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민정수석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자리에 파격적인 인물들을 앉히며 검찰개혁 국면에 불씨를 지폈다.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한편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한 집중을 막아 견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은 참여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방향이다. 

검찰은 공익을 대표하는 준사법기관이자 최고의 권력기관으로서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검찰 권력이 비대해지면서 그들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정치적으로 오용·남용하는 폐해가 발생했다.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권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당대 정부의 입맛에 따라 편향적인 수사를 벌이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마저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에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이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그의 민정수석이었고 그가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기도 했다. 검찰 입장에서,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귀환’과 다름없다. 망신주기식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사지에 몰아넣었다는 눈초리를 받는 검찰로선 가장 두려운 상황이다.

‘노무현 비극’ 주범” “검찰개혁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가진 ‘평검사와의 대화’ 장면.
검찰개혁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시도되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 다시 시도되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당시에는 시민들의 개혁 필요성에 대한 체감도가 강력하지 못했고 의회 내의 개혁 동력도 낮았다.
청와대, 행정부, 의회내에는 검찰이나 법률가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검찰과 동업자 관계이므로 검찰이 작심하고 이 인맥을 타고 로비를 하면 검찰개혁의 태도가 약화된다. 지금까지 근 20년간을 그래왔다. 

검찰개혁은 김영삼 정부에서 처음 거론됐으며 공수처 설립에 대한 논의 역시 이때 공론화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구체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영삼 정부가 가장 권력이 강한 집권 초기 높은 국민 지지율과 개혁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발판 삼아 하나회를 척결한 것을 검찰개혁의 롤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김대중 정부는 호남 출신의 검사 수뇌부를 내세우며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를 심화시켰다.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특별검사제도’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하지만 특검은 당대 정권의 의지에 따른 결과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 데다 특검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어 김대중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好不好)가 나뉜다.

사실상 대대적인 검찰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라고 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법무부의 탈검찰화 이른바 ‘문민화'와 검찰의 독립성 보장을 실현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이례적인 인사 선정에서부터 검찰개혁을 시도했다. 민간 출신의 강금실 당시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앉혔으며 민정수석 4명 중 3명을 비검찰 출신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검찰 집단의 저항과 더불어 당시 이라크 파병·대북송금 특검 등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오늘날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검찰이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마땅한 제도적 장치의 미비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자서전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 개혁 없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고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민정수석 시절 검찰과의 핫라인을 끊고 검찰이 제공한 차량을 돌려보낼 정도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검찰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검찰개혁에 접근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평검사와의 대화’를 마련해 검찰의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하려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엔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장면을 두고 “이인규 중수부장은 대단히 건방졌다” “(우병우) 중수1과장이 조사를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절제력이 놀라웠다” 등 분노를 쏟아냈다. “검찰에서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이 아침저녁으로 공식 브리핑을 했다. 중수부장 이하 검사들도 언론에 수사 상황을 모두 흘렸다. ‘논두렁 시계’ 소설이 단적인 예다. 사법처리가 여의치 않으니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압박으로 굴복을 받아내려는 것 같았다.”(저서 <문재인의 운명>)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조치 1호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민정수석에 전격 기용한 것이다. 조 수석의 생각도 문 대통령과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이 재판까지 갔더라면 분명히 무죄가 나올 사건이었어요. (…) 수사, 기소, 재판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부르고 추궁하면서 ‘산송장’을 만들려 했습니다.”(저서 <진보집권플랜>) 

그는 다른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는 “스스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린 노 전 대통령에게 항장불살(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음)의 기본 예의를 지켜주기는커녕 조리돌림식으로 수사하고 피의사실을 유포해 결국 전직 대통령이 극단의 선택을 하도록 몰아갔다”고 했다.

검찰이 개혁, 가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다음 날 조국 민정수석을 임명한 뒤 2주 만에 민정수석실 인선이 완료됐다. 청와대 내 다른 수석실과 비교해 가장 빠른 속도이다. 문 대통령은 2009년 당시 촛불집회 등으로 코너에 몰린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수사로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파격인사 선정으로 검찰개혁의 물꼬를 텄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 11일 수석 인선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초대 민정수석에 서울대학교 조국 교수를 임명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고강도 검찰개혁을 줄곧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주최로 열린 시국토론회에서도 “검찰의 기본 속성은 죽은 권력과는 싸우고 살아있는 권력에는 복종하는 하이에나”라며 “이번 역시 박근혜 정권 초에는 살아있는 권력을 위해 칼 닦고 권력이 죽어간다 싶으면 바로 찌르는 모습”이라고 검찰 조직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민정수석에 비검찰 출신 인사가 오른 것은 참여정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으레 검찰 출신의 인사가 민정수석에 올랐다. 이는 검찰이 준사법기관이긴 하나 행정부에 속하기 때문에 정부가 검찰 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월 정윤회 문건 수사 개입, 세월호 수사 관여,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방해 등의 혐의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참여정부가 끝나고 검찰은 당시 청와대보다 ‘노무현 죽이기’에 더 혈안이 됐다. 법조계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검찰이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가는 방문 형식으로 조사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소환 조사는 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중수부가 이를 거부했다.” 물론 대검은 “모든 피의자는 검찰로 와서 조사를 받아야 하며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불행했다. 

