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도면 습관성 가출 같다.” 각종 헛발질로 당 지지율이 폭락하자 다시 장외 집회를 하는 황교안을 두고 민주당 한 의원이 한 말이다. 원외인 황교안이 원내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걸핏하면 장외로 나가는 습관은 스스로 전략부재임을 고백한 것이다.  

황교안이 손쉬운 투쟁 방법으로 장외 집회를 선택한 것은 다목적이다. 겉으로는 원내는 나경원, 원외는 황교안 식으로 해서 투톱이 역할분담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도 권력암투가 자리하고 있다.  

황교안과 나경원은 모두 친박의 지지로 감투를 썼지만, 두 사람 모두 머릿속에는 대권이 자리해 동상이몽이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협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은근히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나경원이 조국 청문회에 나선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주고, 패스트랙 저지에 나선 의원들에게 공천 시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자 황교안은 나경원이 있는 자리에선 “당에 공헌한 사람은 마땅히 대우받아야 한다”고 했다가, 나경원이 없는 자라에선 “해당행위”라며 비판했다.  

주지하다시피 공천과 관련된 가산점 문제는 나경원이 정할 문제가 아니라 당 대표인 황교안, 나아가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정할 문제다. 그런데 나경원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표창장을 주고, 가삼점까지 부여한다고 하자 황교안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원외인 황교안은 국회 내에서는 사실상 별로 할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장외로 돌게 되고, 그 맛에 길들여져 있다. 수많은 군중들이 환호하고 언론이 보도해 주자 이에 도취된 황교안은 묘한 ‘향수병’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정치가에게 가장 황홀한 장면은 수많은 군중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고 열광하는 것이다. 황교안은 이미 그 맛을 보았다. 전국에서 동원된 당원들과 한기총 단체, 태국기 부대 등이 모여 자신을 연호하자 흥분된 나머지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조국 국면에서 재미를 좀 본 황교안은 한때 당 지지율이 민주당과 근접해지자 승기를 잡았다며 기고만장했다. 하지만 막상 조국 사태가 잦아들자 다시 지지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경원의 표창장, 가산점,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대통령 조롱 등이 터져 나오고 황교안은 황교안대로 인재영입에 차질이 빚어지자 잠시 자한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다.  

10월 5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40%, 자한당 23%다. 두 당의 격차는 무려 17%로 조국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자 자한당 내에서 황교안, 나경원 체제로는 총선에서 참패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자한당 내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공천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하고 있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자한당 지도부가 대부분 영남 그중 친박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혁신은커녕 구태들만 인재라고 영입하자 여기저기서 한탄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는 홍준표가 황교안에게 “섹소폰은 총선에서 이긴 후 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지지율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할 생각은 않고 친근감을 준답시고 섹소폰이나 불고 있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한 사람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는 무슨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금방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사고가 70년대에 머물러 있는 황교안 딴에는 청년들을 만나고 섹소폰을 불면 국민들이 환호할 거라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수십 년 동안 공고화된 이미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알려진 바와 같이 황교안의 정무 감각은 거의 제로다. 그만큼 준비가 안 되었다는 방증이다. 특히 경제는 거의 ‘무식’ 수준으로 만약 토론이 벌어지면 볼만 할 것이다.  

황교안은 말을 교묘하게 바꾸는 데 거의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가산점 얘기가 나왔을 때는 이를 옹호한 듯하더니 문제가 되자 하루만에 “나는 가산점을 말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고, 심지어는 그 말을 한 나경원에게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아들 셀프 칭찬 때도 그랬고, 해외 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때도 그랬고, 수제 구두 가게에 가서 이 모든 것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 할 때도 그랬다. 전월세 사는 국민들 앞에 가서 종합부동산 세금 거론 할 때도 그랬다.  

문제는 이에 대해 누가 반박하면 황교안은 마치 구렁이 담 너머 가듯 한다는 점이다. “내가 말한 그대로다.” “원칙대로 하겠다.” 지금까지 황교안이 한 대답 중 확실한 게 하나 있는가?  

황교안이 다시 시작한 장외 집회의 이유가 ‘공수처 설치 저지’라고 한다. 공수처 설치는 오히려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정상인데 자한당은 그 반대다. 문재인 정부가 하려는 것은 그 가치를 떠나 무조건 반대하다 보니 생긴 폐단이다.  

주지하다시피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곳으로 야당보다 여당 그리고 정부가 더 불리하다. 자한당은 고작 의원이 110명이지만 민주당은 더 많고, 공수처가 수사할 정부 기관은 훨씬 더 많다.  

자한당이 정상이라면 공수처 설치는 자신들이 나서 관철시키려고 투쟁해야 옳다. 하지만 황교안은 공수처가 ‘좌파 장기 집권 음모’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웃기는 것은 공수철 설치는 자한당 대선 공약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황교안은 명분 없는 장외 집회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사실상 대권놀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이는 사람이래야 대부분 자한당 당원들이고 외치는 구호도 ‘공수처 설치 반대’여서 대대수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모이는 사람들도 대부분 6070이다.  

황교안이 당을 혁신하기는커녕 저런 식으로 나가면 보수대통합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장 내년 총선에서 참패해 결국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당장 국회선진화법 위반 수사가 시작되면 무더기 기소가 이루어질 것이고, 시민단체가 고발한 나경원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수사가 재개되고, 계엄령 문건 수사가 본격화되면 자한당은 멘붕되고 말 것이다.

세상 어느 나라에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야당이 있을까? 자한당은 지금 자승자박하고 있다. 내년 총선은 검찰개혁이 최대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 말마따나 청와대와 민주당이 야당 복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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