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 시사회에 참석했다. ‘삽질’ 하면 떠오르는 그 사람, 맞다! 그 사람, 윤석열이 “쿨했다”고 칭찬한 사람 이명박. 그 이명박이 어떻게 대통령에게 맡겨진 국가시스템을 총동원해 전 국민을 상대로 22조 여원에 이르는 거대한 사기극을 벌였는지, 그 전모를 파헤치고자 만든 영화다.

올해 내가 멘토링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함께 관람했다. 학생들은 영화를 보면서 나만큼 화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4대강 삽질이 한창이던 때 이들은 겨우 중학생 정도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국민들에게 막대한 빚을 지워가면서 4대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든 사기극의 실태를 이미 꽤 많이 알고 있다. 그런 내가 영화를 보며 새삼 화가 난 것은, 그 사기극에 동원된 장관 고위공직자 학자 언론인들이 이제 와서 “나는 모르오.”, “인터뷰 하지 않겠소.” “(기자가) 사무실에 들어오면 고발하겠소.”, “같은 (언론) 식구끼리 왜 그러오?” 식으로 한사코 책임을 회피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미 얼굴이 알려질 만큼 알려진 이들이 새삼 카메라 앞에서 얼굴을 공책으로 가리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기자를 피해 달음박질로 도망하는 모습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내 눈길을 끈 것은 당시 국정기획수석 곽승준(현 고려대 교수)이었다. 최열 전 환경재단 이사장이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이명박 후보가 측근 곽승준을 보내 4대강 사업에 대해 환경재단 차원에서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데 대해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 증언을 확인하려고 찾아 간 기자를 요리조리 피하는 그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밉쌀스럽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 최열 이사장을 ‘양심적인 사람’이라며 기특하게 생각했을까? 천만의 말씀! 이명박은 청와대를 접수하자마자 최열 이사장과 환경재단에 보복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영화에도 나오듯이 환경재단에 대해 싹쓸이식 압수수색을 하고 최열 이사장에 대해서는 2008년 12월부터 2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으면서도 기소를 강행해 2013년 2월 끝내 그를 감옥에 쳐넣었다. 그 보복에 앞장 서 망나니 역할을 한 것은 당연히 검찰, 그때도 특수부였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4대강 사기극을 위해 온 국가시스템을 동원한 정권이 검찰을 가만 놓아 둘 리 만무였다.

이명박 정권의 출범은 BBK 의혹을 검찰이 덮은 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기 전에는 검찰 내 충성파들이 앞장 서 온갖 정권 비리에 대한 예방 수사를 마쳤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처음과 마지막을 검찰이 장식한 셈이다. (여러 놈의 죄를 한 놈에게만 묻거나, 큰 죄를 작은 죄로 마사지하는 것이 예방수사, 검찰 내 전문용어로 ‘지뢰제거작업’이라고도 한다네.)

그 처음과 끝 사이에 이명박 정권에서 검찰이 ‘쿨’하게 처리한 다른 일들은 다음과 같다.(순전히 나 개인적으로 책(한명숙의 ‘무죄’)을 내기 위해 두서없이 정리했던 목록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그 가족들과 측근들에 대한 먼지털이수사, 허위 혐의사실 유포.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 곽영욱 사건에 이은 한만호 별건수사.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사후(?)뇌물죄 수사.
김상곤 김승환 장휘국 등 진보교육감에 대한 수사.
백승헌 김희수 김형태 등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불법 수임 혐의 기획수사.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표적수사.
정연주 전 KBS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 기획수사.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
민간인 김종익씨 사찰사건에 대한 역(逆)표적수사.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참여자 및 촛불집회 참가자 수사.
(1일 「삽질」 시사회장에는 이중 정연주 곽노현 최열 씨 등이 눈에 띠었다.)

검찰을 이렇게 부려 먹고 “쿨 하다”는 칭찬을 듣는다면 그건 이명박이 쿨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등 ‘검찰주의자들’이 쿨하게 이명박의 명령을 받든 것이다. 이명박이 저지른 그 숱한 범죄 중에서도 4대강 사기극에 관한 한 단 하나의 혐의도 추궁받지 않고 있는 것은, ‘쿨’한 검찰이 이명박 때 보다 지금 오히려 더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삽질」 작품정보 감독: 김병기, 한국|다큐멘터리|2018 2019.11.14 (개봉 예정)|94분|12세 관람가 20회 전주국제영화제(2019) 다큐멘터리상 16회 서울환경영화제(2019) 특별상영 초청 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9) 초청(DMZ- P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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