓒ터울(제공=지보이스)

③ G’story

이런 변화를 보아온, 또한 앞으로도 보게 될 게이 커뮤니티 내부의 시각은 다양합니다. 자본의 횡포에 대한 무력감, 게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인구유입의 증가에 수반되는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의 위협과 혐오범죄에 대한 공포, 가시성의 증가로 인한 차별 해소 및 공존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 등 부정적인 감정과 가느다란 기대가 공존하며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지보이스는 지금 이 소용돌이의 한 복판에 서 있습니다. 우리 앞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불안을 해소하고 핑크빛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지금 현재, 자긍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지보이스는 ‘지보이스만의 방식’대로 계속해서 노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안과 공포는 무지나 편견에서 비롯됩니다. 잊혀져가는 공간의 역사를 발굴해서 노래하고, 구체적인 현장의 기억을 노래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단단하게 살아남아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노래는 ‘살아남의 자의 기록’이 아니라 ‘거칠게 숨 쉬는 삶들의 발견’이 되어야 할 것이며, 협소한 특수성에 대한 증거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의 단서가 되길 바랍니다. 물리적인 공간이 영원할 순 없겠지만, 공간의 가치는 영원함을 믿습니다.

3. 드라마에서 '차별금지법'을 다뤘다는 소식, 유투브와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활동들 그리고 매년 정기공연에 다양한 관객들로 매진 행렬을 하는 기록들과 올해 서울문화재단의 후원 소식 또한 너무나 반갑고 행복한 소식들이라 여깁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세상에 자신들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은 쉬울 수 없는 문제일 것입니다. 당당하고 멋지게 '지보이스' 활동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들을 듣고 싶습니다.

(지보이스 활동명과 익명으로 담아주길 요청하셨습니다)

지보이스 활동명 ‘쌤’ ;

지보이스 활동을 하면서 어떠한 문화적인 활동이 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감정을 추스르거나 이해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것들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점이 잘못 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항상 하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더 나아가 게이인 제가 지보이스 단원으로서 성소수자의 가시화 문제에 대하여 좀 더 생각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생각할 때 얻는 긍지의 힘 또한 큽니다.

지보이스 단원P(익명요청) ;

정체성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지보이스에 나오기 전에는 ‘나만의 두 개의 인격체’를 가지고 생활해 왔었습니다. 이 쪽 생활(게이커뮤니티)에서의 나, 그리고 일반들과 같이 있을 때의 나. 하지만 나를 온전히 드러내 놓고 공연을 하고부터는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이 아닌 온전한 나로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완전히 사회에 커밍아웃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드러나게 될지언정 나는 당당하다’라는 프라이드를 심어준 계기가 지보이스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보이스' 공연사진 | 존재함에도 눈으로 보려 하지 않고 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려 하는 것은 '무지'일 뿐이다 /ⓒ터울(제공=지보이스)
'지보이스' 공연사진 | 존재함에도 눈으로 보려 하지 않고 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려 하는 것은 '무지'일 뿐이다 /ⓒ터울(제공=지보이스)

성소수자뿐 아니라 사회약자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삶의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한국사회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나 범죄들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절대로 쉬울 리 없는 그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을 당당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알리고 있는 ‘지보이스’의 한걸음 한걸음이 더 응원 받고 지지되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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