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 교육,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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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 교육,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 왜?
  • 김용택
  • 승인 2019.10.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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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자 한겨레신문 김지윤 기자는 서울 마포구에서 철학공부를 하고 있는 ‘교육공동체 나다’를 소개한 기사를 썼다. <‘휴머니잼?’ 인문·철학 공부가 너무 ‘잼’있어요!>라는 철학공부다. 이날 한겨레신문에는 김지윤 기자가 서울 마포구에 있는 ‘교육공동체 나다’를 찾아가 철학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취재한 기사가 실려 있다. 아이들은 ‘역사 속의 재판들 파트 1: 법은 누구의 편일까?’ ‘약자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역사적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철학공부를 하고 있었다. 제목만 봐도 재미있지 않은가? 이런 공부를 하는데 엎어져 잠을 자는 아이들이 있을까?

<공동체 ‘나다’에서 ‘역사 속의 재판들 파트1: 법은 누구의 편일까?’을 공부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신문>

지난달에는 경남 창원에 ‘경남민주화운동지회 창립대회가 있어 가는 길에 교장선생님이 공개수업을 한다기에 찾아 간 일이 있다. 기숙형 공입대안학교인 테봉고등학교의 김주원 교장선생님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나의 욕망을 누구의 것인가?’라는 주제로 ‘라깡의 욕망이론’과 ‘푸코의 자리배려’를 대비시켜 성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놓고 학생들끼리 토론을 벌이는 수업이었다. 김주원 교장선생님은 이 학교에서 아예 ‘삶과 철학’이라는 철학 과목을 맡아 1차시에는 ‘인간의 본성’ 2차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3차시 ‘나를 움직이는 주체는 누구인가?’ 4차시 ‘인간지능과 인간의 주체’ 그리고 마지막 5차시에는 ‘나의 욕망을 누구의 것인가?’라는 주제의 공개수업 자리였다.

대한민국의 초·중·고에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철학과 유사한 공부는 ‘국민윤리’라는 과목이나 대안학교에서 철학을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경기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초·중등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철학교과서’를 만들었지만 입시 교육하는 학교에서는 수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교과를 선택할 학교가 있을 리 없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를 거쳐 4차산업혁명시대로 바뀌고 있는데 학교는 여전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런 학교에서 한겨레신문이 소개한 나다학교나 태봉고등학교서처럼 철학공부를 시킬 수 있을까?

“공부는 해서 무얼 하지?, 내 몸은 누구인가?, 사람 마음과 세상 이치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한마디 말도 않고 친할 수 있는 정도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사람은 왜 우주까지 통하려 했을까?, 인간의 생명이 다른 생명보다 더 우월한 이유가 있을까?, 인간의 자격은 무엇인가?, 누구나 바라는 좋은 삶은 어떤 모습일까?, 아름다움은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 주네!...” 경기도 교육청이 개발한 철학교과서의 학습주제다. 수학문제까지 암기해 암기한 ‘지식의 양’으로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 매기는 학교에서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세상은 온통 지뢰밭이다.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눈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신문이나 방송의 광고를 보면 낫지 않은 병이 없다. 아무리 못생긴 사람도 미인으로 만들고 돈만 있으면 세상은 온통 지상낙원이다. 잠깐만 한눈을 팔며 이성을 잃게 만드는 광고에 눈이 부시다 못해 현란하다. 보이스피싱이 난무하고, 폭력인지 예술인지 구별할 수 없는 영화나 드라마가 안방 깊숙이 파고들어 부모들이 자녀 지키기에 한 눈 팔 여유가 없다. 유행이라는 이름의 자본의 논리가 예술이며 종교, 체육분야까지 파고들어 자칫 샌드위치맨을 만들기 십상이다.

인문계 학교에서 입시문제를 풀이해 주다 정년퇴임한 것이 부끄럽고 미안해 퇴임 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모아 철학공부를 시작했던 일이 있다. 철학이라고 하면 칸트나 니체같은 철학자가 연상돼 그런 어려운 공부는 대학에서 전공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공부라고 알고 있는 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아예 주제도 ‘생각을 키우는 지혜교육’으로 위장했다. 무료로 가르쳐 주는 철학에 호기심이 생긴 부모들을 모아놓고 오리엔테이션시간에 사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안내를 받은 부모들 중에는 이런 공부를 꼭 시키고 싶다는 사람과 논술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찾아 왔다가 이런 공부를 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부모들도 있었다. [나를 찾아가는 철학여행] 생각을 키우는 지혜교육 -   철학교육과정-5.hwp]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신문이나 방송조차 믿기 어려운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아남는 길은 무엇일까? 세상은 어제가 옛날인데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 지식이 아닌 창의력이 재산인데 여전히 지식만 암기시키는 교육으로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 까? 소질이든 특기든 상관없이 국어 영어 수학만 잘하면 유능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바르게 사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모르고 가짜뉴스에 광고에 사이비 종교에 빠져 방황하다 자신의 건강조차 지키지 못하고 보내는 인생을 살면 행복할까? 우리나라 학교에는 언제쯤 교육하는 학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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