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경찰이 검사를 수사해?’.. 검사 범죄 1만 1000여 건 중 14건 기소 0.13%, 일반인이 기소된 비율 40% 현격한 차이

대검, 언론보도 4개월 전에 김형준 전 부장검사 비위 알고도 묵과
서울중앙지검 손영배 검사 김형준 스폰서 '회유'하려 '변호인'과 수백번 통화

MBC 'PD수첩'이 '뉴스타파'와 공동 취재로 22일 저녁 김형준 전 부장 검사의 비리를 파헤치며 검찰 개혁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친구이자 스폰서인 김 씨에게 카톡으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 MBC 화면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친구이자 스폰서인 김 씨에게 카톡으로 돈을 요구하는 내용. MBC 화면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독점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권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제할 장치는 마땅치 않다. 특히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장검사와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은 상명하복 검찰 조직문화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이날 'PD수첩'은 '스폰서 검사' 1부로 꾸며졌다. 제작진은 스폰서 검사로 지목된 김형준 검사가 받은 접대에 대해 파헤쳤다. 장본인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스폰서 김모(48) 씨의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비위가 드러나자 이를 다각도로 은폐하려고 했으나 발각됐다.

이 사건은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가 중고교 동창이자 사업가 김 씨의 수사 관련 편의를 봐주면서 서울 강남 술집 등에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성접대 향응을 제공한 것이 드러나면서 검사들의 부패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서 성접대 향응을 받고 뇌물로 1천900만원의 현금은 직접 받고 1천 500만원은 계좌로 송금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김 전 검사는 김 씨에게서 계좌이체로 받은 1천500만원은 빌린 돈이며 나머지 현금은 전혀 받은 바 없다며 부인하고 공소사실을 다퉜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을 다투는 만큼 해임에 이른다고 해도 해임 사유는 달라져야 한다"며 징계에도 불복해 소송을 냈다.

해당 의혹 보도 후 김형준 검사는 검찰 특별감찰단의 조사를 받았고 김형준 검사가 접대 여성과 내연 관계를 맺은 것도 밝혀졌다. 1심에서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되며 석방됐다.

김형준 검사의 비위 건은 2016년 9월 5일 한겨레신문 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대검에 보고된 시기는 한겨레신문 보도 4개월 전인 2016년 5월 18일로,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대검은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를 조사하지 않고 묵과했다.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에는 더 기막힌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가 이어졌다. 마포 경찰서에 배당됐던 김 전 부장검사 비위를 폭로한 스폰서 김 씨 사건은 다시 회수됐다. 서부지검은 스폰서 김 씨와 김 검사 사건을 처음에 마포 경찰서에 배당했다.

그러나 마포 경찰서에서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자, 이를 2번이나 기각하고 사건을 경찰에서 빼내 서부지검으로 송치해갔다. 경찰 관계자는 "'감히 경찰이 검사를 수사해?'라는 프레임이 오랜 기간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을 한참 아래로 보는 '경찰 경시'의 '검찰 고자세' 관행이 예나 지금이나 이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3년이 지난 지금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인 김 씨는 김 전 검사의 성접대 혐의와 더 많은 액수의 뇌물 수수가 묻혔다고 주장한다.

당시 김형준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증겨 인멸을 지시하는 문자를 보냈고, 서부지검 검사들을 만나서는 로비를 하며 오히려 스폰서 김 씨를 조사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분노한 김 씨는 김형준 검사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대검찰청은 4개월 동안 수사를 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손영배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스폰서 김 씨의 대리인 신형식 변호사에게 연락해 회유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하지만 손영배 검사는 제작진에게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형준 검사와 친분이 있는 박수종 변호사는 김 씨에게 돈을 주며 김형준 검사 관련 일을 언론사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는 거다.

제작진이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손영배 검사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박수종 변호사와 통화 174번, 메시지 22번을 주고받았다.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이 시작된 5개월 동안에는 통화를 130번, 메시지는 18번을 주고받아 충격을 안겼다.

이날 방송에서 김형준 전 부장검사 내연녀 K씨가 경찰에게 진술한 내용도 공개됐다. 'PD수첩'이 공개한 진술서에서 내연녀 K씨는 "제가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곳에 김형준이 손님으로 자주 왔고, 2014년 12월경부터 2015년 1월 경사이에 흔히 말하는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김형준과 연인관계에 있으면서 김형준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다. 용돈을 주기도 하고, 생활비를 좀 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내연녀 K씨는 "술집을 그만두고 오피스텔 계약을 했다면서 이 역시 김형준이 계약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PD수첩'이 공개한 김형준과 스폰서 김 씨와의 카카오톡 내용에는 김형준이 내연녀 K씨의 오피스텔과 관련해 돈을 요구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한 변호사는 "한 여검사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목격자가 몇명이 있었는 데도 안태근 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했던 사건도 묻혔다"며 "김형준 검사 비위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알려지면 창피했을 것"이라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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