▲ 2009년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수사를 이끈 이인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오른쪽)과 우병우 중수1과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불구속 수사 지침도 따르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MB 정부 실세였던 정두언 전 의원의 말이다. “MB는 노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를 원했다. 뭐하러 손에 피를 묻히느냐는 생각이었다. 당시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 차관급 인사 ㄱ씨를 보내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이 부장은 ‘알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부장이 얼마 후 ‘수사팀을 설득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수사를 하던 우병우 중수1과장이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도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사감’을 갖고 ‘복수극’을 벌였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인회 변호사 공저인 <검찰을 생각한다>를 보면 “검찰은 최초로 검찰개혁을 추진한 참여정부에 복수하려 했다”고 수차례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에게 특별대우를 바라지 말고 민주적 통제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검찰로서는 불편했다. 여기에 참여정부와 검찰의 불편한 관계의 핵심이 있다. (…) 검찰 스스로가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행태였다. 본질적으로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정치권력과 검찰의 복수극이었다.” 

여론은 개혁의지다.

이전 정부에서 검찰 출신이 전면 배치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비검찰 출신이 대거 발탁됐다.  교수 출신의 조국 민정수석부터 감사원 출신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 판사인 김형연 법무비서관, 25일 임명된 백원우 민정비서관까지 모두 비검찰 출신이다.

검찰 출신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유일하며 과거 노무현 정부가 검찰을 놔줬지만 결국엔 ‘봉변’을 당한 경험을 거울 삼아,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목줄을 틀어쥐고 조직과 체질을 바꿔놓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기득권에 근거한 검사들의 항명에 아무런 불이익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검찰을 두려워한다는 표시고 검찰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읽힐 수도 있다. (…) 물에 빠진 개가 주인을 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패야 했던 것은 아닐까.”(<검찰을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파격 발탁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오른쪽)이 지난 22일 청사로 출근해 차장검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검찰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거듭 좌천을 당한 사법연수원 23기 윤석열 검사를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한 게 대표적 사례다.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이 그날 사표를 냈다. 법무부와 대검에 ‘돈봉투 만찬’에 연루된 검사들에 대한 감찰도 지시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이다.

조 수석의 저서를 보면 이런 조치는 예견된 일이다. “검찰개혁이라는 과제는 정권 초기에 전광석화처럼 처리해야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평검사와의 대화’는 평검사를 너무 키워준 겁니다. 평검사는 대통령과 대화할 대상이 아니라 인사 대상자일 뿐이에요.” “검찰 본연의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이 클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합니다. 향후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한다면 이런 검사를 키워줘야 합니다.” 

조 수석은 법무장관·검찰총장 임명과 법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향후 방향도 가늠해볼 만하다. “검찰개혁에선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이 중요합니다.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까요. (…) 만약 MB 정부의 이재오 같은 비중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한다고 해보세요. 검사들이 꼼짝 못할 겁니다. 바로 이러한 ‘힘’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찰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고 이끌어가면서도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검찰총장이 필요할 겁니다.” 

법 개정의 시작은?

때마침 검찰이 잇단 ‘헛발질’로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지금은 검찰개혁의 적기로 꼽힌다. 검찰은 국정농단 가담과 개인비리 의혹을 동시에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봐주기 수사’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때 하명수사를 진행해 대부분 실패한 것도 이미지 실추에 한몫한다. ‘정윤회 국정개입’, ‘성완종 리스트’ 등의 사태가 터지자 청와대 보호에 급급했을뿐더러, 포스코·KT&G·통영함 비리·롯데 등 기획수사마다 영장이 기각되거나 무죄판결이 잇따르는 등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다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 등의 비리 및 구속도 터져나온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도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는 자조가 나온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까지 문 대통령이 취한 조치는 인사권 등을 활용한 인물 배치 수준”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분리 등 향후 제도 개편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간 검찰의 속성상 시간이 지나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검찰개혁을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며 “여름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검찰개혁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검찰 쪽에서 자꾸 나오는데 사실과 다른 여론 호도”라며 “불필요한 개헌 논의로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 12·16조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에 필요한 영장을 검사가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도 검사가 아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즉 특검법처럼 공수처 수사담당자나 경찰의 영장담당자에게 검사와 동일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법조항 한 줄만 넣으면 헌법 개정 없이 공수처 설치와 수사·기소권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갈길이 먼데, 어디까지 갈까

그러나 검찰은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윤석열 검사를 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했을 때 이완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곧바로 검찰 내부망에 “이번 인사 제청은 누가 했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가 법무장관·검찰총장의 정식 추천이나 관련 논의 없이 곧바로 검찰 인사를 할 수 없다는 검찰청법 조항을 내세운 것이다. 이 지청장은 검찰 내부에서 손꼽히는 기획통이다. 조직적인 반발 조짐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곧바로 이금로·봉욱 검사장을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검찰이 수긍하는 ‘일반적 인사’를 단행하면서, 일단 한발 물러선 형국이다. 검찰은 이 인사 후 ‘관망 태세’로 다시 돌아섰지만, 언제든 청와대와 정면충돌할지 모른다. 

