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항해, 연극 "남쪽 나라로"
상태바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항해, 연극 "남쪽 나라로"
2019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 선정작
  • 권애진 기자
  • 승인 2019.10.12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 /ⓒ박태양(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여세민(김은석)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히라타 오리자의 원작 ‘남쪽으로’를 원작을 모티브로 북한 정권의 변동 같은 정치적 혼란, 경제 모순과 불평등, 자연재해 등으로 혼란에 빠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국을 떠나 먼 나라로 이주해 가는 한국 사람들을 새롭게 그린 연극 <남쪽 나라로>가 지난 9월 20일부터 10월 6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재난과 같은 상황에 빠진 극 중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는 항해를 마치며 언젠가 될지 모르는 다음 출항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고하였다.

가까운 미래. 한국을 떠나 남태평양으로 향해 가는 큰 배의 어느 휴게 공간.

한국을 떠나 지구 남반구의 어느 작은 섬나라로 이민을 떠나는 잉들.

이 이민자 혹은 망명객들은 어쩌면 그 새로운 남쪽 나라에서도 한국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이루게 될 것이다. 첨단기술과 통신수단의 발달, 한국 문화의 확산 덕택에 이제는 먼 타국에 산다고 해서 반드시 언어적, 문화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질 한국 바깥의 한국인 커뮤니티에서도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와 똑같은 문제들이 이어질지 모른다. 그 날 오후, 배에 몰래 승선해서 밀항을 시도하던 사람이 발견되어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필리핀 레가스피를 떠난 배는 이제 태평양 망망대해로 들어섰다. 앞으로 전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 /ⓒ박태양(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백두산(박경찬), 여세민(김은석)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맹예성(김혜성), 데이비드 지앙(강희제)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맹예성(김혜성), 데이비드 지앙(강희제), 표창근(유종연), 강주리(김현숙), 강누리(강혜련), 여세민(김은석), 백두산(박경찬), 박영남(김지훈)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김지현(박희은), 여세민(김은석)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강누리(강혜련), 백두산(박경찬), 표창근(유종연), 박영남(김지훈)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강주리(김현숙), 강누리(강혜련)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국호(김수환)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국호(김수환)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부하은(이선미)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부하은(이선미)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여세민(김은석)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공연사진_여세민(김은석) /ⓒ김솔(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커튼콜 사진_김보슬비(김은지), 안나 모슬러(안토니), 마르코(마두영) /ⓒ권애진
'남쪽 나라로' 커튼콜 사진_김보슬비(김은지), 안나 모슬러(안토니), 마르코(마두영) /ⓒ권애진

작품 <남쪽 나라로>의 모티브가 된 작품은 한국을 잘 아는 연극인으로 통하며 탁월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히라타 오리자가 1990년에 발표한 초기 희곡 ‘남쪽으로’이다.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일본을 버리고 더 작은 섬나라로 떠나는 일본인들의 권태와 무력감을 그린 작품으로 여러 의미에서 오늘날의 한국, 더 나아가 재난과 같은 상황에 빠져있는 오늘날의 세계 그리고 미래의 세계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태평양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라는 공간에서 보여지고 들려진다.

한국 사람과 한국 사람이 아닌 사람, 한국과 한국이 아닌 나라, 한국말과 외국말이 공존하는 작품 <남쪽 나라로>의 극본을 쓰고 연출한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인 성기웅 연출은 강렬한 에너지나 강점보다는 관객의 사유와 감성을 자극하는 지적이고 세련된 연극을 만들어왔다. 또 옛 서울 사투리 등 한국어에 대한 남다른 탐구를 이어나가며 말의 힘과 맛이 살아있는 무대를 빚어내왔다. 작품 속에 사용된 음악 2곡은 트레봉봉(AASSA)의 ‘아프로 아시안 뽕짝’과 ‘하나가 되자’이다. 연극처럼 노랫말은 여러 나라 말로 이뤄져 있어 작품과 음악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변화에 불을 지핀다. 

