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을 태우고 비봉산을 향하는 청풍호 케이블카 모습.(사진=김병호 논설주간)
관광객을 태우고 비봉산을 향하는 청풍호 케이블카 모습.(사진=김병호 논설주간)

지난 시절 시골장터에 약장수가 나타나면 그 약장수들의 광대놀음에 관중들은 웃음보가 터지고 어린 학생들은 구경하느라 끼니도 잊어버리고 낄낄거리며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그러나 약장수들은 어린 학생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정작 약을 팔아먹을 대상인 어른들이 접근을 못하니까 약장수중에 주연급 사람이 어린 학생들에게 다그친다.

“애들은 가라 어른들은 이리 오세요”라며 노골적으로 어린이들을 쫓아냈다. 왜냐하면 약장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우스갯소리 속에 10월이 어느덧 중순에 접어들었다.

지난 12일 필자는 제천 청풍호 케이블카에 냉큼 몸을 실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10여분 동안 대기했다가 겨우 차례가 돌아왔다.

필자는 뭐 별것 있겠나? 하는 심정으로 케이블카에 앉아 전개되는 호반 풍경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야 정말 멋지다!” 하는 소리가 옆자리에서 터져 나왔다. 날씨마저 쾌청하니까 “진짜 멋지다”라며 탄성이 흘러나왔다.

필자는 마음속으로 공감하면서 비봉산 정상에 도착해보니 호수에 둘러싸인 비봉산 비경이 과연 제천의 백미로구나. 이런 아름다운 ‘만산홍엽’풍광을 이곳에서 발견하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시선을 남쪽으로 돌리니까 마치 남해 어느 이름 모를 항구에 도착한 느낌이 왔다. 동쪽은 청풍대교가 한눈에 보이고 북쪽으로는 제천시 건물이 보였으며 서쪽으로는 고즈넉한 시골농가에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비봉산에서 바라 본 제천시 모습.(사진=김병호 논설주간)
비봉산에서 바라 본 제천시 모습.(사진=김병호 논설주간)

“야! 정말 멋지다. 가슴이 활짝 열리면서 땀에 젖은 육신을 그냥 내려놓고 싶었다. ‘관동별곡’을 노래한 정철이 이곳에 왔다면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아무리 남색을 좋아했던 ‘어우동’도 이곳에 있었다면 아마 남정네를 바위처럼 봤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절묘한 풍광은 청풍호반만이 간직한 귀한 문화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필자 옆에 서있던 한 부부에게 물어봤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했더니 “서울에서 왔는데 너무 아름답다”고 먼저 선언을 하는 바람에 더 물어볼 것도 없어져 버렸다.

“충북 제천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다음에 친구들과 꼭 다시 오겠다”라고 하기에 “오시면 제천시내 쪽으로 와서 의림지도 관광하고 가시라”고 권했더니 “그렇게 해볼 생각이다”고 말하면서 만족해했다.

아스라이 보이는 이름 모를 산야를 뒤로 한 채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야 했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니냐 언젠가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니냐?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귀다툼하고 고소․고발이나 하면서 살아봐야 뭣하랴?

설악산에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다면 제천에는 청풍호 케이블카가 있다는 자존감에 다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듯 했다.

시골 장터 약장수는 “애들은 가고 어른들은 이리 오세요” 했지만 청풍호 케이블카는 어린이든 어른이든 모두 환영이다.

이곳 이천종 전무가 제천시 국장직함으로 근무하다 정년이 돼서 자리를 옮겼는데, 잠시 보니까 아주 열성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인생에 무슨 정년이 있나? 인생정년은 밥숟가락 들지 못할 때가 정년 아닌가? 촛불인지 반딧불인지 자꾸 들지 말고 제천 청풍호반에 멋스러운 케이블카나 한번 타고 가라고 권한다.

비우고 내려놓으면 사물이 아름답게 보일 테니까. 300만 명이 모두 와도 끄떡없이 운행할 수 있어 보인다. 3년 후면 당신들이나 필자나 별 차이 없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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