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 군주의 명령을 받지 않는다.

‘손자병법’ ‘구변편’에 보이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이다.

고대 전쟁은 교통과 통신 수단이 대단히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에 군주는 순간적으로 변하는 전장의 상황을 수시로 파악할 수 없었다. 전선의 지휘관은 승리를 위해 전쟁 상황의 변화에 근거하여 지휘해야 한다. 지휘관은 전장의 실제 상황과 맛지 않는 군주의 명령을 무조건 기계적으로 접수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부하는 상관에게 복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지와 행동이 통일되지 않는다. 따라서 ‘군주의 명령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군명유소불수’에는 원칙이 있고 조건이 따른다. 즉, 그것이 항명의 구실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손자병법’ ‘지형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쟁의 상황으로 보아 반드시 승리할 것이 예견되면 군주가 싸우지 말라고 하더라도 꼭 싸워야 한다. 전쟁의 상황으로 보아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군주가 반드시 싸우라고 하더라도 싸우지 말아야 한다.

장수는 공명 때문에 진격하는 것이 아니며, 벌을 피하려고 후퇴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의 이익에 합치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장수야 말로 국가의 큰 보배다.

이는 ‘군명유소불수’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데, 개괄적으로 말해 ‘국가의 이익에 합치할 때’를, 즉 전쟁의 전체 국면으로 보아 유리한가를 표준으로 삼는다.

전선의 지휘관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군주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일 때는 당연히 보고해야 한다.

‘군명유소불수’의 원칙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며, 전쟁의 전체 국면이 유리해야 한다.

고대 전쟁에서는 전선과 군주 간의 의사 전달이나 의사소통이 매우 곤란했기 때문에 이 ‘군명유소불수’를 강조한 것은 한결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었다.

현대에 와서는 정찰‧통신기구가 크게 발전하여 전쟁의 심도와 넓이가 고대 전쟁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확대되었고, 그만큼 전쟁의 지휘도 집중‧통일되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충분히 주목해야 할 점이다. 전쟁의 전체 국면에 관한 전략‧전투 행동의 확정과 정책 결정은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

이 책략이 오늘날 지휘관들에게 던져줄 수 있는 가치는 전쟁의 상황이 순식간에 변하는 것임을 명심하여 융통성 없이 기계적으로 명령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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