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여주인공 페스티벌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을 함께 만든 사람들_이아단 영상디자이너, 이윤지 무대디자이너, 백지영 작가, 박병구(김윤태), 귀신/승무원/조연출(안영아), 박병구(마두영), 조수지 영상오퍼, 한예나 조명오퍼, 최원종 연출, 윤정혜(최은경), 문서영(황윤희), 서영부(문태수)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을 함께 만든 사람들_이아단 영상디자이너, 이윤지 무대디자이너, 백지영 작가, 박병구(김윤태), 귀신/승무원/조연출(안영아), 박병구(마두영), 조수지 영상오퍼, 한예나 조명오퍼, 최원종 연출, 윤정혜(최은경), 문서영(황윤희), 서영부(문태수) /ⓒ권애진

[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스스로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뜨거운 삶의 화두를 매우 깊이 감동적으로 그려나간 연극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이 제1회 여주인공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공유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아쉬운 인사를 하였다.

남편인 병구의 통제된 생활에 지쳐가던 정혜 앞에 3년 만에 나타난 단짝친구 서영. 암말기 환자인 서영은 정혜에게 안락사를 위한 스위스 여행길에 동행을 부탁한다.

부탁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떻게든 못 가게 말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정혜와 달리 서영은 스위스 여행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간다.

처음엔 어떻게든 서영을 말릴 생각뿐이던 정혜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과거 서영과 함께 했던 여행을 추억하게 되고, 서영 또한 정혜와의 여행을 추억하면서 둘은 서로의 우정을 되짚어 보게 된다.

결국 서영의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정혜. 그렇게 정혜와 서영은 또 한 번의 여행을 위한 길을 떠난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무대의 한 켠에 자리잡은 이경훈 기타리스트는 라이브 연주와 노래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감동을 배가시켰다.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무대의 한 켠에 자리잡은 이경훈 기타리스트는 라이브 연주와 노래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감동을 배가시켰다.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따뜻하게 포옹하고 있는 절친 두 사람, 윤정혜(최은경), 문서영(황윤희)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따뜻하게 포옹하고 있는 절친 두 사람, 윤정혜(최은경), 문서영(황윤희)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서영부(문태수), 문서영(황윤희)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서영부(문태수), 문서영(황윤희)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어린 시절 한 친구의 놀림으로 폐가를 찿은 두 사람_윤정혜(최은경), 문서영(황윤희)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어린 시절 한 친구의 놀림으로 폐가를 찿은 두 사람_윤정혜(최은경), 문서영(황윤희)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평생 한 우산 아래 서 있을 것 같았지만...박병구(마두영),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평생 한 우산 아래 서 있을 것 같았지만...박병구(마두영),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젊은 시절 함께 여행을 떠났던 두 사람_문서영(황윤희),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젊은 시절 함께 여행을 떠났던 두 사람_문서영(황윤희),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여행 속 무용수(안영아)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여행 속 무용수(안영아)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벚꽃이 떨어지는 가운데 함께 앉아 있는 두 사람_문서영(황윤희),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벚꽃이 떨어지는 가운데 함께 앉아 있는 두 사람_문서영(황윤희),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두 사람 모두 아름다운 미소부터 기억하기를...문서영(황윤희),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공연사진_두 사람 모두 아름다운 미소부터 기억하기를...문서영(황윤희), 윤정혜(최은경) /ⓒ권애진

“여기 영혼을 나눈 것처럼 인생을 함께 해온 두 명의 절친이 있습니다. 한 때 호기로왔던 둘의 삶은 이제는 나이와 사회적 지위가 족쇄가 되어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얻은 삶이 행여나 무너질까 전전긍긍해온 두 친구지만, 한 친구가 죽음의 부름을 받게 되면서 뒤틀리기 시작합니다”라고 작품을 집필한 백지영 작가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는 순간 두 친구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인생은 공포가 끝나는 순간 시작된다’는 인도의 한 철학자의 말과는 달리 이 작품은 울면서 온 인생 울면서 간다는 법칙을 과감하게 벗어난 두 친구의 이야기라고 자신 있게 작품을 전한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인기 여행 작가인 서영과 젊은 날부터 함께 여행을 다니며 깊은 우정을 쌓아왔던 정혜가 떠나는 마지막 여행. “여행이란 매순간 내가 어디에 있을지, 어디로 가야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마지막 여행 역시 인간의 삶을 언제 어떻게 끝낼지 결정하는 여행입니다. 인기 여행 작가의 마지막 여행 책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작품을 연출한 최원종 연출은 조용히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에 대해 조근조근 설명을 전했다.

