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11일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유착 의혹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조사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 대검찰청이 "허위보도"라고 강력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밝히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시사주간지인 '한겨레 21'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핵폭탄급' 의혹을 제기했다. 박훈 변호사 페이스북
한겨레신문의 시사주간지인 '한겨레 21'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핵폭탄급' 의혹을 제기했다. 박훈 변호사 페이스북

한겨레는 11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성들을 동원해 성접대를 하는 등 한동안 세간의 화제를 불러모았던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에서 김학의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은 것과 같이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윤 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조사 없이 덮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윤 씨의 이런 진술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를 통해 검찰에 넘겼으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에 대해 기초 사실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김학의 성 접대 사건' 재수사 과정에 대해 잘 아는 3명 이상의 핵심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지난해 말부터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할 당시 검찰과 경찰로부터 확보한 2013년 당시 1차 수사기록에 포함된 윤 씨의 전화번호부, 압수된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면서 ‘윤석열’이란 이름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별장 성접대 파문을 일으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 씨를 불러, 과거 윤 총장과 친분이 있었다는 진술과 함께, 강원도 원주 윤중천 씨 별장에서 윤 총장이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조사단은 이런 내용을 진술 보고서에 담았다. 당시 조사단은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검찰 고위 공직자들의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6년 전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재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은 변호사, 교수, 검사 등으로 구성됐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관련한 윤 씨의 별장 접대 진술을 받은 조사단은 이후 검찰에 진술 보고서 등 자료를 넘겼다. 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윤 총장과 윤 씨의 관계, 접대 사실 여부 등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매듭지었다.

접대가 사실로 확인되면 최소한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져야 함에도 과거사위 조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는 고사하고 내부 감찰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윤 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검찰 내 최고 권력 중 하나였다. 수사단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윤 총장은) 수사단의 고려 대상이 아예 아니었을 것이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언론 보도에 이름이 나온 사람 이외에 한 사람이라도 더 나오는 것 자체가 (검찰의) 수치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5월29일 과거사위는 재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며 한 전 총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박충근 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을 지목해 검찰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관련한 발표 내용은 없었다. 이후 검찰은 한 전 총장, 윤 전 고검장, 박 전 차장검사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사 없이 사건을 사실상 종결했다.

윤 씨의 진술과 관련해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윤중천이 윤석열 지검장과의 친분이나 접대(사실)를 거짓으로 언급하면서 이를 과시하는 것이 자신을 향한 수사에 불리하면 불리했지 유리할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윤 씨가 거짓말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검찰이 윤중천의 진술을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인사는 “윤석열 총장이 실제로 윤중천과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추후 조사로 밝혀지더라도, 검찰이 윤석열 당시 지검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원칙에서 한참 벗어난 것으로, ‘봐줬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윤 총장이 그와 어떤 관계인지, 그로부터 접대를 받았는지, 접대를 받았다면 대가성은 있는지, 접대의 횟수와 규모는 어떠했는지 등을 추가로 밝히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윤 총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검 대변인실은 공식 입장을 내고 "완전한 허위사실"이라며 "검찰총장은 윤 씨와 전혀 면식조차 없다. 당연히 그 장소에 간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이러한 근거없는 음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바 있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은 항간에 나도는 잠재된 장모의 비리 의혹 '봐주기'와 함께 이번에 밝혀진 별장 접대는 자신의 개인 비리로서 조국 장관 일가의 의혹과는 차원이 다른 비리 임에 분명하다. 또 과거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폭행'을 덮은 건과 연결고리가 되면서 검찰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윤중천 별장 접대" 보도를 본 박훈 변호사의 반응

한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수사 상황이 유출됐다며 검찰을 고발한 박훈 변호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라고 11일 밝혔다.

박훈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장모하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는 정대택 씨가 날 찾아와 봤다. 난 이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자세하게 본 적이 있으나 피해 망상증이 있는가 생각했다”라며 “난 사람들 말을 살벌하게 검증하지 않는 한 절대로 믿지 않는 사실주의자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러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사건 기록을 보다 굉장히 흥미로운 윤석열의 2009년부터 행적을 봤다”라며 “난 이 사건을 맡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지금도 그 기록을 보면서 저들 특수부 검사들이 하는 것처럼 나도 ‘윤석열에 대한 수사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라며 “조만간 밑그림의 가설을 ‘언론에 흘릴’ 것이니 그리들 알기 바란다. (내가 아마 검찰에 갔으면 저들과 같이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은 있다만)”이라고 전했다.

또 “나는 이런 단서들이 나오는 사건을 잡을 때는 짜릿한 전율이 올라오고 한다. 박훈 발 윤석열 수사 사건의 언론 흘리기를 기대하시라”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가 말한 정대택 씨는 지난 7월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거론됐다. 당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정 씨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윤 후보자의 장모를 상대로 여러 차례 고소, 고발해서 상당히 괴롭혔던 사람인데 혹시 아는가?”라고 물은적이 있다.

정 씨의 녹취록에는 박근혜 정부 말기 청와대가 당시 특검 수사팀을 이끈 윤 총장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해 정 씨에게 접근, 자료를 받아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정 씨에 대해 들어봤지만 녹취록 내용은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이날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러한 글을 올리고 윤석열 총장 별장 접대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21’의 기사를 링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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