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 좋다는 장관을 추천하려고 해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요.

어제 저도 스승님으로부터 호된 질책(叱責)을 받았습니다. ‘잘 한다 잘한다 했더니 엉덩이에 뿔이 난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이 질책을 받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직도 저의 글에 겸손이 부족하구나 하는 참회(懺悔)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겸손이란 무엇입니까?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가 아닌 가요! 공자(孔子)님 같은 성현도 겸손하시기가 이를 데 없어 네 가지 일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셨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 네 가지란 무슨 일이든지『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고, 함부로 단언하지 않으며, 자기 고집만 부리지 않고, 아집(我執)을 부리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논어(論語)》<자한편(子罕編)>에 보면, 이 네 가지를 ‘자절사(自絶四)’라고 합니다. 공자는 네 가지의 마음이 전혀 없으셨다고 했습니다. 사사로운 뜻이 없으셨고, 기필코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으셨으며, 집착하는 마음이 없으셨고, 이기심이 없으셨다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인간을 ‘욕망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성(本性)을 잊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좋아하고, 손해가 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께서 말씀하신 <절사(絶四)>란 ‘네 가지를 끊다’라는 의미이지요.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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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오랜 경험과 통찰을 통해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했을 만큼 이 <자절사>는 우리 인생에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첫째, 무의(毋意)입니다.

우리는 쉽게 판단하며, 함부로 억측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까 ‘무의’는 일상에서 자기 마음대로 일을 결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식과 편견은 종이 한 장의 차이입니다. 모든 일을 조사하고 분석하며 진행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직감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균형 감각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떤 것을 판단하기 전에 그것이 사실과 다름이 없는지, 지나치게 편견에 의존한 판단은 아닌지 자신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저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귀찮더라도 애매 것은 한 번 더 조사해 보고 판단하는 신중함이 필요한 것입니다.

둘째, 무필(毋必)입니다.

함부로 단언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만 옳다고 믿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옳고, 그름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일입니다. 세상에 100% 한쪽만 진리인 것은 없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조건부이고 상대적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늘 진리와 믿음은 다르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별히 대단한 문제가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 ‘다름’으로 풀어 나가야 하지, ‘옳고 그름’으로 풀어 가면 인간관계가 어려워집니다. 너그럽고 부드럽게 덕을 베푸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무고(毋固)입니다.

고집을 끝까지 부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자기 주관을 관철해야 하는 순간이 분명 있지요. 하지만 우리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까지 강하게 고집을 부려야 할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자기 고집대로 해야 하는 사람은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기 쉽습니다. 웬만한 것은 적당히 넘어가고 중요한 것에 중점을 두는 것입니다.

넷째, 무아(毋我)입니다.

무아라는 것은 내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너무 내세우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모난 돌이 정을 맞습니다. 우리 사회는 뾰족이 구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기가 나서야할 자리에서는 최대한 겸손한 태도를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공자님의 <자절사>를 돌아보면서 한 없이 부끄러워짐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그걸 모르고 저 잘났다고 설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스승님께서는 얼마나 한심해 하셨을까요?

범부(凡夫)는 작은 선에 걸리어 큰 선을 행치 못합니다. 그리고 작은 지혜에 걸리어 큰 지혜를 얻지 못합니다. 다시 한 번 <자절사>를 교훈삼아 저의 교만(驕慢)을 뉘우쳐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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