누구나 본인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본인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일가친척 등 가족들이 뇌사와 식물인간 상태일 때 생명유지연장에 대한 동의와 거부 문제 뿐 아니라 자연적 죽음이 아닌 뇌사나 식물인간 판정에 의한 사망선고 이후 장기기증에 대한 문제는 법적으로도 공방이 치열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지만, 슬픔과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도덕적인 문제들이 첨예하게 부딪히며 공론화를 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법률로도 인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스위스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제화되어 있다. 대만은 2016년 ‘환자 자주 권리법’을 제정하였다. 우리나라는 2018년 연명치료 중지를 인정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 MINI INTERVIEW -

1. 공연의 제목을 정하는 과정은 때론 쉽기도 때론 어렵기도 할 것입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백지영 작가 ▶ 죽음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집니다.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기 위해 몸부림치기도 하고 죽지 않을 것처럼 외면하기도 합니다. 여행 작가인 이 연극의 주인공 또한 그런 시간을 보내지만 아무리 도망쳐봤자 끝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는 당당하게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제 죽음은 비참하고 아픈 것이 아니라 누구나 떠나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행이 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정하게 되었습니다.

2. 제1회 여주인공페스티벌의 마지막 참가작인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가부장적이고 자기애가 강하며 독선적인 면들도 가지고 있고, '여자'들은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에 짓눌리던 가운데 선택의 기로에서 변화를 택합니다. 연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들 그리고 각 배우들의 자신의 캐릭터 서사를 어떻게 잡았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를 연출한 최원종 연출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를 연출한 최원종 연출 /ⓒ권애진

∙최원종 연출 ▶ 이 작품은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로 떠나려고 하는 친구와 그 친구의 부탁을 받고 함께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과연 ‘나라면 스위스로 안락사를 하러가겠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을 연습 하는 내내 나는 그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선택을 했고, 그 거절을 한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위스로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하는 그 친구는 어떤 마음으로 이 무거운 부탁을 나한테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부탁을 해오는 그 친구의 손을 잡기까지, 나 자신이 스스로 납득시켜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삶의 터닝 포인트를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자신을 진정으로 찾아가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백지영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스며있는 작품이고,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같습니다. 자전적인 이야기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함과 절실함이 있습니다.

그 진실함과 절실함이 이 두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유일한 나침반이었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서영 부 역 문태수 배우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서영 부 역 문태수 배우 /ⓒ권애진

∙문태수 배우 ▶ 참 슬픈 가족애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입니다. 아내를 대장암으로 먼저 보내고 딸인 서영에게도 같은 대장암으로 보내야하는...

운명처럼 가혹한 현실에서 스위스로 딸을 보내야만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가슴이 찢어지지만 딸이 마지막으로 갈구하는 행복을 차마 꺾을 수 없어서...보내야만 하는....홀로 남겨진 아버지의 마음 또한....무거운 현실이었습니다.

서영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가정적인 아버지의 면모에 집중했습니다. 저와 외모와 체격이 비슷한 천호진 선배님을 롤모델로 생각하며 연기를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함 여행' 박병구 역 마두영 배우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함 여행' 박병구 역 마두영 배우 /ⓒ권애진

∙마두영 배우 ▶ 아내인 윤정혜에게 이혼서류를 건네는 장면에서 박병구의 대사를 보면, 인물의 서사와 개연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라는 존재로 인해 받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서, 다른 여성들과의 만남이 집착이나 불신으로 변질되어 왔죠. 다른 한편으로 작가님과 “네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거든.” 이라는 대사를 놓고, ‘그렇지 않다는 것’과 ‘알아버렸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대화를 통해서 박병구라는 인물의 현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연인 사이에서는 감춰졌던 트라우마가 결혼 이후 가족이 되면서 다시 불거져 나온 거죠. 본인의 의지로 꾸렸지만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병구에게는 안전한 곳이 아니라 언제든 누군가 떠날 수 있다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곳인 겁니다. 그 때부터 병구는 결혼생활의 한계를 직감하고 이혼을 생각하지만 절대 자기가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혜의 입에서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사사건건 정혜를 압박하는 거죠. 저는 이런 분석을 통해 박병구의 캐릭터를 확립했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박병구 역 김윤태 배우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박병구 역 김윤태 배우 /ⓒ권애진

∙김윤태 배우 ▶ 병구라는 인물은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에 대한 아픔이 있는 인물입니다. 정혜를 처음 만날 때 병구는 따뜻한 남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함께 살아오면서 정혜를 통해 엄마를 떠올리게 되고 그리고 정혜가 부족하고 언제든 자신을 버리고 갈 것이라는 두려움에 먼저 정혜를 버리는 인물이라 생각했습니다.

