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지난 7일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밤 9시 이후 '심야조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특수부 축소, 공개 소환 폐지에 이어 검찰이 세 번째로 내놓은 자체 개혁 방안이다.

검찰은 이날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심야 조사와 부당한 별건 수사를 금하고 출석 조사를 최소화 등의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규칙을 마련했다.

그러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발표 당일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여야 간 충돌 사태 수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심야조사를 벌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17일 '이데일리'가 보도했다.

심야조사 동의서를 받아 법적 절차에는 문제가 없지만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으로 심야조사 폐지를 발표해놓고 막상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심야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체는 이날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서울남부지검이 지난 3일부터 피고발인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당직자들에 대해 이같은 심야조사를 해온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대검찰청이 지난 7일 심야조사를 폐지한다고 개혁안을 발표한 이후로도 심야조사는 계속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매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심야조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한 당일 소환한 당직자를 자정 넘게까지 조사했다”며 “현실적으로 심야조사를 하자고 하면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조사는 조서검토까지 포함한 시간이지만 조서검토는 약 한 시간 정도였다고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칼자루를 쥔 건 검사이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무서울 수밖에 없다”며 “그전에도 동의를 받아서 심야조사를 해왔는데 개혁안 발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앞서 대검찰청이 “사건관계인 인권보호를 위해 심야조사를 폐지한다”며 발표 당일부터 심야조사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한 방침과 상반되는 것 아니냐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검찰은 당직자의 동의를 받아서 심야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 건만 아니라 심야조사 폐지 발표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PB를 지난 8일 밤 11시까지 심야조사한 것이 논란이 됐을 때도 “당사자 동의를 받아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특히 "(이번 조사는) 다분히 압력성·보복성 조사의 우려가 커 보인다"면서 "검찰은 어떤 절차로 김경록 PB를 불렀는지, 김경록 PB의 동의가 있었는지, 조사 자리에 변호인이 동석했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도 아닌 당직자가 피의자나 피고발인으로 출석한 상황에서 검찰이 요구하는 추가조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관행으로 이어져 온 심야조사에 대한 폐지 의지가 있는지에도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안 하면 또 부를 것 같으니까 심야조사 동의를 안 할 수가 없다”며 “검찰이 ‘조금 남았는데 동의서 좀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가 장시간 조사도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 14시간씩 조사받은 사람도 있다”며 “이게 무슨 개혁이냐”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부터 이어진 여당의 불만은 이런 패스트트랙 수사로 인해 점점 더 격앙되어 가는 모습이다. 자한당 의원들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와중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 자신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당직자들이 어떻게 국회의원을 폭행하느냐”며 관련 혐의로 당직자들만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왜 검찰은 보통의 국민에게 들이대던 서슬 퍼런 칼날을 유독 자한당 의원들에게는 갖다 대지 않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미 경찰의 소환으로 패스트트랙 조사를 받았던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이 국정감사 이후에도 소환에 불응하면 강제수사를 하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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