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 남용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21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 별장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사건 조사에 참여한 외부위원이 발표했다.

또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직무유기 혐의로 (임은정 검사가) 고발을 하고 수사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직무유기라는 게 인정되기가 쉽지 않은 범죄"라며 "해당 검찰청에서 법리나 증거를 판단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김학의사건팀 외부단원들은 이날 오전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검찰과거사 조사결과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하는 이례적인 검찰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현직 검찰총장이 명예훼손으로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하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고, 그 수사를 상명하복 조직체계에 속한 검사들이 수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검찰총장의 고소와 동일한 결론을 정하고 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주간지 한겨레21은 진상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윤중천씨가 윤 총장과 친분을 언급한 적 있음에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지난 11일 보도했다. 이후 윤 총장은 “보도 내용은 허위사실”이라며 한겨레21 등 보도 관계자를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사건은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변필건)에서 수사 중이다. 

위원들은 최근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단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데 대해 “면담보고서에 윤 총장 부분이 들어가게 된 경위와 면담보고서 작성 전후의 경과 등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이는 윤 총장 명예훼손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조사단의 조사 활동에 대한 수사이고,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보도 내용이 허위사실인지는 수사기록에 포함된 증거물과 윤씨 면담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면담보고서 작성 경위에 대한 조사는 필요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위원들은 ‘면담보고서 기재 내용이 사실인지 윤씨에게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대검 설명에 대해선 “수사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윤 총장 주장과 달리 대검에서 이 사건을 보고받고 지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검찰총장 개인 명예훼손 사건에 검찰의 수사권과 총장의 수사지휘권 모두를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검찰과거사 진상조사에서 지속해서 드러난 검찰권 남용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검찰과거사 조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윤 총장은 국민 뜻에 따라 검찰개혁에 동참하고, 이미 검찰과거사위가 권고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mbc 갈무리
mbc 갈무리

한편, 윤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검찰이 사문서 위조 혐의로 70여군데를 압수수색하고 21일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비교가 되면서 검찰내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초 임은정 검사의 고발 수사와 관련해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검에서 기각당했다. 중앙지검은 "'공문서위조'가 경징계 사안이라 사표를 수리해도 직무유기가 안 된다"며 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부산지검에 재직 했던 윤모 전 검사의 고소장 바꿔치기 의혹을 두고 검찰 간부를 고발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총장이 범죄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수개월째 사건을 수사하며 실체 파악에 노력했던 경찰의 입장과는 분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정경심 교수 표창장 위조 의혹을 포함해 조국 일가 사건에서만 70여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실시한 검찰이 자기 식구 수사에서는 한 차례 압색도 허용하지 않는 건 형평과 이치에 맞지 않다"며 "검찰이 봐서 미운 놈한테만 법과 원칙을 적용하는 게 과연 정의냐"고 꼬집었다.

앞서 윤 전 검사는 부산지검에 재직하던 지난 2015년 12월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꿔치기했다. 고소장을 분실하면 고소인에게 알리는 게 원칙이지만 윤 전 검사는 바꿔치기한 고소장 사본에 표지를 붙인 뒤 사건과장과 차장검사의 도장까지 몰래 찍어 공문서를 위조했다.

명백한 공문서 위조로 위법이지만 당시 부산지검은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윤 검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뒤늦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자 검찰은 사건 발생 2년만인 지난해 10월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윤 전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임은정 검사는 윤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검찰의 윗선들이 징계를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다며 전·현직 검찰 수뇌부들을 지난 4월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임 검사는 "검찰에서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아 (경찰이) 부득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며 "검찰 스스로에게는 관대하게, 검찰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면 그런 검찰은 검찰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피고발인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사건 당시 대검찰청 감찰1과장) 등 4명이다.

이미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자료 제출까지 거부한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치는 발언을 내놓자 경찰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검찰과 경찰의 감정이 서로 고조되는 가운데 경찰은 조만간 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고소장 바꿔치기' 당사자인 윤 전 검사가 법원에서 이미 유죄를 받았는데, 아무런 징계도 없이 정식 사표를 수리한 검찰 수뇌부에게 검찰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게 합당하냐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경찰의 항변에도 윤 총장은 사건에 연루된 수뇌부에게 일일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징계를 안한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건 검찰총장의 책임이지 감찰본부 직원이나 검사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수사 지휘권을 가진 검찰의 최고 책임자가 사실상 경찰에 수사 대상을 한정하고 범위를 정한 꼴이다.

윤 총장의 발언에 경찰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온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여부는 기록을 보고 따져봐야 할 일인데, 자료도 일절 주지 않으면서 직무유기죄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예단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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