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사리사욕

요즘 국회의원들이 일은 하지 않고 파업만 일삼는다는 비난이 아주 높습니다. 왜 그 엄청난 특권을 누리면서도 일은 하지 않는 것일까요? 보도에 따르면, ‘2019년도 국회의원 세비는 공무원 공통보수 증가율 1.8%가 적용돼 2018년 1억 290만 원에서 연 1억 472만 원으로 연 182만 원 증액됐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우리 일반 국민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입니다. 억대가 넘는 연봉에다가 보좌진을 9명까지 둘 수 있습니다. 보좌진의 연봉도 국가가 내줍니다. 즉, 9명의 보좌진을 국회의원은 돈 한 푼 안들이고 부릴 수 있는 것이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KTX와 비행기는 무료입니다. 물론 차량 유류비 지원도 있고요.

그보다 더 엄청난 것은 ‘불 체포 특권’으로 매우 강력한 권력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44조에는「①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고 신 그 자체’ 아닌가요?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와 백성들은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같은 전제군주국가에서는 백성들이야 벼슬아치들이 시키는 일만 따라서 해야 하는 처지여서 공직자들의 행위나 마음가짐이 나라를 움직이는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산(茶山)은 공직자들이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행정을 펴야 하는가에 대한 사례와 원칙이 담긴『목민심서(牧民心書)』라는 방대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공직자들의 마음가짐과 행정이 올바르기 위해서는 몸가짐부터 바르게 하라는 뜻에서『목민심서』72개 조항 중 ‘칙궁(飭躬)’을 첫 번째 조항으로 두고 설명합니다.

'칙궁'은 공직자의 몸가짐, 몸의 자세나 태도, 마음가짐으로 연결되는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사욕(私欲)을 끊는데 힘쓰고 한 결 같이 천리에 따르라(務絶私欲 一循天理).”라는 원칙을 천명한 것입니다. 그 내용으로 어떻게 해야 사욕을 끊을 수 있으며, 천리에 따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썼습니다.

먼저 사욕의 억제를 위해서 공정한 마음을 지니는 일입니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대접만 받고 놀고먹으면서 해야 할 직무를 행하지 않는다면, 그거야 사욕만을 채우는 일이요, 공무(公務)를 방기(放棄)하는 일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습니다. 일한 만큼 대접받고 공무를 집행한 만큼 녹봉을 받는 일이 사심을 막고 공심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의 일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에 대한 사례 하나를 들었습니다. “범문정공(范文正公)이 말하기를 ‘내가 매양 잠자리에 들면 바로 하루 동안 봉양 받은 비용과 공무를 집행한 일을 헤아려 과연 서로 맞먹을 만하면 깊은 잠이 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밤새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에라도 기어코 맞먹을 수 있는 일을 하고야 만다.’고 하였다.” 라는 말을 예로 들어 옛날 어진 이들이 사욕을 막아내던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범문정공은 송(宋)나라의 범중엄(范仲淹)이라는 명현(名賢)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 천하에 이름을 전한 정치가였습니다. 다산은 또《시경(詩經)》의 “저 군자(君子)여 일하지 않고 먹는 일이 없도다(彼君子兮 不素餐兮)." 라는 말을 인용하여 일하지 않고 먹고만 지내려는 사욕을 끊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의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다산의 이야기나 범문정공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법을 만들고 국정을 감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정부에 제시해야 할 국회는 열려있는 시간보다는 닫혀있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세비와 수당만을 꼬박꼬박 챙겨간다는 언론의 비판이 많습니다. 이런 보도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거액의 월급을 받고 온갖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이 나라의 국회의원들과 고관대작들은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이제 특급대우를 받는 국회의원만이라도 대오 각성하여 삭발이나 하고, 거리에서 공허한 구호나 외치며, 공직자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9월 2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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