'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윤정혜 역 최은경 배우 /ⓒ권애진
'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윤정혜 역 최은경 배우 /ⓒ권애진

∙최은경 배우 ▶ 정혜는 서영이의 팬(fan)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심하고 외톨이였던 정혜는 서영과 절친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와는 달리 서영과 함께 있을 때는 잘 웃고 떠들고 마음을 엽니다.

고졸 출신으로 사회생활을 서영이보다 먼저 시작했고 기를 써서 돈을 벌어보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오빠 뒷바라지 하느라 나의 인생이 없지요. 그나마 낙인 건 서영과 매번 떠나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병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이후에는 서영이의 빛을 벗어나 자기만의 가족을 꾸리고 서영과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남편 병구에게 7년 동안 시달리던 중에 빼빼마른 몸으로 나타난 서영이의 모습에 충격을 받습니다. 처음엔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서영이의 말에 충동적으로 스위스 여행에 함께 나서겠다고 했지만 버킷리스트 작성을 함께하던 중에 서영이가 안락사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알게 됩니다..

함께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여행. 그 이후에 정혜는 서영이가 말했던 '오로지 나만을 위한 여행'으로 여권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3. 기타 연주와 함께 라이브로 들려오는 노래와 영상을 통한 배경은 극을 풍성하고 매끄럽게 이어가도록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극의 무대화 과정에서 영상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들려주는 노래들의 선택 과정이 궁금합니다.

∙최원종 연출 ▶ 이 작품은 안락사라는 사회의 금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금기를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냥 금기일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나의 결정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들 마음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그 거부감을 음악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은 우리를 여유 있게 만들고, 배려감 넘치게 만들어주니까요. 라이브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주고, 마음이 열린 채 이 작품을 바라봐주기를 바랬습니다. 영상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만자’, ‘사기병’ 등 죽음을 다루는 웹툰에서는 무척 고통스럽고 슬픈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따듯하게 캐릭터와 상황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심플한 얼굴 표정에서 무수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그림체가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사람들의 마음속에 거부감 없이 이 고통의 순간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이경훈 기타리스트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이경훈 기타리스트 /ⓒ권애진

∙이경훈 기타리스트 ▶ 연습 막바지에 참여하게 되어 선곡을 하진 못했지만 연출님께서 선곡해주신 음악 중 기타 한 대로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말씀드리고 가능한 곡들을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곡을 연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음악을 배우들의 정서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연주해 극의 진행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노력했습니다.

4. 스스로 죽음의 방법을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에 대한 화두는 유교적 색채가 진한 우리나라를 필두로 한 동양권 나라들 뿐 아니라 개인주의 색채가 강한 서양권 나라들에서도 뜨거운 감자입니다. 그리고 제3자의 상황일 때와 본인 또는 본인과 가까운 이의 상황일 때는 체감하는 온도차가 극명할 것입니다. 작가님, 연출님 그리고 배우님들의 '존엄사' 법제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본인 또는 본인의 지인들이 그러한 상황에 있을 때 어찌할 것 같은지 생각들을 듣고 싶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출연진_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출연진_이경훈 기타리스트, 서영부(문태수), 박병구(마두영), 귀신/승무원(안영아), 박병구(김윤태), 윤정혜(최은경), 문서영(황윤희) /ⓒ권애진

∙백지영 작가 ▶ 본 작품의 원고가 처음 탄생했을 때 존엄사에 대한 이견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는 그 이견이 모두 존엄사 필요의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이 바로 ‘존엄사’의 정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최악의 상황에서 심폐 소생술을 해서 살아남기를 원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의료행위를 통해 기계에 의존해 살아남기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전 존엄사의 법제화가 된다는 것은 그 사회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요즘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바뀌고 있고 수많은 정보와 온갖 재미에 치여 살다보면 모든 인간에게 닥쳐오는 그 시간이 막상 다가왔을 때 공포에 질려 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울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시간을 당당하게 맞이할 순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존엄사라는 이슈를 선택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배우들 또한 모두 당당하게 그 시간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원종 연출 ▶ 인간이라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어쩔 수 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삶의 일부입니다. 그 고통에서 빗겨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늘 생각해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 전에 내게 먼저 죽음이 찾아오기를’. 하지만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앞으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떠나보내고 남겨진 삶을 더 고통스럽게 살아가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괴로운 생각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문득 마지막 순간일지 모르는 지금의 이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또다시 남겨질 내가 덜 고통스럽고 덜 슬퍼질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병원에서 죽는 것만이 가장 인간적인 마지막 모습이라는 것에 저는 괴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과 아픔은 우리를 각성시킵니다.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둘 다를 각성시킵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더 아름답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 시도들이 성공할 때 우리의 삶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하기도 전에 병원에서의 생의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중한 순간을 고통의 순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여행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위로를 주는 소중한 시도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여행에서 얻고자 유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준비를 하는 것. 스스로의 삶을 오로지 껴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위로의 행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문서영 영 황윤희 배우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문서영 영 황윤희 배우 /ⓒ권애진

