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보조금 폐지 이후 불붙은 에콰도르 반(反)정부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유혈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망자 발생에 분노한 원주민 시위대는 대화를 거부한 채 경찰까지 인질로 잡고 강력한 투쟁 방침을 밝혔다.

에콰도르 인권 상황 등을 감시하는 국민 옴부즈맨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번 시위로 전국에서 민간인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시위 도중 머리를 다쳐 사망한 원주민 지도자 1명도 포함됐다.

다만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시위 사망자가 2명이라고 발표해 차이를 보였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3일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폐지해 기름값이 최대 2배 이상 오르자 8일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원주민과 노동조합, 학생 등이 중심이 된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해 교통이 마비되고 휴교도 수일째 지속됐다. 정부는 시위대가 몰려든 수도 키토를 떠나 과야킬로 기능을 이전하기도 했다.

일주일간 체포된 사람이 800명이 넘고 경찰 등 부상자도 400명 이상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사망자가 나오면서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인터뷰 등을 통해 원주민 지도자들과 대화를 시작했으며 이미 좋은 결과가 있다고 밝혔으나 주요 원주민 단체들은 대화에 응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의 하이메 바르가스 대표는 "형제의 피로 협상하지 않겠다"며 정부와 대화하는 일부 원주민 지도자들을 '배신자'라고 지칭했다.

이날 원주민 시위대는 최소 8명의 경찰을 인질로 붙잡았다.

시위대는 오토바이를 탄 경찰들을 제압해 '살인자'라고 외치며 원주민들이 천막을 치고 머무는 키토의 예술회관으로 끌고 갔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예술회관엔 20명 이상의 기자들도 나가지 못한 채 갇혀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원주민 시위대에 붙잡혀 시위대 앞에 선 경찰 [AP=연합뉴스]
원주민 시위대에 붙잡혀 시위대 앞에 선 경찰 [AP=연합뉴스]

날로 격화하는 시위에도 모레노 대통령은 유류 보조금 폐지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류 보조금 폐지는 에콰도르가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에 42억 달러(약 5조원)의 금융 지원을 받으며 약속한 긴축 정책의 일환이다.

좌파 후보로 당선됐으나 취임 이후 우파 경제노선을 취하고 있는 모레노 대통령은 오랫동안 이어진 유류 보조금 제도가 경제를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저소득층인 원주민 단체들은 정부의 긴축정책이 경제 불평등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미국 연구소인 미주대화의 마이클 시프터는 AP통신에 "여기서 얻는 중요한 교훈은 포퓰리즘에서 정통 경제정책으로 옮겨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며 모레노 대통령이 국민 저항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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