‘제12언어’는 지구상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수가 대략 12번째로 많다는 통계에서 비롯되었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는 모국어인 한국어에 대한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문학성과 연극성 사이에서 새로운 수사학을 탐구하고 있다. 문학 텍스트의 무대화, 일련의 과학연극 시리즈, 해외 연극인과의 공동작업 등 다른 장르, 다른 분야, 다른 문화권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 역시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 MINI INTERVIEW -

1. 융복합, 컨템포러리 등 무용,미술계 뿐 아니라 연극계도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의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여깁니다. 요즘 어쩌면 아날로그 작가라고도 불리우는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세계는 관객들에게 오히려 쉽지 않지만 부지불식간에 다가오는 그런 느낌들을 안겨주고 있는 듯 합니다.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 <남쪽 나라로>의 극본화 및 연출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은 어떤 것이었을지 듣고 싶습니다.

'남쪽 나라로'의 극본을 쓰고 연출한 성기웅 연출 /ⓒ권애진
'남쪽 나라로'의 극본을 쓰고 연출한 성기웅 연출 /ⓒ권애진

그 동안 히라타 오리자의 희곡을 여러 편 연출해왔고, 그 중 '과학하는마음- 숲의심연 편'에서는 일본 이야기인 원작 희곡을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로 번안하는 작업을 한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히라타 오리자 씨의 원작을 무척 적극적으로 재창작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원작으로부터 모티브만 가져오고 거의 새로 대본을 썼습니다.

시ㆍ공간의 전환 없이 두 시간 동안 이어지는 원작 희곡과 달리 시간의 비약이 있는 열 개의 장면으로 구성하게 된 것도 크게 다른 점이었습니다. 더구나 극중 시간이 연극의 도중에 하루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구성을 해보게 되었죠. 그러면서 연극의 시간, 현실의 시간에 대한 감각을 조금 흔들어보고 싶었습니다.

2. 북한과 난민에 대한 대사들은 우리 사회의 극도화된 혐호와 편견을 느끼게 하며 불편한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90년의 작품 '남쪽으로'를 모티브로 2019년으로 작품의 무대를 옮겨오면서 연출님게서는 캐릭터 서사를 어떻게 잡았을지 듣고 싶습니다.

북한 출신의 밀항자가 나타나는 해프닝을 통해 우리나라 사회가 품고 있는 무관용과 혐오를 드러내려 했습니다. 전체적인 연극의 톤이 나긋나긋한 데 비해서 그 장면에서는 과격한 언행들이 나옵니다. 특히 '강누리'라는 등장인물이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 도대체 어떤 경험을 했길래 그렇게까지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반응이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라 4~5년 후의 시점에 한국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그런 심리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연극의 특성 상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다보니, 강누리 등의 그런 반응이 낯설고 뜬금없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재공연을 하게 된다면 이 점을 조금 보완해서 그런 혐오와 편견이 사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것임을 분명히 해보고 싶습니다.

3.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성기웅 연출 ;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를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로 재창작 하는 작업을 합니다. 2013년에 초연했던 '가모메'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모메'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일제강점기 이야기로 바꾸었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년 2월에 일본 오사카대학에서 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로 일본 배우들과 낭독공연을 올립니다. 이후에 본 공연으로 발전시키게 되어있는데, 한국 공연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강혜련 배우 ; 2월에 2인극 '우리는 이도시에 함께 도착했다'를 다시 한 번 공연 올릴 예정입니다. 아직 공연장은 미정입니다. 그리고 8월에 두산아트센터에서 '마른대지'의 공연이 잡혀 있습니다.

김현숙 배우 ; 10월 31일과 내년 4월에 요나스하센 케미리 작/윤성호 연출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를 CY시어터에서 할 예정입니다.

유종연 배우 ;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에서 제가 작품을 쓰고 연출한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의 여행이야기'를 오프대학로페스티발 참가작으로 재공연을 올립니다. 그리고 배우로는 10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알리바이 연대기'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남쪽 나라로' 포스터 /(제공=12언어스튜디오)
'남쪽 나라로' 포스터 /(제공=제12언어스튜디오)

2019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 선정작 <남쪽 나라로>는 상황에 대한 모티브만을 가지고 새로이 짜 내려간 창작극이기도 하다. 그들의 첫 항해에서는 그들과 아직 살갑게 친해지진 못한 것 같다. 아직 그들만의 속 깊은 이야기가 더 들어보고 싶고 궁금해지기에, 별을 바라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던 태평양 너머의 그 남쪽 나라 저편이 궁금해지기에 다음 항해 일정이 기다려진다. 그 때는 그들과 살갑게 친해져보길 기대해본다.

정치핫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