한 현직 검사는 “내가 봐도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는 좀 심했다”고 말했다. “다 떠나서, (소환 조사 후) 그렇게 오랫동안 결론을 안 내리고 질질 끄는 게 어딨나. 통상적인 수사 관행에서도 벗어났다.” 그러나 그는 덧붙였다. “그렇다 해도 당시 중수부장(이인규)이 누구냐, 수사팀 책임자(우병우)가 누구냐만 따져서 매장시키고 검찰 후배들이 교훈을 얻게 하면 되지, 검찰 전체를 나쁜 정치세력처럼 매도하는 건 맞지 않다. 왜 전체를 매도하나.” 

일방적인 개혁 드라이브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흐름도 있다. 문 대통령이나 조 수석이 검찰 내부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는 만큼 윤 지검장과 ㄴ차장검사, 검찰 출신 ㄷ변호사 등 일부 조력자에게만 의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개혁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일부 특정인들의 목소리에 의존할 게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검찰이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검찰개혁은 이제 국민적 요청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또한 누구보다 검찰의 폐해를 잘 아는, 개혁 의지가 강력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이미 뭔가 그림을 다 그려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도 “현실은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법조계뿐 아니라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때문에 이번 비검찰·법학자 출신의 민정수석 발탁은 권력기관의 정치로부터의 독립과 조직 개혁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된다.

이는 임명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거 민정수석은 수사 지휘와 관련해 검찰과 원활하게 소통해왔는데 어디까지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 지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 수석의 답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의 비대화·권력화를 막고자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 급에서 검사장 급으로 낮추고 그 자리에 윤석열 검사를 발탁했다.

윤 검사장은 검찰 내부에서 당대 최고의 칼잡이로 불리는 강골검사로 공정하고 뚝심 있는 수사를 지향해왔다. 그는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의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조영곤 전 검사장 등 검찰 수뇌부의 지시에 불응하며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패기를 보였지만 결국 대전고검과 대구고검 등으로 좌천되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위해 구성된 ‘박영수 특검’으로 합류하면서 재기했다.

청와대는 윤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추가 수사 및 관련사건 공소유지를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검찰개혁 급물살에 결정적 계기가 된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윤 검사장을 발탁한 것 역시 조 수석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가 다시금 확고하게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의 핵심방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선출직 공무원, 고위공직자 및 가족 등의 비리·부패 혐의에 대한 인지수사, 고발·고소·수사의뢰 등에 따른 수사가 가능한 독립기관을 뜻한다.

검찰에게만 부여됐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받은 새로운 독립기관을 도입함으로써 상호 견제를 통해 검찰의 막강한 ‘기소독점주의’를 해소시키겠다는 의도. 검찰 내부 스스로의 개혁은 어렵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막기 위해 마련했던 ‘특별검사제도’도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은 검찰 위에 또 다른 검찰 조직, ‘옥상옥’ 기구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특별검사제도는 법을 만들어 놓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방식이라면, 공수처는 상설기구이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기까지 소요되는 노력이나 시간, 비용 등등을 절감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수사가 시작되기 전 피의자들의 증거자료 은폐 등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의견이다.

현재 공수처 설립 관련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공수처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고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해당 법안에 대한 이견이 적기 때문에 공수처 설립은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의 운명을 손에 쥔 국회 법사위 인사 대다수가 검찰 출신이며 그동안 공수처 설립을 반대 의사를 드러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법사위원장이라는 점을 미뤄 볼 때 난항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DJ·盧도 실패한 검찰개혁…文 정부는?

공수처 설치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산적한 검찰 개혁 관련 현안을 비검찰 출신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시간표가 더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백원우 신임 민정비서관은 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초기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현직 의원이었던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고함을 치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검찰개혁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았으며 조기 해산된 박근혜 정부 역시 ‘검경의 합리적 역할 정립’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진전은커녕 ‘정치편향 검찰’의 끝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과 검찰권 견제의 역할을 하는 법무부 문민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노무현 정부와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역시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금처럼 검찰개혁에 대한 의를 굽히지 않고 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경험했던 검찰개혁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는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하태훈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개혁이 반드시 성사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검찰의 반발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할뿐더러 검찰이 저항할 힘이나 명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검찰 조직의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검찰이 정치인들과 관련된 수사정보를 악용하는 나쁜 버릇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국민들이 직접 검찰을 통제할 수 있고, 검찰 내부적으로도 탈위계조직화 구조로 변화한다는 의미의 ‘검찰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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