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액막이

액(厄)막이는 앞으로 닥쳐올 나쁜 운을 미리 막는 일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보통 서민들은 ‘제웅’을 만들어 불태우든가 무당을 불러 ‘액막이굿’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혹시 닥쳐올지도 모르는 액을 미리 방비해 왔습니다.

그럼 부자들의 액막이는 어떻게 하는지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의 첫 공판일이 다가 왔습니다. 어쩌면 다시 구속 될지도 모를 액운이 닥쳐온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지난 10월 17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간신히 구속을 면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부자들도 미리 미리 액막이를 했으면 이런 불행한 들이 닥쳐왔을까요? 중국부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미국 ‘포브스’지에 중국 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승자의 저주랄까요? 포브스지에 이름을 올리면 바로 수난의 역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나라 재정 수준에 달하는 재산을 모았을 때 중국에서는 ‘부가적국(富可敵國)’이라고 쓴답니다. ‘재산이 나라에 맞먹을 정도’라는 표현이지요. 그래서인지 요즘의 중국 부자들이 일선에서 느닷없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에 이어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레노버의 류촨즈(柳傳志) 등이 그렇습니다.

그에 앞서 중국 최대 보험그룹, 금융계 거물 등이 줄줄이 낙마(落馬)했습니다.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자진 낙향(落鄕)의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를 이루기도 어렵지만, 지키는 일은 더 어려운 모양입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큰 부자거든 공익사업에 기부하여 액막이를 하여 재앙을 피하는 것입니다. 그 액막이를 하는 방법으로 정산(鼎山) 종사께서는 <한 울안 한 이치>에서 부자들의 피난 법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돈 벌었다는 소문 없도록 하고,

둘째, 집을 화려하게 꾸미지 말며,

셋째, 큰 부자거든 공익사업에 기부하여 액막이 하고,

넷째, 부자라고 이름 붙은 사람은 현금이 없다는 소문나도록 하며,

다섯째, 새 부자나 묵은 부자도 의복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여섯째, 일가친척이나 남이라도 서로 화하도록 하라.

이러한 가르침을 그대로 실현한 사람이 있습니다. 역사상 미국 최고의 부자인 ‘존 록펠러’가 그 사람이지요. 록펠러는 유태인으로 1863년에 ‘스탠더드 오일’을 설립하고 정유 사업을 시작하여 1881년에는 미국 정유 산업의 95%를 독점하였습니다.

이후에 무기산업과 금융 산업에서도 손을 뻗쳐 미국 최고의 부자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그는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카르텔, 독점, 정경유착 등, 온갖 부정부패를 동원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가장 증오 받는 부자가 된 것이지요. 급기야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로 스탠더드 오일은 해체하게 됩니다. 

돈에 깔려 죽을 수도 있었던 록펠러를 구한 사람은 ‘게이츠 목사’입니다. 그는 록펠러 이름을 딴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시카코 대학을 비롯해서 12개의 종합대학과 12개의 단과 대학과 연구소를 지어 사회에 기증하는 등, 4,928개의 교회를 지어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자선 사업을 통해서 실추된 이미지의 록펠러를 자비로운 자선사업가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부각시켜 주었습니다. 97년을 살다 간 말년의 록펠러는, 그를 증오하던 세대가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미국의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또한 록펠러의 어머니 엘리자는 어느 날 록펠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록펠러야, 네가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고 싶으냐?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멋진 교회를 하나 지어 하나님께 바쳐 보거라. 그러면 너는 진짜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될 것이다.”

부자가 재난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부를 축재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악업을 쌓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업(定業)은 난면(難免)이라 예로부터 ‘고수레’로 ‘액땜’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평소에 록펠러 같은 선업을 쌓으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위험은 없지 않을 까요!

단기 4352년, 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원기 104년 10월 2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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