∙황윤희 배우 ▶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존엄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계속 이중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존엄사’ 법제화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찬성입니다.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죽음의 방법에 대해 선택권이 있는 것이 오히려 남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중적이게도 과연 제 가족이나 주변에서 실제로 이러한 선택의 상황이 생긴다면...전...존엄사 선택을 못할 것 같습니다...이런 고민을 해볼 시간도 없이...인사마저...급하게 하고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었습니다...그 때가 계속 크게 마음에 남아 있기에....그냥...곁에 더 머물기 바라는 마음이 계속 크게 남아 있습니다.

∙마두영 배우 ▶ 14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저의 여자친구는 장기기증 서약을 하였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죽음이 가까워져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죽음 이후를 준비하는 거죠. 저도 그런 의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제 죽음의 시기를 제가 선택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줘서 괴로움을 준다거나 더 흉한 모습 보이기 전에 제가 원하는 순간에 삶을 마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에 보면 죽음을 인지한 호주 원주민이 밤새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다음날 일찍 밖을 나가서 그 자리에서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지나온 삶에 대해 ‘축복’ 받으면서 삶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최은경 배우 ▶ 저는 환자 본인이 고통스러워 못 견디겠다면, ‘존엄사’에 동의 해 주는 게 맞다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하는 마음도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내 욕심 때문에 붙들고 있는 건 더 잔인하다고 봅니다.

극 중에서 서영의 아버지가 "아빠가 이대로 못 보내겠어서 그래"라는 말이 공감은 가지만, 너무 이기적인 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 제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움직일 수 없는)몸에 갇혀 있게 된다면, 저는 ‘존엄사’를 행하고 싶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귀신/승무원 역 안영아 배우 /ⓒ권애진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귀신/승무원 역 안영아 배우 /ⓒ권애진

 

5. 연출님과 배우님들의 차기작을 알려주세요.

∙최원종 연출 ▶ 11월 5일부터 17일까지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 작/연출작 <헤비메탈 걸스>를, 그리고 12월 6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작/연출작 <안녕 후쿠시마>를 공연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1월 22일부터 31일까지 한양레퍼토리 씨어터에서 작/연출작 <외톨이들>의 공연이 있습니다.

∙문태수 배우 ▶ 12월 2일부터 8일까지 연극 <침팬지인간보고서(차현석 연출)>에 참여합니다.

∙황윤희 배우 ▶ 미정입니다.

∙마두영 배우 ▶10월 26, 27일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공연하는 <그 밖의 사람들>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원지영 연출 작품으로 급하게 섭외되어 두 번 만나고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텍스트가 있는 작품은 아니고 연극을, 극장을 처음 찾는 관객들에게 그들 삶의 첫 연극을 만들어주는 공연일 것 같습니다.

∙김윤태 배우 ▶ 1월 즈음에 ‘지공연’에서 준비하고 있는 <불편한 너와의 사정거리>라는 작품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최은경 배우 ▶ 11월 5일부터 9일까지 후암스튜디오에서 2인극 <20세기 작가(차현석 연출)>에 출연하고, 12월 11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씨어터에서 <1인용 식탁(윤고은 작, 최호영 각색/연출>에 출연합니다. 그리고 내년 2월 8일부터 11일까지 교토 KAIKA에서 극단 에이세이(劇団衛星)의 <주코의 암자(珠光の庵)>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포스터 /사진ⓒ권애진, 포스터디자인ⓒ김대희
'내 생애 가장 평범한 여행' 포스터 /사진ⓒ권애진, 포스터디자인ⓒ김대희

보다 폭넓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제1회 여주인공 페스티벌’은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움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개최된 시상식에는 ‘작품상’과 ‘연기상’을 대학로에서 오랜 연출 경력을 갖춘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마친 후 작품과 배우에게 시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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